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이름 찾기’ 북한산을 가다

2005.02.15 | 백두대간

백두대간팀에서 지난번 안암역 서명운동에 이어 새로운 서명 캠페인 장소를 물색했다. 그래서 나온 곳이 등산로였다. 온라인, 오프라인 서명운동 둘 다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산악인들에 대한 믿음에 기초해 주말 북한산 도선사 입구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하고 일주일 전부터 몇 가지 준비를 했다. 함께 서명운동을 진행할 자원활동가 모집과 기존 피켓에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 피켓 제작, 판넬, 간이 책상, 차량 문제 등 크게 준비해야 할 것은 없었지만 설 연휴가 끼어 있어서 괜히 정신이 없었다.


회은 간사님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무난하게 물품들을 준비하고 13일 일요일 이른 아침 사무실에서 회은 간사님과 자원활동가 지혜씨를 만났다. 곧 택시에 물품을 실어 북한산으로 향했다. 북한산 도선사 입구에 도착하니 조금 답답해 보이는 주차장의 차들과 산을 향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발걸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 속에서 생명을 유지해가는 게 힘겨워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상쾌함을 전하는 산, 북한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활력 있는 서명운동을 다짐하며 등산로 입구로 가서 서명운동을 준비했다. 다행히 따뜻한 햇살이 전날의 추위를 누그러뜨리며 백두대간의 제 이름 찾기 위한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는 듯했다. 공원관리사무소와의 전화통화를 마치고 ‘백두대간 이름 찾기’ 플랜카드와 백두대간 Q&A와 백두대간 서명 운동에 대해 요약한 피켓들을 세웠다. 간이 책상을 설치하고 서명용지를 놓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하루종일 즐겁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었다.

이후에 도착한 자원활동가 정연, 국봉, 하경과 함께 열심히 사람들에게 일제 시대의 잔재로 맞지도 않고 유용하지도 않은 지질학적 개념의 산맥체계 대신 우리의 고유의 산줄기 백두대간 개념을 되찾자며 외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은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까지 계속되었다. 웹상에서 백두대간 이름찾기 운동 제안글을 전달하는 것과 직접 밖에 나가 사람들과 소통하며 백두대간을 알리는 일은 많이 달랐다. 더 많은 진실함과 성실함이 필요하지만 사람들과의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추워졌다. 그래도 서로 약속한 시간인 5시까지 서명운동을 했다. 중간에 회은 간사님이 준비해오신 맛있는 행동식과 따뜻한 차가 있어서 그나마 우리에게  산속 추위을 이겨내고 하루 종일 서 있을 수 있는 소중한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천년간 사용해왔던 우리 고유의 끊어지지 않는 1400km 산줄기, 백두대간을 지도에서 되찾자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산악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리라 믿었고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더러 이런 활동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분들이나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냥 지나가는 이들의 무관심이 우리들에게 아쉬움을 던지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산악인들은 옳은 일이라며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600여명의 소중한 지지를 담은 서명이 우리의 손과 마음속에 따뜻함으로 남아 북한산에서 진행된 백두대간 이름찾기 서명운동을 춥거나 힘들지 않게 정리할 수 있었다.

글 : 준호 / 백두대간보전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준호. 준호는 성안쓰기 운동도 하고 학교에서는 학생회활동도 하면서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어 녹색연합자원활동도 시작한 당차고 푸른 청년입니다. 준호가 있는 북한산도, 백두대간보전팀도 올 겨울이 따뜻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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