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백두대간] ③ 세상에 이런 보호구역이 어디있나요

2015.09.23 | 백두대간

백두대간 환경대탐사, 700km를 걷다.

60일동안 꼬박 걷습니다.

도상거리 701km.
강원도 고성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약 6,000장의 야장을 쓰며, 백두대간 마룻금 훼손실태 조사를 합니다.

녹색연합은 12년 전 걸었던 그 길을 똑같이 걷고,
다시 한번 우리 모두의 백두대간을 마주하고, 백두대간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전하고자 합니다.

[11일차] 2015년 9월 13일 (일) 맑음

구간: 매봉~곤신봉~선자령~대관령
거리: 14.2km
걸음수: 16,637걸음

선선한 바람이 반겨준 언덕
오늘 조사 시작 지점인 매봉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매봉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렸다. 꽤나 먼 거리였다. 대관령삼양목장 입구까지 1시간, 입구에서부터 매봉까지 차로 올라오는데 30분이 걸렸다. 조사가 늦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나마 위안이 됐던건 오늘 걷는 길이 그리 험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매봉에 도착하니 맑은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매봉에서 등산로를 찾아 조사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쉽지는 않았다. 사방팔방으로 사람이 다닌 길이 희미하게 있었다. 제대로된 등산로를 찾기가 어려웠다. 매봉에 오르고나서야 등산로 같은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등산로를 따라 매봉에서 내려오니 시야가 확 트였다. 맑은 날씨 덕에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확 트인 경관때문인지 매봉~삼양목장 구간은 산이라기보다는 그냥 언덕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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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씨. 저 멀리 풍력발전기까지 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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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라기보다는 언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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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었다
동해전망대에 도착했다. 동해전망대에 오르니 뒤로는 황병산과 소황병산이 보였고, 앞으로는 동해바다가 보였다. 백두대간에서 바라본 풍경은 여전히 색다른 느낌을 준다.
동해전망대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라는 생각이 든 순간, 그제서야 오늘이 일요일임을 알았다. 관광버스가 아래 매표소부터 전망대까지 사람들을 계속 실어 나르고 있었다. 조사를 하는 사이 약 3대의 관광버스가 왔다갔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동해전망대에 올라 동해바다와 삼양목장의 풍경을 감상했다. 이국적인 풍경에 다들 좋아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다들 이 곳이 백두대간이라는 것은 알까? 아쉽게도, 이 곳이 백두대간이라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바람의 언덕 길을 지나 곤신봉으로 향했다. 관광객들을 들어오지 못하는 지역이라 다시 한산해졌다. 임도 길을 따라 걷다 길 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곤신봉 비석을 발견했다. 임도는 곤신봉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백두대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곳에서 백두대간은 점점 희미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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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전망대 뒤로 황병산과 소황병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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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쉬지 않고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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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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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룻금은 지워지고 임도 길과 풍력발전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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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신봉을 가로지는 길. 뒤에 있는 풍력발전기와 함께 왠지 처량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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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모습을 상상해본다
백두대간 등산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초지에 등산로가 나있었지만 희미했다. 나무와 초지가 만나는 지점과 임도 길을 번갈아가며 따라 걸었다. 걷는 길에는 가끔 머리 위로 풍력발전기가 돌아갔다. 휘잉휘잉 돌아가는 소리와 거대한 날개 그림자는 꽤나 무섭게 느껴졌다.
곤신봉~선자령 사이에서 점심을 먹고, 선자령으로 출발했다. 선자령에 가까워지자 등산객들이 많아졌다. 선자령나즈목에서 선자령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등산로를 벗어나 여기저기 들어가 밥을 먹는 등산객들도 볼 수 있었다. 선자령에 도착하자 아까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있었다.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본게 얼마만일까. 참 어색하게 느껴졌다. 선자령은 선녀의 전설이 깃들여 있다고 한다. 선녀들이 자식들과 함께 내려와 목욕을 하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선자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때는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선자령이었겠지만,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선녀들이 내려왔을까. 선자령에 올라 옛날 풍경들을 한번 상상해봤다.
선자령부터 대관령 사이 구간은 등산로가 더 넓어졌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다보니 기본적으로 노폭이 넓은 듯 했다. 길이 쉬우니 걸음이 빨라졌다. 대관령 근처에 오자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과거 군사시설을 산림으로 복원한 곳이 있었다. 원래 이 곳이 어떤 터였는지 알 수 있도록 표시해놓은 흔적들을 보며, 군사시설들을 상상해봤다. 어떤 모습이었을까. 백두대간에 군사시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가 백두대간의 모습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까.
주말. 사람과 자동차로 꽉 찬 대관령휴게소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나에게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10일정도 지났을 뿐인데, 휴게소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너무 빠르고 바빠보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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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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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들이 반한 선자령의 모습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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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봉. 동해바다와 강릉시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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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군사시설물 복원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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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대관령휴게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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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차] 2015년 9월 14일 (월) 맑음

