생명공간을 여는 희망의 열쇠, 백두대간

2004.06.19 | 백두대간

하늘이 목마르던 대지에 알맞은 비를 내려 주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의 넓고 깊은 품에 안 겼던 오월의 녹색순례에서도 많은 비를 만났습니다. 순례 넷째 날 동해의 소금을 정선으로 져 나르던 백봉령을 넘어가다 백두대간을 따라 평행하게 놓인 구름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서지방에 비구름들이 바람을 따라 영동지방으로 이동하다 백두대간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모이면서 생겨난 구름띠였습니다. 백두대간은 늘 이렇게 모인 구름띠가 뭉쳐 무거워지면 비가 되어 내리는데, 하루에도 수차례 이런 현상이 반복되어 맑았다 개었다합니다. 자연히 식물들이 살기에는 호락호락한 조건이 못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백두대간 능선부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들은 키도 몸집도 작습니다. 있는 힘껏 제 몸을 낮춰야 거센 바람과 척박한 토양에서 버티고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지에서 자라는 것보다 볼품없고 여리게 보여도 저마다 오랜 세월 모진 바람과 눈비를 견디며 저마다 살아갈 길을 모색하다 보니 특색 있는 모습으로 진화되었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자라는 눈잣나무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인데, 산꼭대기에서는 옆으로 자라지만 평지에서는 곧게 자랍니다. 바람이 세고 비가 많아 상대적으로 맑은 날이 적은 백두대간에서 살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백두대간의 풀과 나무는 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자연과 균형을 이루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온갖 짐승들, 하늘을 나는 새들은 백두대간의 품에 안겨 조화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백두대간은 온갖 생명들의 안식처 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백두대간을 통해 이 땅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전국 각지의 백두대간 관련 10개 시민환경단체가 모였습니다. 그리고 굵직한 비가 내리던 17일 오후에 ‘백두대간보전단체협의회’ 창립식을 가졌습니다.

소속단체들은 1990년대부터 백두대간의 존재를 되살려내고 세상에 알려내는데 열정과 헌신을 바쳐왔고, “백두대간이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의 열쇠”임을 굳게 믿고 백두대간을 온전히 복원하고 보전하려고 힘써왔습니다.

지난해 국회에서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포되면서 생명공간의 문을 여는 첫 발을 딛었습니다. 이제 시민과 정부가 뜻을 합쳐 백두대간의 진정한 의미와 기치를 바로 세우고, 복원과 보전에 박차를 가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입니다.

이에 발맞추어 전국 각지에서 백두대간 보전에 힘쓰고 있는 시민환경단체가 협의하여 단일한 논의구조로써 보다 진일보한 백두대간 시민환경운동의 기치를 내세우며 창립을 선언한 것입니다.

백두대간은 그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터전, 우리 국토의 깃들여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뿌리이자 모태입니다. 21세기가 백두대간을 우리 국토의 근간으로 삼아 마침내 온전한 복원과 보전으로 후대에 물려지는 시대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글 : 백두대간 보전팀 정용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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