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병산 개발, 이대로 좋은가?

2005.12.23 | 백두대간

지난 12월 22일, 국회에서는 녹색연합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이 함께 『자병산 개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자병산 생태복원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1978년부터 지금까지 자병산에서 석회석광산개발을 하고 있는 라파즈한라시멘트(주)와 광산개발에 대한 사후관리와 복구 관리의 책임을 맡고 있는 환경부와 산림청, 생태복원 전문가인 호남대 오구균 교수, 법제도와 관련하여 박서진 변호사, 그리고 이번 토론회를 준비한 우원식 의원과 제종길 의원이 함께 했다.

지난 10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은 자병산 현장시찰을 통해 한국의 불명예스러운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며 개발로 신음하는 자병산 현장을 직접 목격하였다. 이후 막개발 사업으로 파헤쳐진 자병산을 원래 생태계로, 그리고 주변 자연과 조화로운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제대로 생태복원을 논의하고 계획하는 자리로 준비된 것이 이 토론회이다.  

“백두대간의 생태계 문제는 어느 누구도 놓쳐서는 안 될 우리 겨레의 생명줄로 이 문제는 당파와 이해관계도 넘어서고 파쟁의 벽도 초월한다”는 녹색연합 박영신 상임대표의 인사말씀처럼 자병산의 생태복원을 위해 라파즈한라시멘트(주)와 백두대간 보전의 책임을 가진 정부기관, 그리고 녹색연합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인 것이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의 ‘자병산 개발사업과 복원계획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지적으로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현재 자병산(872.5m)은 1978년부터 시작된 개발 사업으로 산정상부 70m가 깎여 내려간 상태이며, 이후 추가개발이 이어지면 150여m 가 더 내려가 산 정상이 200m 더 주저앉게 된다. 그러나 생태복원에 대한 계획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아 이대로 2023년까지 석회석 광산 개발을 하게 된다면 자병산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은 영영 불가능한 일이 된다.



또 이어진 발제 ‘자병산 개발 사례로 본 광산 관련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서는 그동안 여러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온 박서진 변호사의 날카로운 해석으로 자병산 생태복원을 위한 법제도 개선의 여지를 타진해 보았다.

자병산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개발 업자가 주장하는 국가기간사업으로의 석회석 채광,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병산과 자병산에 살고 있는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뭇생명들의 생명을 담보로 불필요한 댐과 도로를 만드는데 쓰이는 석회석 생산을 해 왔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자병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먼지와 소음으로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자병산의 솔나리가 탁한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은 고운 분홍빛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국내 석회석 수급량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건설 자재 재활용 등으로 자병산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석회석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병산은 석회석 채광지가 아닌 백두대간 핵심구역으로 생태계연결고리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

이제는 더 이상 개발사업의 명분 세우기를 끝내자. 개발 뒤에 감쳐진 자병산의 아픔을 더 이상 숨기지 말자. 자병산의 생태복원을 위해 보전의 책임을 갖는 정부기관이 라파즈한라시멘트(주)가 제대로 된 생태복원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감시와 관리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윤담보가 되지 않았을 때 사업자가 상처만 남기고 떠나가게 될 자병산과 지역, 지역주민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환경부와 산림청, 그리고 복원의 책임자인 라파즈한라시멘트(주), 생태복원전문가들이 모여 자병산의 생태복원 기본 계획, 설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꾸준히 논의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길 바란다.

백두대간보전팀 남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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