구간: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닭목령
거리: 14.6km
걸음수: 20,961걸음

어제 마친 대관령에서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대관령(832m)은 백두대간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영동지방과 영서지방 또는 관동지방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매우 중요한 고개이다. 겨울이면 매서운 추위와 함께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아침, 대관령에 내리니 쌀쌀했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옷을 껴입고 조사를 시작했다. 유명한 고개인 만큼 시설물들이 많았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 간이식당, 다양한 안내판, 고속도로준공기념비 등.. 시설물을 꼼꼼히 기록하고 능경봉으로 향했다.
능경봉은 평창 횡계리와 강릉 왕산리에 걸쳐있다. 백두대간이 설악산, 오대산을 거쳐 대관령에서 잠시 낮아졌다가 남쪽으로 다시 솟아오르기 시작한 봉우리다. 능경봉으로 오르는 길은 험난했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 어떤 곳은 등산로가 2개로 갈라졌을 정도로 훼손정도도 높았고, 경사도 심했다. 반면 능경봉~고루포기 구간은 길이 좋았다. 낙엽이 쌓여 폭신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고루포기로 가는 길, 행운의 돌탑이 있었다. 행운의 돌탑을 설명하는 안내판 정도는 괜찮다 생각했는데 좀 과도하게 보이는 나무전망대가 있었다. 설치한 의미를 잘 느낄 수 없었다.
대관령 터널 위를 지나 전망대에 도착했다. 어제 지나온 백두대간 길이 보였다. 가끔 뒤를 돌아볼때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며 놀라곤 한다. 천천히 한 걸음씩 떼는 듯 하다가도 어느새 멀리와있다.
고루포기산에 도착했다. 고루포기산은 평창 수하리와 강릉 왕산면 고루포기 마을 사이에 위치해 있는 산이다. 고루포기산 정상에는 많은 시설물들이 몰려있었지만 고요했다. 비어 있는 응급구조함이 고요함을 더해주는 듯 했다.
닭목령으로 가는 길은 완만했다. 길이 편해서일까. 피로가 쌓여서일까. 조금 졸리고 나른해졌다. 적절한 곳에 만들어진 왕산골 쉼터에서 푹 쉬고 가고싶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진 시간 탓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닭목령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원팀을 만났다. 왠지 모르게 고요했던 오늘, 마지막으로 도착한 닭목령과 그 곳에 서있던 대장군도 그 느낌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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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경봉 가는 길. 햇살이 반겨주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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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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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터널 위로 지나간다. 쌩쌩 달리는 차들이 낯설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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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나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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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목령 가는 길에서 바라본 채소밭. 위에는 새로 경작을 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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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목령 인근 채소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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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목령에 서있는 대장군. 쓸쓸히 닭목령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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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차] 2015년 9월 15일 (화) 맑음

구간: 닭목령~화란봉~석두봉~들미재~삽당령
거리: 14.1km
걸음수: 20,939걸음

신선한 시작
오늘은 닭목령에서 삽당령까지 가는 구간이다. 오늘의 출발 지점인 닭목령은 풍수지리에 의하면 닭의 목에 해당하는 지역이라 닭목령이라 이름이 붙었다 한다. 닭목령에 내리자 아침부터 어제와 비슷한 고요한 느낌을 받았다. 닭목령에서 삽당령 방향 숲에 들어서자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나무들이 크고 울창했다. 우리를 둘러싼 소나무들에게서 좋은 공기가 나오는 듯 했다. 신선한 느낌을 받으며 조사를 진행했다.
화란봉에 도착했다. 화란봉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한 산이다. 부챗살처럼 펼쳐진 화관이 정상을 중심으로 겹겹이 에워싼 형국이 마치 꽃잎같다고 해서 화란봉이라고 불린다. 오면서 화란봉이라는 이름이 참 이쁘다 생각했는데, 그때문일까? 등산객들이 다녀간 흔적이 많았다. 누가 올려놓았는지 모를 꽃과 수 많은 리본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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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 받은 소나무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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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앞길을 비춰주는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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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봉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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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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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어우러진 나무를 한번 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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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봉 정상.

