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이 일구어낸 소중한 결실, 도로중복투자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다!

2005.10.05 | 백두대간

녹색연합은 지난 2005년 7월 18일 도로중복투자 문제를 제기한 이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9월 14일 국회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었다. 이러한 녹색연합의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지난 9월 28일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예산낭비신고센터와 언론을 통해 지적된 예산낭비 사례 184건 중 33건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33건의 예산낭비 사례에는 녹색연합이 지적했던 도로중복투자 문제제기도 포함되었으며, 이에 기획예산처는 도로중복투자 해결을 위한 중장기 제도개선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서 비공식 발언이기는 하지만, 9월 14일 정장선의원과 녹색연합이 공동 주최한 ‘도로중복투자 무엇이 문제인가? – SOC 건설사업 예산낭비 제거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했던 건설교통부 도로정책팀장은 올해 말까지 녹색연합이 지적했던 도로중복투자 구간에 대해서 투자적정성을 재검토할 예정에 있으며,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공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로중복투자 방지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세워진 것이며, 실제 일부 구간에서는 계획되어 있던 공사가 진행되지 않게 되어 그 만큼의 농지와 산림면적을 지키게 된 것이며, 생태축 단절을 막아내는 성과를 녹색연합 회원들의 힘으로 일구어 낸 것이다.

녹색연합이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녹색연합이 왜 도로중복투자 문제를 다루는가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곤 했다. 이 질문의 대답을 시작으로 위와 같이 작은 결실을 맺은 도로중복투자 문제제기에 대해서 ‘녹색의 눈’으로 다시 한번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녹색연합이 도로중복투자 문제를 다루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녹색연합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백두대간보전운동을 위해 현장을 다니다 보면 도로가 다른 어떤 국책사업 못지않게 환경을 파괴하는 요소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반도 생태축의 핵심인 백두대간을 포함한 낙동정맥 등 주요 산줄기의 생태축을 단절시키는 것이 도로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백두대간 주능선 고갯마루를 지나는 도로만 77개(포장도로 50, 비포장도로 22)에 이른다. 여기에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정맥들을 지나는 도로들까지 합하면 그 개수는 정확히 얼마일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생태축 단절이란 야생동·식물들의 서식처가 도로로 둘러 쌓여있는 섬으로 고립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축 단절은 서식지 규모를 줄어들게 하여, 야생동·식물들의 고립을 초래하고 종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때문에 곰, 호랑이 표범 등 넓은 서식 공간을 필요로 하는 대형 포유동물들은 그 개체수가 줄어들고 끝내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먹이사슬의 상층을 구성하는 대형 포유동물들의 감소는 먹이사슬의 하위단계에서 특정종의 증가와 종구성의 단순화를 초래한다. 현재 멧돼지나 고라니 등의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이처럼 먹이사슬이 끊어진 탓이다.

생태축 단절 이외에 중요한 환경문제는 도로건설이 산림과 농지면적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산림청에서 발간한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 도로로 전용된 산지의 면적은 5,221ha로 전체 전용된 산림면적(29,796ha) 중 두 번째 비율(17.5%)을 차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10년간 도로·철도 등 공공시설에 따른 농지 전용은 무려 64,591ha이며, 작년 한해만도 5,742ha로 여의도 면적의 6.5배에 이른다.
이 모든 것이 도로로 발생하는 환경파괴의 직접 요인이다. 뿐만 아니라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으로 로드킬(road-kill, 도로에서 발생하는 야생동물의 교통사고사망)이 발생하고, 차량에서 내뿜는 배기가스로 대기오염과 기후온난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녹색연합은 도로문제에 집중하게 되었고, 현장 조사를 다니며,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낀 것이 도로 중복투자의 심각함이었다.



고속도로와 국도 중복구간의 자세한 현황은 녹색연합 홈페이지 온라인 자료실 토론회 자료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앞으로 바꿔야할 두 가지 핵심 내용만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고속도로와 평행한 2차선 국도구간에서 모든 국도를 현재와 같이 4차선 고규격 도로로 확장하는 획일화된 국도공사는 중단되어야 한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국도와 고속도로가 평행한 구간에서 국도의 교통량은 평균 35~40%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일일 교통량이 10,000대에 못 미치고 있거나, 교통량이 감소하는 추세의 구간에서 4차선 국도확장은 재고해야 한다.
둘째, 국도의 4차선 확장공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그 일대 지역에서 30분 안에 고속도로 접근이 가능한 지역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신설공사를 재검토해야 한다.
위의 두 가지 핵심사항을 무시하면, 고속도로와 국도 중복투자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문경-이화령-수안보 구간과 같이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자연을 훼손시키는 잘못이 반복될 것이다. 문경-이화령-수안보 구간의 경우 이격 거리가 500m도 채 안 되는 공간에 이화령을 지나는 4차선의 3번 국도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병행하며, 옛 3번국도가 그대로 놓여있다. 특히 국도인 이화령터널은 정부가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한 구간으로 민자사업자인 새재개발(두산건설 자회사)이 1998년 완공하였으나, 실제 교통량이 예상교통량에 턱없이 못 미쳐서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구간이다. 이에 새재개발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지난 2004년 12월 29일 법원으로부터 국가가 704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았다. 중복투자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예인 것이다.

공사 구간 중 중복투자 등 불필요한 도로건설이라고 추정되는 구간의 연장길이는 총 597km이며, 공사비는 무려 9조 599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 도로중복투자의 핵심문제는 중복투자 도로가 환경문제를 가중시키는 동시에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데 있다. 만약 불필요하게 투자되는 도로건설비용을 복지 분야로 돌린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의 변화는 월등히 개선될 것이다. 예컨대, 출산율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의 1년 보육예산은 6,000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불필요한 도로건설 예산을 보육예산으로 돌린다면, 저출산 현상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 하나를 더 살펴보자.  우리나라가 국선변호사지원 예산(162억 원)은 미국(3조 4,254억 원)이나 영국(2조 2,816억 원)의 1/20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국선변호사와 관련하여 대법원 관계자는 한 시사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1,000억 원만 확보된다면 현재 사회에 만연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의식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서 살핀 두 가지 사례는 한정된 재원을 어느 부분에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의 기능이 같다는 말에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확히 짚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것이고, 그것은 우리 국토의 황폐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론이 어떻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론과 상관없이 -이론이 옳지 않던, 이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던 간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잘못은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은 책상머리 행정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녹색연합과 많은 시민들의 관심으로 건설교통부와 정부의 도로정책에 대한 변화의 씨앗을 뿌렸다. 이제 막 뿌려진 씨앗이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며, 이 일의 주체를 맡고 있는 건설교통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변화를 일구어낸 녹색연합의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을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며, 후원해 주시는 회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글 : 녹색연합 녹색도시국 윤기돈 국장 / 02-747-8500 kdyoon@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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