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주택문제의 잘못된 해법,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추진 규탄한다.

2018.09.12 | 백두대간

[기자회견문]

주택문제의 잘못된 해법,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추진 규탄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요 관리에서 공급확대로 선회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신규 택지 30곳 개발 발표에 이어 8월 27일, 일반공급용 택지 14곳을 추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24만 2천 채의 주택 공급계획이다. 그 중심에 그린벨트가 있다. 수도권 주택가격 안정화를 명목으로 그린벨트 해제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세를 낮춰 부동산 거래를 추동하겠다는 청와대 입장에서도 전반적인 규제 완화가 읽힌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문제는 공급 부족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실익보다 부작용이 훤히 보이는 정책을 들고나온 정부가 안쓰럽고 미욱해 보일 지경이다.

공급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남의 다리 긁는 격
수도권의 고질적인 주택문제는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공급을 확대하는 것으로 해결될 리 없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뉴욕보다 2.3배, 런던의 3배, 도쿄의 2.5배, 베를린의 3.9배 등 해외 메가시티의 두 배, 네 배에 이른다. 주택보급률도 96.3%다. 한 마디로 사람도 집도 너무 많다. 더해서 서울연구원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자가 보유율은 43%다. 결국 57%에 해당하는 215만 가구가 서울에 소재한 주택의 잠재 수요자다. 여기에 이미 집이 있지만 ‘부동산 왕국’의 명성에 걸맞게 추가 투자를 원하는 수요자,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거주 수요자까지 합하면 산수로 계산이 서질 않는다. 집값 잡겠다고 집을 더 짓겠다는 것은 해법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는 과거 정부에서 충분히 학습했던 시행착오다. 노무현 정부의 국민임대주택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때도 수도권 땅값이 요동쳤다. 이명박 정부 때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보금자리주택 지구의 세곡동 아파트는 서민들에게 언감생심(焉敢生心)인 초고가 아파트가 되어버렸다. 작년에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성남시 금토동 땅값도 3배나 뛰었다. 시의성도 문제다. 그린벨트 해제, 택지선정, 준공, 입주 등 수년 이상 길게는 10년 가까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당장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수도권 시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그린벨트 해제
해를 거듭할수록 폭염, 한파 등 기후변화의 징후와 여파들은 우리 실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올여름 폭염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에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녹지공간이 적은 곳에 사는 사람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8%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투수층이 줄어들면서 도심 홍수문제가 발생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녹지를 늘려야 한다는 것 역시 모든 전문가가 내놓는 공통의 의견이다. 생물다양성협약,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에서도 도시의 녹지비율과 도시공원의 중요성은 지구 전체의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92%가 국토 면적의 16.6%에 해당하는 도시에 살고 있다. 더구나 수도권에만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산다. 그만큼 도시 내 녹지와 공원이 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OECD 통계(2014년)를 보면 수도권의 녹지면적은 인구 100만 명당 4.6㎡로 최하위권이다. 도시공원과 자연공원을 모두 합한 공원 면적도 국민 1인당 7.6㎡로 WHO 기준인 9㎡에 모자란다. 선진국의 1인당 공원 면적은 20~30㎡ 수준이고, 주요 도시 평균은 14㎡ 정도다. 결국 우리나라 도시는 특히 수도권은 지속해서 녹지를 늘려야 하고 공원을 꾸준히 조성해야 하는 곳이다.

수도권의 치솟는 집값과 땅값을 두고 볼 수 없다. ‘갓물주’라는 조어가 등장할 만큼 부동산시장은 과열이다. 그중에서도 주택문제는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단 해법이 문제다. 공급 일변도 그것도 그린벨트를 풀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과거 정부에서도 충분히 실패를 경험했다. 소요시간 때문에 응급조치로 당장 써먹을 수도 없다. 수도권 그린벨트는 그나마 수도권 녹지의 마지노선이다. 수도권 시민을 지켜내는 교두보란 말이다. 언제고 써먹으려고 비축해 놓은 곳이 아니라 그 목적이 분명한 녹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둬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린벨트로써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추진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2018년 9월 10일
한국환경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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