 

조화로움에 대해
화란봉을 뒤로하고 석두봉으로 향했다. 석두봉으로 가는 길, 등산로를 채운 삵의 배설물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걷는 이 길이 나만 다니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소중하게 내딛어야겠다. 또한 한 뿌리에서 두 갈래로 줄기가 뻗어 나온 신갈나무를 만났다. 숲을 아름답게 하는건 나무, 야생동물들 같이 숲을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것들의 조화로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숲 속에서 조화로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석두봉에 도착했다. 석두봉은 정상 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져 마치 머리에 바위를 올려놓고 있는 것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석두봉에서 멀리 회색빛으로 보이는 고랭지 채소밭을 보았다. 그리고 들미재를 지나 산림청에서 조성한 잣나무 채종원에 들어섰다. 그 곳에서 곧게 뻗어 있는 잣나무들을 보았다. 다시 한번 ‘조화로움’에 대해 떠올렸다.
삽당령으로 내려가는 길.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삽당령에 도착하자 출발했을 때와는 다르게 가볍고 신선한 기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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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한 가운데 놓여 있는 삵의 배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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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뿌리에서 나온 예쁜 신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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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두봉에서 바라본 고랭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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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에서 조성한 잣나무 채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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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 채종원으로 들어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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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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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차] 2015년 9월 16일 (수) 맑음

구간: 삽당령~두리봉~석병산~고병이재~생계령
거리: 13.1km
걸음수: 20,263걸음

참나무 병풍
오늘은 삽당령에서 백복령 구간을 조사할 예정이다. 삽당령은 강릉과 정선을 잇는 고개로서 조선시대에는 제법 큰 고개였다. 옛날 임계 주민들은 강릉에서 소금, 해산물, 곡식 등을 구입한 후 이 고개를 넘었다. 주민들은 장을 본 물건을 지고 지팡이에 의지해 고개를 넘은 후 지팡이를 버려두거나 땅에 꽂아놓고 내려갔고, 이런 뜻으로 삽당령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계단도 많고 경사도 심했다. 피곤이 쌓여서 그런지 몸도 나른했다. 이런 고생을 알았는지 백두대간은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아름다운 참나무숲을 만났다. 눈 앞에 쫙 펼쳐진 참나무숲을 보니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참나무 병풍’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빼곡히 시야에 들어왔다. 두리봉에 도착했다. 두리봉은 두루뭉술해서 두리봉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지도에서 봤을 때 귀여운 봉우리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뜻도 참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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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고생. 고생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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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숲. 피로가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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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숲 속에서.

 

회색빛 병풍
석병산에 도착했다. 석병산은 강릉시 옥계면과 정선군 임계면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솟아 있는 바위들이 마치 산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석병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석병산에 올라 점심을 먹으니 날씨가 선선해졌음이 느껴졌다. 백복령으로 가는 길, 백두대간 능선에서 저 멀리 자병산 뒤편이 보였다. 자병산 뒤편은 뭔가 무너져 내린 듯 해보였다. 우리가 너무도 오래 자병산을 갉아먹은 탓이 아닐까. 자주빛 병풍을 드리운 것 같이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자병산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니고 있던 자병산. 이제는 뒤에서봐도 회색빛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안타까웠다.
힘을 내야 했다. 다시 출발했다. 백두대간이 우리의 마음을 좀 달래주겠다는 듯 재미있는 소나무를 보여주었다. 뚱뚱한 소나무. 우리는 돼지 소나무로 이름 지어줬다. 자병산 뒤편을 보고 씁쓸했던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고 어두워졌다. 바람도 많이 불기 시작했다. 비가 내릴 것 같은 분위기에서 백복령까지 가려던 일정을 일단 오늘 생계령까지 가는 것으로 수정했다. 내일 구간이 좀 더 길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생계령에서 숙소로 내려오면서 내일 마주할 자병산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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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병산의 뒤편.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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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히 서있는 돼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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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차] 2015년 9월 17일 (목) 맑음

