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

2010.03.21 | 백두대간

한국 골프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선전하는 모습이 매스컴을 통해 연일 보도되면서 골프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운동이 되었다. 또한 과거에는 일부 부유층의 운동으로 부정적인 측면에 부각되었지만,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골프를 특정계층만을 위한 스포츠로 비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여전히 골프를 대중스포츠로 편하게 즐기기엔 뭔가 마음 한구석에 꺼림칙한 것이 있다. 그것은 여전히 골프가 상류층으로 진입하는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도 아니고, 골프를 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돈이 많기 때문도 아니다.  

한국에서 골프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사회갈등과 이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회 비용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미국, 캐나다, 유럽과는 달리 골프장을 만들기에 적합한 지형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골프장 건설을 위해 멀쩡한 산지나 농경지를 훼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발생하고 환경파괴 논란이 언제나 뒤따르게 마련이다. 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건설하는 골프장이 버젓이 공익시설로 둔갑하여 사유재산까지 강제로 수용하면서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또한 골프장 인허가를 둘러싸고 각종 비리와 불법이 자행되고 있고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로 수많은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처를 빼앗기고 있다.

2009년 한해동안 산불로 1,381헥타아르의 산림이 훼손되었다. 그런데 골프장 건설로 한해 사라진 산림은 무려 3,418헥타아르에 달했다. 산불로부터 산림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정성과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그 보다 훨씬 많은 산림이 골프장으로 사라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모로쇠로 일관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산림청과 환경부는 임목축적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불법과 허위조작을 눈감아주고 일부 공무원은 뇌물까지 받아가면서 산림파괴를 부추기고 있다. 산림청에서 임목축적 조사를 제대로 하였다면, 환경부에서 수십여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음에도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를 고의로 누락시키지 않았다면 골프장으로 인한 난개발과 분쟁은 상당부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발업자들이 골프장 건설에 혈안이 되어 있지만 골프장이 경제성이 있거나 추가 건설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남한 땅엔 477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고 119개의 골프장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그 면적은 무려 여의도 면적의 63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미 수요에 비해 골프장이 포화상태를 이루어 많은 골프장들이 심각한 재정적자를 나타내고 있고 심지어 도산 위기에 처한 곳도 적지 않다. 이웃 일본에선 한국처럼 마구잡이로 골프장을 지었다가 500개에 달하는 많은 골프장들이 재정적자로 인해 파산을 하였다. 한국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속에서도 골프장 건설은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롯데와 CJ그룹과 같은 대기업들이 골프장 건설에 앞장서고 있고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인천 계양산, 부산 백양산과 같은 도심의 허파역할을 하는 녹지축을 불법으로 파괴하고 생태계의 보고인 인천 굴업도를 송두리째 골프장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나는 골프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골프 자체가 나쁜 운동이라고 폄훼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주민들이 사유재산권까지 침해하면서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골프장을 지어대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멀쩡한 산림을 파헤쳐 개발업자들의 속만 채우는 어리석은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 이 글은 경향신문 3월 19일자게 게재된 칼럼입니다.

최승국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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