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세계유산 등재를 함께 생각하며

2006.02.21 | 백두대간

▲ 사진제공 : 코리아루트

                                                                                                        박 영신 (녹색연합 상임대표)

아득한 옛날 삶터를 찾아 나선 우리 겨레의 어버이들이 마침내 오늘의 백두대간을 찾아 거기에 진을 친 것은 뒷자손들에게 축복이었습니다. 그들이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을 찾을 수 없어 이 땅에 자리 잡아야겠다고 했던 바로 그 뜻대로, 대대로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왔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그러나 오래 동안 잊혀져 왔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워 별것 아닌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리하여 찢기도 하고 깨기도 하고 파내기도 하고 뭉개기도 했습니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비명을 지르며 허연색 피도 흘렸습니다. ‘아름다운 생명’은 그렇게 신음하며 버려져 있었습니다. 탐욕스런 인간들이 주저하지 않고 벌인 강탈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녹색연합은 그 소리를 듣고 달려갔습니다. 깨어있는 시민들과 함께 백두대간이 내쉬는 거친 숨결을 다시 느꼈습니다. 그 상처를 싸매고자 했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힘을 모아 보살피고자 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백두대간’입니다. 법을 만들어 지키고 이름을 알리고 잊혀진 삶의 이야기도 새삼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백두대간은 남녘에만 뻗어 내린 큰 줄기가 아니기에, 그것은 북녘에도 뻗어있기에 아니, 모든 줄기가 북녘 백두에서 뻗고 백두에 이어져 있기에, 백두대간의 일은 어느 경계선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닙니다. 남녘의 일이자 북녘의 일입니다. 백두의 큰 줄기는 휴전선의 표지판을 읽지 않으며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휴전선도 가로지르고 철조망도 넘어섭니다. 한 정부의 것도 아니며 한 체제의 것도 아닙니다. 이 땅의 것이고 이 땅의 자연이며 이 땅의 문화입니다.

백두대간을 보살피는 일은 그러므로 어느 한 쪽의 어깨 위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그 생명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특권이 이 땅의 모든 생명체에 주어져 있듯이 그 아름다운 생명을 지키는 책임 또한 이 땅의 모든 생명체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따져보면 백두대간은 이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사람들, 지구 공동체의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보살피고 함께 누려야 할 ‘자연이며 문화’입니다. 이 땅에 뻗친 산과 강이기에 핏줄로 이어진 우리 동포의 것이라 하여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우리만의 것일 수 없습니다. 지구 공동체로 살아가야 하는 오늘, 백두대간은 우리의 것인 동시에 지구인 모두의 것이고, 함께 지키고 보살펴야 할 모든 지구인의 ‘자연․문화유산’입니다.

지구인의 자연․문화유산인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을 보호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지를 다시 살펴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그 산줄기 속에 세계 전체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생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그 속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식물의 서식지가 있다는 것을 논증하여, 이 생태계를 세계 공동체의 것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백두대간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그 문화와 역사 속으로도 들어가고 그것이 지닌 사회의 의미도 찾아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우리는 이 점 익히 알고 있습니다. 만만찮지만 녹색연합은 그 나름의 일을 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이 일에 나서야 하고 다른 나라의 협력도 얻어야 하며 범세계 수준의 전문가 집단들로부터 이해와 인정도 받아내야 합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헌신 또한 기본 요건입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백두대간에 대한 다학문의 협력 연구도 진행되어야 합니다.

세계의 유산 백두대간을 알리고 보전하기 위한 일은, 가능성으로부터 그 실현 전략에 이르는 거대한 계획을 두고 벌이는 복잡한 긴 이야기의 한 가닥 실마리가 되는 데 그 뜻이 있을 것입니다. 녹색연합이 그 한 가닥 실마리를 풀며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이 글은 『백두대간, 세계유산으로 등재 가능한가』 심포지엄 자료집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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