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환경탐사 발대식

2004.12.23 | 백두대간




호남정맥을 진심으로 가슴에 온전히 담아내겠습니다. 라는 작은 의식(고천제)을 거쳐 차려진 음식을 나누어 먹고 영취산에 올랐다.
영취산에 오르니 백두대간이 살아 꿈틀거리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아, 이곳이 우리 땅을 품고 있는 백두대간의 큰 산줄기구나!’
인터넷에서 책에서 사진에서 보아왔던 조각 조각난 그림들이 하나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호남정맥으로 발걸음을 힘차게 걸으며 다만 우리가 걷는길에 모든 생명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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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발대식, 고천문 중에서..

“우리나라의 뼈대인 백두대간과 전라도의 생태축인 호남정맥을 저희에게 내리셔서 사시사철 생명을 먹이고 살리는 산과 바다를 주셨으니 어찌 그 은혜를 흠경치 않겠나이까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의 산줄기를 따라 모아진 호남은 대대로 나라의 곡식을 대는 곶집으로 그 역할을 다해왔고, 인정과 학문이 넘치니 그 기개 또한 절륜하여 의기가 넘치매 앞장서 나라를 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요, 풍류와 가락이 끊이지 않으니 가히 생명평화의 본향이라 일컬어지고 있음 또한 천지신명의 특별한 가호라 하겠습니다.

이에 오늘 저희는 온땅 억조창생들과 함께 감사한 마음의 제를 올리니 널리 흠향하시고 굽어 살펴 주옵소서. 아울러 저희들의 작은 소망을 거두어 혜무하옵소서.

지금 녹색연합은 심장이 파이고 허리가 잘린 자연생태계 전체의 상처를 보듬고 뭇 생명이 존중받고 평화가 강물같이 흐르는 공동체를 꿈꾸며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각 부문별로 신명을 다해 뜻을 모아가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시대정신으로 무장된 녹색연합은 이 땅에 생명과 평화의 진정한 꽃을 피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을 유린하고 평화를 깨뜨리는 조직적 세력이 나라의 곳곳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생명과 평화의 나라, 흰옷 입은 사람들의 착한 나라의 신새벽을 짓밟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진행하고 잇습니다. 뿐만아니라 생명의 핏줄인 오대강은 도심내 하천의 기능 상실로 죽은 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이러한 상황을 분명히 목도하며, 뭇생명 전체의 신음소리를 잘 듣고 있음을 잘 아실터이옵니다. 생명살림의 시대적 요청에 온몸으로 답하고자 함도 잘 아실 터이옵니다.

이제 저희 녹색연합은 다시 초록빛 길을 떠나며 생명과 평화가 춤추는 봉우리를 찾아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첫째, 뭇 생명을 진심으로 모시고 살겠습니다.
둘째, 생명지속가능한 대안을 만들겠습니다.
셋째, 비폭력 평화의 세상을 위하여 성실하게 발품을 팔겠습니다.

천지수화풍(天地水火風)의 조화를 주관하시는 천지신명이시여
다시 한 번 엎드려 비옵나니, 호남정맥 탐사 기간 내내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녹색연합의 탐사대가 되게 어루만져 주옵소서.

그리하여 호남정맥은 물론 백두대간 골골마다 야생동식물이 되살아나 생명과 평화의 꽃이 만발하게 하옵소서”
“호남정맥(462km)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갈라져 전남 광양 백운산까지 전라도 땅 곳곳을 가르고 흐른다.
출발지점인 장안산 부근에서는 첩첩한 산들이 겹겹이 들어선 산촌을 만나게 되며 오봉산에서는 옥정호, 추월산에서는 담양호, 조계산에서는 주암호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호반의 정경을 볼 수 있다.
또한, 제암산에 오르면 호남정맥은 드디어 남해 바다로 줄달음치다가 일림산을 지날때는 내내 바닷가 풍경이 함께한다.

정맥을 따라가는 동안 각지의 풍습과 산물, 말투와 기질의 변화를 실감한다.
산과 강이 흘러가는 우리 땅의 모양새는 저절로 알게 된다. 이것이 대간과 정맥을 알아야 하는, 그 산줄기를 따라 걸어야 하는 이유이다.(월간 ‘사람과 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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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적당히 긴장시켜주었던 토요일 오후(12월 18일).
2005년, 긴 여정을 시작할 호남정맥 환경탐사단 발대식이 전북 장수군 무령고개에서 30여명의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발대식을 하기까지 몇차례의 현장답사와 실무회의를 거쳐 드.디.어. 호남정맥을 향한 첫 걸음을 출발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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