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녹색통일’을 꿈꾸다

2007.09.06 | 백두대간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 했던가. 지난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청소년 통일.환경교육’을 만들기 위한 고민으로 갔던 2박3일간의 금강산 여정은 내게 그 말의 의미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밟는 북녘 땅. 남측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입국(?) 수속을 하고 북측 땅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마치 마법의 나라에라도 들어가는 마차인 듯, 스치는 풍경 하나하나를 놓칠 수가 없었다. 불과 십여 분을 달려 작은 막대기둥 하나가 표식인 ‘분단의 선’을 넘자니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이렇게 가깝고 쉬운 길인데.. 강원도 화진포에서 금강산 관광 특구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출입국 수속을 빼면 고작 30분 정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던 금강산 호텔에 여장을 풀고 북녘 땅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 이른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금강산에 오른다. 수해 때문에 기대했던 내금강 쪽은 가지 못하고 외금강의 ‘구룡연’ 코스를 올랐다. (금강산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안쪽을 ‘내금강’, 바깥쪽을 ‘외금강’이라 하고, 인근 바다의 수많은 암석들이 있는 곳을 바다의 금강산이라고 하여 ‘해금강’이라 부른다)

구룡연 코스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행길이다. 계곡 중간중간 놓여있는 다리들을 건너가며 등산길이 나 있다. ‘구룡폭포’를 거쳐 선녀와 나뭇꾼 전설이 있는 ‘상팔담’까지 총 4시간에서 5시간이 걸리는 산행길이다.

산삼과 녹용이 흐른다 하여 지어진 이름의 ‘삼록수’를 지나 바위들로 막힌 틈을 지나야 하는 ‘금강문’을 넘어서니 수정같이 맑은 물이 폭포를 이루며 구슬같이 흘러내린다는 ‘옥류동’에 다다랐다. 그리고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는 ‘무대바위’를 지나 한참을 가니 드디어 구룡폭포가 보이는 ‘관폭정’에 도착했다. 구룡폭포는 가까이는 가지 못하고, 관폭정에서 바라다 보는 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산을 오르는 곳곳에 내력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그런지 남측에서 하던 등산과는 사뭇 다른 산행을 하게 된다. 얼마나 빨리 정상을 오르냐 시합하는 것처럼 오르지 않고, 바위 하나, 풀 하나의 의미를 새겨가며 걷자니 하늘빛, 물빛도 몸과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듯 하다.

금강산(봄), 봉래산(여름), 풍악산(가을), 설봉산(겨울). 이렇게 여러 이름을 가질 정도로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금강산은 남측의 수려한 산들과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었다. 금강산 아래쪽 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한다며 계곡물에 손도 씻지 못하게 엄격하게 관리하는 덕분인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은 정말 푸르도록 맑았다. 그리고 오로지 한 길만 등산로로 나있어 갈래갈래 수많은 길들이 펼쳐져있는 남측 산들과 비교가 되었다. 함께 산행을 한 관광객들과 금강산이 더 이상 개발되면 안되겠다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  

금강산은 녹색연합의 주요 보호활동인 ‘백두대간’상에 있는 산이다. 우리 국토의 등뼈를 이루고 있는 백두대간의 반쪽이 아닌, 온전한 몸을 지키고자 하는 일이 바로 ‘녹색통일’을 이루는 일일 것이다. 아마도 내년 쯤, 금강산에서 ‘통일’과 ‘환경’을 이야기할 미래세대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작은 회색기둥 하나뿐인 군사분계선을 다시 건너왔다.

글 : 녹색연합 김혜애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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