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2008.02.27 | 백두대간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경제성장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였다. 새 정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과 인수위원회의 활동에서 보여준 정책들을 보면, 또한 새 정부의 초대 내각과 청와대 주요 참모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사회의 앞으로 5년의 과정을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경제성장만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물며 다른 모든 가치를 버리고 돈의 가치만을 추구한다면 극심한 사회 혼란이 초래될 것이고 이는 곧 국민들이 삶의 질 하락과 불행을 가져올 뿐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를 온 마음으로 축하해줘야 할 일이나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새 정부의 정책들이 하나같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규모 개발사업, 토목사업들을 바탕에 깔고 있고 주요 인사들도 이를 추진하기 위한 이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새 정부 초대 내각을 구성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 있고, 경부운하 공약의 핵심을 맡았던 3인방이 모두 청와대 핵심 요직에 배치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숱한 개발정책 가운데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경부운하이다. 경부운하 예정지인 한강과 낙동강은 3천2백만 국민들의 식수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 수십조원의 예산을 들여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고 상수원보호구역에는 나룻배조차 띄우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운하를 건설하고 5천톤급 배를 상시 운항하겠다고 하니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운하 건설 예정지는 사람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녹색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한강과 낙동강 유역은 58종의 멸종위기 동식물의 중요한 서식처이며 그중에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낙동강 유역에만 서식하는 종들도 있어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이들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 지역 곳곳을 보호대상 지역으로 선정하여 특별한 관리를 해오고 있고 그 면적이 자그마치 여의도 면적의 50배에 이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보호장치를 모두 무시하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여 강바닥을 헐어내고 백두대간 한 가운데를 뚫어 물길을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가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5년 뒤에 성공한 대통령, 한국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킨 정부로 평가받길 기대한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회통합이며, 갈등의 요소를 줄여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경부운하를 포함한 대규모 토목사업들은 새 정부의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부운하를 둘러싼 갈등이 이미 우리 사회의 한 가운데에 와 있고 이를 올바로 풀어내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의 성공도, 한국사회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은 국민들이 경제성장을 위해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하는 것에 동의하는 듯이 보여 질지 모르나,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내고는 제대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으며, 대다수 국민들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과 새 정부가 경제가치만 아니라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정확히 읽어내는 혜안을 갖기를 바라며, 대통령으로서의 지도력을 확보하고 국정의 원만한 수행을 위해 국가 백년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사회 갈등만 부추기는 경부운하 계획을 지금 바로 내려놓기를 충고한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 2월 26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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