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맵 대장정>그린맵 대원들, 낙동강을 만나다

2005.08.01 | 백두대간

대장정 3일째, 여기는 부산이다. 휴가철을 맞아 일년 중 어느 때보다 바쁜 부산에 그린맵 대장정 대원들은 사람들로 붐비는 해수욕장이 아닌 고요한 새들의 나라, 울숙도와 쓰레기에 신음하는 도요등을 찾았다. 자연보호를 실천하기 위한 그린맵 대원의 여정은 오늘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철새 공화국을 찾아서



대장정 3일째, 대원들의 발걸음은 국내 최고의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로 향했다. 을숙도는 낙동강 물줄기와 남해 바다가 만나서 빚어낸 자연의 걸작품이다. 강의 끝이면서 바다의 시작이기도 한 을숙도는 문화재 보호구역, 습지보호구역 등 5개의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국내외 어느 곳을 찾아도 중앙정부가 5개의 법으로 지정해서 보호하는 사례는 없다. 또한 환경에 대한 인식이 요즘 같지 않았던 1966년, 을숙도는 그 때부터 국가자연문화재로 인정, 천연기념물 169호로 지정되었던 만큼, 환경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인정할 만큼 큰 가치를 지닌 장소이다. 한 폭의 산수화가 현실로서 나타나는 이곳, 을숙도에서 누구든 신선이 아닌 사람이 없었고 새가 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동북아 최고의 습지, 하지만 이 같이 아름다운 을숙도도 사실 오랫동안 아픔을 겪어 왔다. 1988년 낙동강 하구둑 건설로 인해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길을 차단했고, 그로 인해 낙동강의 생태계가 심하게 교란되었다. 또한 물의 흐름을 차단 함으로서 자연의 자정능력을 막았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낙동강의 오염을 가져옴은 물론, 낙동강에서 월동, 번식하는 철새들의 개체 수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93년 시작되어 97년에 까지 지속된 을숙도 쓰레기 매립에서 현재 논란 중인 명지대교까지, 을숙도의 수난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5개의 자연보전법으로 지정되어 보호받아야 마땅할 을숙도가 부산 개발의 역사적 상징이 되어 있는 현실은 우리나라가 가치 있는 자연 환경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어김없이 보여주는 실례이다. 초록의 융단, 무성한 풀숲과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태로우면서 아름다운 풍경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도요새와 폐기물의 동거지, 도요등



낙동강의 맨 끝자락에 있는 모래섬인 도요등을 찾기 전에 낙동강하구 일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아미산을 찾았다. 아미산은 그 모양이 마치 미녀의 눈썹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백두대간낙동정맥의 끝을 맺는 곳인 아미산이 그에 걸맞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 아미산의 왼편에는 아파트 5단지가 세워져 있고, 반대편에는 현재 롯데 캐슬이 건설 중이다. 특히 건설중인 롯데캐슬은 아미산의 마루금을 일직선으로 잘라버렸다. 영남의 정기, 나아가 민족의 정기를 잇는 산줄기를 초호화 아파트단지가 파괴하고 있다. 생태 축을 차단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파괴시키는 부산의 난개발의 절정이 바로 이곳 아미산이다.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 아미산에서 내려온 뒤 찾아간 곳은 다대포에서 배 타고 3분거리인 도요등이다. 동북아 최고의 철새 도래지, 낙동강 하구 생태계 보전지역은 도요등, 백합등, 대마등, 그리고 을숙도를 포함한 34,802km 구역을 말한다. 그 중 면적이 제일 큰 곳이 바로 도요등이다. 낙동강에서 바다로 향하는 모래섬 중 최남단에 위치한 도요등을 아는 사람을 별로 많지 않다. 사람의 출입으로 인해 철새의 번식이 방해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보호받는 도요등에서 처음으로 본 것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모래사장이었다. 바다에서 떠밀려온 어망, 스티로폼으로 된 부표 등의 해양 폐기물과 페트병과 비닐봉지 등의 육상 폐기물이 도처에 흩어져 있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 위치한 도요등에는 해양과 육상에서 떠밀려온 쓰레기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 특히 장마철 등 민물이 한꺼번에 불어나, 많은 양이 바다로 방출되는 때에 도요등의 쓰레기 유입량은 극도에 달한다. 쇠제비 갈매기가 알을 낳는 도요등의 모래사장에는 옷가지와 술병, 애기젖병, 소파, 텔레비전, 냉장고 문짝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었다.



언제까지 넋 놓고 이 참담한 풍경을 바라볼 수 만은 없는 일, 그린맵 대장정 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쓰레기 수거를 시작했다. 이윽고 쓰레기 분리수거가 끝나자 쓰레기장이었던 도요등이 마치 운동장 모랫바닥처럼 고운 입자를 드러냈다. 지친 철새들이 다시 찾아와 이곳에서 쉼을 얻을 수 있기를, 돌아오는 길에 깨끗하게 변한 도요등을 바라보면서 대원들은 간절히 기원했다.

낙동강 물에는 오늘도 탁한빛의 물이 흐른다. 퇴색해 버린 물결은 인간에 의한 오염과 개발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런 낙동강에도 희망이 남아 있는 이유는 습지와 갯벌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의 재 순환이 일어난다는 것 때문이다. 올해 완료된 을숙도 서안의 생태복원사업지에는 이미 어린 갈대들이 힘차게 자라나고 있었다.

글 : 그린맵 공동취재단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