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는 상처

2005.07.25 | 백두대간

내 몸이 튼튼할 때 살갖은 윤기가 흐르고 탄력이 있어 보는 이들이 부러워한다. 설악산어머니도 그런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이했었다. 아름다웠고 그 너른 품속은 뭍 생명들이 깃들어 사는 곳이었다. 품속에 들면 짐승들의 자국이 널려 있었고 자국마다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들도 작은 생명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산길을 걸으면서 바삐 서두르지 않았고 때마다 피어나는 산풀꽃에 눈길이 머물렀으며, 살갖을 스치는 바람에 온몸을 맡겼었다. 마음은 한없이 한가로웠고 설악산은 생명의 소리로 가득했었다. 가장 험하다고 여겨지는 공룡능선은 말없이 누워 백두대간을 이었고, 물줄기를 동해와 서해로 갈랐다. 해가 뜰 때면 온몸을 붉게 물들였고, 중천에 해가 걸리면 속살 깊이 스며드는 햇살로 뭍 생명을 길렀다. 해가 지면 어둠 속으로 모습을 숨겨 하루를 닫았다. 그 산이, 그 산길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 눈앞에 아픔을 드러내며 누워 있는지 알고 있는가. 2005년 7월 그 자리에 다시 서서 통곡했다. 어쩌지 못하는 나의 한계를 느꼈고 망연히 산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다시 마음을 다잡아먹었다. 병든 어머니를 위해 못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비구름 속으로 설악산어머니는 몸을 숨긴다. 그렇게 숨어 버리십시요. 구름아, 걷히지 말아다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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