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을 아세요?

2004.09.29 | 백두대간

산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사랑하려면 이렇게 하여라’라고 그 방법을 알게 해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사랑받기 위해서, 그것의 전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이것이 먼저 되어야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녹색연합의 시민모임중 하나인 녹색친구들은 2004년 6월~2005년 6월까지「한북정맥 환경대탐사」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산줄기와 물줄기를 조사하면서 우리 땅의 산줄기인 백두대간을 좀 더 잘 살펴보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생각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런 프로젝트중의 일부를 열어놓고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죠.

한북정맥이라 함은, ‘강원과 함남도의 도계를 이루는 평강(平康)군의 추가령 (楸哥嶺)에서 서남쪽으로 뻗어 한강과 임진강의 강구(江口)에 이르는 산줄기의 옛 이름이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의 정간과 13정맥중의 하나인 한북정맥, 그 곳을 탐사하는 의의는 무엇일까요? ‘백두대간은 민족의 정기가 흐르는 정맥이며 자연생태계의 보루이니 현상을 탐사하여 그 실체를 보고한다는 것을 넘어선 무엇인가가 있으리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을 깨닫기 위해 조금은 비장한 마음가지고 동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18일 사방이 꽉 막힌 서울을 힘겹게 뚫고 가평에 이르렀지요. 우리는 늦은 밤 명지산 북쪽 적목리 산 아래 둘러앉아 독도법과 GPS사용법에 대한 훌륭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만나 그가 살아온 인생과 내가 지내온 시간을 짧게나마 느끼고 잠에 들었습니다. 내일 만나게 될 시간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며 말입니다.



오늘밤 저 하늘의 크고 작은 별들이 내 가슴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듯하네요. 윽~ 19일 새벽 5:00 “기상!”이라는 외침은 축축한 침낭속의 곤한 잠을 깨우는 동시에 자연에 대한 탁한 감수성을 깨뜨리는 소리였어요. 그 소리로 또 다른 오늘이 시작되었고요. 말 그대로 아침햇살 곱게 내리며 들려오는 맑은 물소리와 함께 부지런히 아침을 챙겨먹고 우리 모두를 사진 한 장에 담고는, 산줄기팀이 먼저 출발을 하였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멋있던지 그 무리의 제일 뒷자리에 나를 그려 넣어보았는데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산줄기팀은 도성고개에서 노채고개까지(339지방도) 그 일대의 훼손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오늘의 과제이고, 물줄기1팀은 명지산 및 한북 동, 남면 물줄기를 물줄기2팀은 화악산 및 한북정맥 북, 서면 물줄기를 탐사하면서 생태적 환경평가를 위해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여부를 찾아내는 것이 과제였죠. 이제 한번 출발해 볼까요?

어? 그럼, 왜 꼬리치레여야 하는데요?
꼬리치레도롱뇽 특징은 꼬리가 몸보다 길고 ‘치렁치렁’해서 마치 멋을 부린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일반 도롱뇽보다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생존조건도 까다롭죠. 그 까다로운 조건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수온은 20℃이하여야 하고, 숲으로 우거져 햇빛이 비추이지 않아야 하며, 물살이 세어서도 안 된답니다. 정말 청정해야 살 수 있는 꼬리치레도롱뇽이 바로 환경의 지표랍니다. 아~ 그런데 쉽게 찾아지지 않는 이 녀석, 사람 정말 안타깝게 만들고 심지어는 조바심까지 갖게 하더라고요.



저는 물줄기2팀이 되어 산사람처럼 없는 길만 골라 다니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산새들이 노래하고 다람쥐·뱀들이 넘나드는 길을 내가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일 같았지요.
“찾았다!”하는 팀장님의 목소리! 꼬리치레도롱뇽을 찾았어요! 이번 것은 지난번 유명산의 것보다 더 예쁘더라고요. ‘꼬리치레야 너 이렇게 점점 예뻐지면 어떡하니~’우리의 입가에 한 아름의 웃음이 감돌았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마음이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던가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한북정맥은 우리가 살아온 역사와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역사를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내 몸에 흐르는 또 하나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부의 압력에 상처받고 위협적인 접근에 몸이 움츠려 드는 혼란에 혼란을 더하는 이 시대를 말이죠. 그러기에 오늘 탐사해야할 이유가 있으며,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 안에 너 있다’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여기에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꼬리치레가 아직 떠나지 않은 것이 그렇고 그 생명을 지키려는 우리가 있는 것이 그런 것이죠.

아! 이 가을 초록이 붉게 물들어 가는 자연의 섭리로 우리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린 조금 더 힘을 내어 우리가 우리 마음에 담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의 친구들에게 전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시간 준비해주신 녹색연합과 녹색친구들, 님들께 공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글 : 심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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