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와 백두대간

2008.01.30 | 백두대간

경부운하_재검토_중간보고.pdf

                                                     경부운하와 백두대간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가 될지도 모를 경부운하 건설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부운하기 국운융성의 길이라 하고 있고 다른 쪽에선 한반도 생태계 파괴는 물론 식수오염, 대규모 홍수 등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경부운하와 관련하여 숱한 논쟁이 있지만 모두 생략하고 필자는 경부운하와 백두대간에 관한 내용만 언급하기로 한다.

“산은 물을 가르지 아니하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유 지리체계인 백두대간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쉽게 이해할 것이다. 이는 바로 백두대간 개념의 핵심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이며, 한반도 산줄기 체계를 상징하는 말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발원하여 지리산까지 단 한 번도 물줄기에 의해 끊이지 아니함은 물론 물줄기의 흐름도 방해하지 아니한 채 그렇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백두대간의 개념은 일제치하의 자원수탈 정책에 따라 태백산맥 등 산맥체계로 대체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하였으나 이를 살려낸 것이 녹색연합을 포함한 환경․산악단체와 학자들의 노력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살려 내어 교과서에 등재되고 지도에 표기됨은 물론 백두대간 보호법을 만들어 보전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백두대간이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경부운하 때문이다.

경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기 위하여 백두대간 조령 구간에 폭과 높이가 20미터 이상이고 길이 26킬로미터 이상의 대규모 터널을 뚫어 물줄기를 연결하고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공 터널이나 수로를 통해 물이 백두대간을 통과하거나 넘어가게 하겠다는 발상은 바로 백두대간의 핵심개념 ‘산은 물을 가르지 아니하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를 근본에서부터 부정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지리체계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만약 이명박 당선자나 인수위원 등 핵심 측근 중에 백두대간, 즉 우리 지리체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백두대간에 물길을 내어 경부운하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하지 않았거나 일찌감치 접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토목공사로 경기를 부양하고 민심을 얻어 보겠다는 얄팍한 계산 때문에 백두대간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이명박 당선자에게 우리민족의 상징이자 고유의 지리체계인 백두대간을 지켜야 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물이 이명박 당선자의 주변에 단 한명도 없는 것이 우리가 맞이해야 할 차기 정부의 안쓰러운 모습인 것이다.

일제에 의해 빼앗겼던 백두대간, 우리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쇠말뚝이 박혔던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에 이제 새로이 대통령이 될 사람이 앞장서서 커다란 구멍을 내고 물을 흘려보낸다면 누가 이를 국운융성의 길이라고 믿겠는가? 그리고 역사를 기록함에 있어 누가 이를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 귀에는 한반도와 우리 민족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열성조들의 통곡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이제라도 터무니없고 시대착오적인 경부운하 건설계획을 중단하고 대대로 지켜 내려온 백두대간을 제대로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해야 한다.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토를 파괴하는 토목공사가 이명박 당선자의 통치력이나 국가발전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 1월 29일자 경제시평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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