구간: 생계령~백복령~원방재~상월산~이기령
거리: 16.1km
걸음수: 23,377걸음

세상에 이런 보호구역이 어디있나요
어제 날씨상 조사를 마친 생계령에서 시작했다. 생계령은 산계리와 임계면을 잇는 고개이다. 산계리 마을 사람들이 임계장을 보기 위해 넘나들었던 고개로 산계령이라는 다른 이름도 있다고 한다. 이 고개에는 도토리나무가 많았고,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이 고개에서 도토리 열매를 채취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생계를 위한 생계령이다.
생계령에서 백복령으로 가는 길은 무난했다. 생각보다 길이 넓었고, 나무계단도 꼼꼼히 설치되어 있었다. 풍성한 활엽수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가는 길에 송전탑이 군데군데 보였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송전탑을 올려다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생계령에서 얼마 못가 공사 소리가 들렸다. 포크레인과 트럭이 수시로 움직이는 소리. 자병산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자병산 입구에 도착했다. 국유림허가안내판을 발견했다. 국유림을 대부한 자병산은 1978년부터 현재까지 채석이 계속되고 있다. 공사 트럭이 다니는 회색 도로를 넘고, 자병산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에 올랐다. 처참했다. 이게 보호구역인가싶었다. 세상에 이런 보호구역이 어디있나싶었다. 872m였던 자병산은 멈추지 않는 광산 개발로 과거보다 100m가 내려 앉았다. 자주빛 병풍을 드리운 듯 아름다운 산인 자병산은 이제 회색빛이다. 우리는 너무도 많이 자병산을 갉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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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령 나무계단. 꼼꼼히 정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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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활엽수림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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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송전탑. 하늘을 찌를 듯 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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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병산 트럭이 다니는 회색 도로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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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자병산의 모습. 자병산은 1978년부터 현재까지 채석이 계속되고 있다.

백두대간을 담아내는 일
쓸쓸하게 내려와 백복령에서 점심을 먹었다. 백복령(828m)은 강원도 정선 임계와 동해 삼척을 연결하는 꼬불꼬불한 고갯길이다. 고문헌에는 동해 삼척으로 소금을 사러가는 ‘소금길’로 등장하기도 한다. 서해에서 올라오는 남한강물길의 소금은 충북 단양에서 다시 육지로 올라와 영월 어름까지 닿았고, 정선은 올곧게 강릉과 삼척에서 나는 동해의 소금에 의지했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 염전의 풍부한 소금과는 달리 조수간만의 차이가 없는 동해에서는 바닷물을 일일이 가마에 끓여 소금을 얻었다. 백복령은 바로 그 삼척의 소금이 넘어오는 소중한 고개였다. 과거 소금을 사러가던 길은 이제 자병산 돌을 실은 트럭이 다닌다.
자병산에서 한참을 머물다보니 시간이 늦어졌다. 서둘러 오늘 목적지인 이기령으로 출발했다. 이기령으로 가기 위해선 원방재와 상월산을 지나가야 한다. 백복령에서 원방재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잡풀들도 많고, 등산로도 희미해서 찾기가 힘들었다.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들도 많아 걷는데 많이 불편했다. 가는 동안 독특한 것을 발견했다. 나무계단인 듯하기도 하고, 쓸려내려가는 흙을 잡아두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기도 한 목조 시설물을 다수 발견했는데, 주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원방재에 도착하니 야영장이 있었다. 아마 이 구간이 하루에 넘는게 쉽지 않아 중간에 야영장을 만들어 놓은 듯 하다. 원방재에서 부지런히 움직여 상월산에 도착했다. 상월산에서 서쪽으로 노을이 보였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부랴부랴 이기령에 도착하니 금새 어두컴컴해졌다. 부슬비도 내렸다. 기다리고 있던 지원팀이 너무나 반가웠다. 차량을 타고 어두워진 임도 길을 내려가며 앞으로 백두대간을 어떻게 담아야 할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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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계단? 토사방지용 시설물? 용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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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에 숨어있는 목조 시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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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산에서 만난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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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어두워지는 하늘. 발걸음이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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