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의 끝, 곡릉천에 서다

2005.04.12 | 백두대간

산이 내게로 왔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많은 산을 다녀본 것은 아니다. 허나, 내게 산은 언제나 어머니 품처럼 편안하고, 때론 아버지의 엄함을 겸비한 자연임을 부인할 수 없다.

녹색연합에 들어와 산에 대해, 자연에 대해 30년 동안 못한 고민을 다하는 듯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산과 자연에 대해 고민해 본 게 얼마나 있었던가? 과연 이 산들을 어떻게 지키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내 삶 속에서 자연을 존중하고 벗하며 살아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몽상가같은 발상의 질문들이 요즘 나의 일상들 앞에 문득문득 스쳐 지나간다. 좋아하던 마음이 이제 현실로, 실천으로 내 안에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1월에 녹색연합에 들어와 신입교육으로 호남정맥을 오른 이후 백두대간을 찾게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실은 내가 발딛고 선 모든 곳이 백두대간이지만… 봄이 오고 산이 부르는 소리가 다시 들릴 무렵, 마침 백두대간팀 한북정맥 마지막 탐사가 있다고 하여 함께 가기로 했다.

한북정맥 마지막 구간
나에게는 한북정맥 환경탐사라기보다 가벼운 주말 산행의 기분으로 이곳에 임했다. 출발하는 일요일 아침 9시, 3호선 원당역에 모였다.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는 설레임으로 인사를 건네고 아는 얼굴을 찾노라니 곧 기다리던 녹색연합 활동가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탐사는 두 모둠으로 나뉘어 진행했는데 내가 속한 모둠은 인원도 많고, 가야할 구간도 길었다. 우리가 가야할 구간은 현달산에서부터 일산사람들의 쉼터인 고봉산을 거쳐 탄현고개, 대림아파트까지 가는 길! 여유 있는 걸음으로 현달산을 향했다. 걷다가 배꼽시계에 맞춰 오순도순 맛난 도시락도 먹고, 맑은 공기에, 산과 함께 푸른 점심시간을 가졌다. 밥먹고 나니 오전의 기온과 달리 봄볕 더운 기운이 두터운 겨울옷을 벗겨주었다. 이제 힘내서 고봉산 정상까지!



고봉산의 옛모습은 사람의 발걸음만 있던 그저 작고 아담하고 푸른 산이었을 것이다. 허나,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우리가 걸어간 곳은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고, 골프연습장과 시멘트 공장, 차로로 이용되고 있었다. 숲이 사라지고, 깎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매캐한 매연을 마시며 걸었지만 우리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된 산행은 탄현고개와 탄현큰마을을 지나, 대림아파트에서 끝나고 2모둠이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을 한북정맥 끝지점 장명산과 곡릉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명산 위에서 바라본 곡릉천은 한북정맥이 건널 수 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마무리를 외한 작은 행사도 진행했는데 10개월간 계속된 한북정맥 환경탐사 보고와 꾸준히 함께한 이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작은 선물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을 열 달, 하지만 그들의 모습에선 힘들었던 기색은 전혀 찾을 수 없었고, 여전히 기운 왕성한 모습이었다. 나도 그 마음 받아 함께 축하해 주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산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자”
녹색친구들이 가고자 하는 산에 대한 사랑이 묻어 있는 표어라고 할까? 이 말이 참 마음에 든다. 그 마음으로 시민모임 녹색친구들이 한북정맥 환경탐사를 끝냈다. 시민들의 힘으로 마친 한북정맥 환경탐사의 내용들은 녹색친구들의 손으로 정리되어 보고서로 나온다고 한다. 나는 이번 한번으로 끝났지만 열달간의 내용들이 오롯이 기록으로 남아 백두대간을 이해하고 우리 땅을 이해하는 녹색 씨앗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또한 이런 시민의 움직임들이 이 한반도를 아우르는 대간도 정맥도, 마을 뒷산의 작은 산줄기도 지킬 수 있기를 바랬다.



글 : 시민참여국 교육팀 최만종 활동가

———————————————————————–

한북정맥 환경탐사 경과 보고

녹색친구들은 녹색연합 백두대간보전팀의 자문 및 참여 아래 강원도 화천군 수피령에서 경기도 파주시 장명산에 이르는 약 170km의 남녁땅 한북정맥 환경탐사를 2004년 6월부터 2005년 3월까지 10개월에 걸쳐 매달 넷째 주 일요일에 실시했다.

환경탐사는 크게 마루금을 따라 산행을 하며 등산로 상태 및 마루금 주변의 인위적 시설, 간략한 식생 조사 및 동물 흔적을 조사하는 모둠과 한북정맥 주변 계곡 수질의 표본의 될 수 있는 꼬리치레 도룡뇽을 조사하는 모둠으로 나뉘어 진행하였다.

참여인원은 녹색친구들 회원을 중심으로 녹색연합 일반회원을 비롯하여 총 50 여명이었으며 연인원으로는 160 여명에 이른다.  

마룻금 조사
마루금 조사는 크게 등산로 상태 조사, 인위적 시설물 조사, 그리고 간단한 동식물 조사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먼저 등산로 상태 조사는 한북정맥 마루금 등산로를 GPS를 이용하여 200m마다 좌표와 고도를 측정하고 그 지점에서의 등산로의 폭, 나지 노출 폭, 침식 깊이, 그리고 일부 구간에서는 경사도를 측정하였다. 한북정맥 상의 많이 알려진 산과 서울 근교의 산들의 경우 예상대로 등산로 훼손의 다른 구간들 보다 많았다. 이에 대한 정략적 비교를 비롯한 구체적 분석은 추후 작성될 보고서에서 논하기로 한다.

한북정맥 마루금 및 그 주변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위적 시설물은 군부대 및 군 관련 시설물들이다. 이는 임진강과 한강을 거느린, 휴전선 아래 남한땅 첫 정맥이 한북정맥임을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거의 모든 구간에서 군 참호 및 교통호를 볼 수 있었으며 접근이 통제된 군부대 및 기타 군 작전 시설물들을 볼 수 있었다. 몇몇 군부대의 경우 악취를 내뿜는 하수구가 그대로 땅 위로 노출된 채 하수물이 흐르고 있어, 설사 군 시설물의 존재는 불가피하다 할 지라도 주변환경에 대한 영향을 추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외에 한북정맥을 가로지르는 다수의 포장 및 비포장 도로가 있었으며 골프장 및 채석장, 송전탑, 건축 폐기물 매립지 등 여러 종류의 인위적 시설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자료 역시 보고서에서 다루게 된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동식물에 대한 조사로는 녹색연합 백두대간보전팀의 자문 아래 이루어졌다. 마루금 상에서 오소리, 삵, 두더지, 족제비, 뱀, 아무르 장지뱀 등의 존재를 실물을 보거나 혹은 그 흔적을 발견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다. 식물의 경우 국망봉 주변에서 금강초롱 군락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외에도 여러 보호종 식물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 몇몇 지역에서 잣나무 인공조림지 및 기타 인공조림지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산불방제를 위해 마루금 상의 나무들을 벌목한 결과로 현재 마루금 상에 억새밭이 형성된 지역도 있었다.

마루금 환경조사에 대한 이상의 간략한 경과보고는 추후 보고서 작업을 통해 구체화되어 좀더 체계적으로 다루어 질 것이다. 녹색친구들에서 실시한 한북정맥 환경탐사는 조사의 폭과 깊이에 있어 한계가 있었으나 적어도 한북정맥에 대한 기초적 자료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며 이후에 한북정맥에 대한 보다 깊이있고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때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글 및 정리 : 녹색친구들 권광현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