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넘치게 하자

2007.01.23 | 백두대간

얼마 전 독일 환경수도 프라이부르그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자전거도시로 환경연수를 다녀온 지역활동가들은 많은 감동과 부러움을 드러내었다. 이들 도시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30-40%에 달해 공기가 맑고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으니 모두가 살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득 자동차가 도로와 골목길에 가득 찬 우리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공기는 오염되고 교통혼잡으로 짜증과 욕설이 난무하고, 아이들은 호흡기질환과 아토피성 질환으로 병원에 장사진을 이룬다. 건설교통부는 백두대간 생태축을 잘라내고 야생동물 로드킬을 뒷전으로 한 채 처방전으로 수없이 신규 도로를 건설해도 교통혼잡, 대기오염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중북, 과잉투자해서 소중한 시민의 세금을 5조원 이상 낭비하고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만 늘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007년 국가 예산을 보면 사회일자리 창출 등 공공성은 갖는 예산은 줄고 수송, 교통 등 지역 민원성 예산은 늘었다. 2007년 교통시설 특별회계 10조7천억 원 중 도로계정은 6조 4천억 원으로 도로건설 비용이 60%에 이른다. 여전히 정부 교통정책은 자동차 이용을 늘리는 자동차 도로 건설을 위주로 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초대형 관용전용차를 타는 고위관료와 정치인이 줄고 자전거와 도보를 즐기는 관료들이 늘면 교통정책이 바뀌려나.

그동안 정부가 대형국책사업으로 주도해 온 사회기반시설은 이제 공급과잉에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파괴와 주민생존을 앗아가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공급논리로 댐, 도로, 원자력발전소, 갯벌매립을 확대해 온 정책은 생태계파괴와 환경갈등으로 깊은 성찰과 발상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녹색상상력과 생활력 있는 정치와 행정이 필요하다. 대규모 토목프로젝트에 시민의 상상력과 생활력을 빼앗기고 있다. 소외된 지역민심을 볼모로 진행하는 도로건설 등 토목프로젝트는 지역이 갖는 자생력과 주민의 상상력을 앗아가며 과거 선거 시기 주민을 동원하는 방식에 다름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선후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대권을 향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씨의 경부운하 구상도 그 중 하나이다. 백두대간에 24km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한다는 발상부터 괴이하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가르지 못한다는 자연의 이치와 물의 흐름을 한참 모르는 소리이다. 국가의 경제성장 동력을 환경파괴형 토목사업에서 찾는 낡은 수법이며 우리나라 교통과 물류체계를 근본으로 진단하지 못한 처방이다. 벡두대간을 뚫고 하상을 정비하고 댐을 지어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의 물줄기를 거덜 낼 일이다.

흐르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 생명을 부양하고 변화하는 자연의 이치를 아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아쉽다.
시대정신과 시민의 공공가치를 실현할 대안과 생활력 있는 정책을 실천할 정치인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시민정신이 살아나길 기대한다. 경쟁과 불신, 개발이 만연한 사회에서 배려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희망한다.

희망의 단서가 되어 준 자전거를 다시 생각한다. 자전거를 마음 놓고 타는 사회가 되면 배려와 공존의 가치가 보편성을 가질 것 같다. 비로소 생명과 평화에의 깊은 인식이 싹트는 것이다.
자전거가 자동차처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자전거 점포와 수선집이 정겹게 지역기반이 되고, 전국 자전거도로망과 지도를 가지고 20%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자랑하는 미래를 준비하자. 국가 장기교통계획안에 자전거정책을 중요하게 세우고 시민들의 생활로 자리 잡게 하는 새로운 상상력과 생활력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이다.
무엇보다 대형 개발프로젝트에 민심을 내놓지 않고 시민가치를 지키는 시민의식이 중요할 것이다.

* 1. 22 서울신문 칼럼 ‘녹색공간’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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