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골프장이 부족한가요?

2011.03.04 | 백두대간

최승국(시민운동가)

전국이 골프장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에 400여개의 골프장이 이미 운영되고 있는데도 현재 건설 중이거나 추가 건설예정인 골프장이 250여개나 이른다. 국토면적의 3분의 2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이 많은 골프장 건설이 타당하고 경제성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지금 있는 골프장으로 아직도 부족한지 따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골프는 이미 대중스포츠가 되었고, 많은 국민들이 세계무대를 빛내고 있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만큼 골프는 우리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필자는 골프를 종하하진 않지만 골프라는 스포츠가 갖는 긍정의 기능을 인정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금처럼 골프장이 마구잡이로 지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 그리고 호주와 같이 넓은 국토와 평지가 발달한 곳에서 골프도 함께 성장해 왔고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토의 대부분이 산림지대인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울창한 산림을 파괴하고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들을 쫓아내야만 골프장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의 심각한 갈등도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까지 나서서 마구잡이식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필자가 골프장 건설에 우려를 표현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경제성을 따져보아도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가 더 크다. 일부 골프장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도산 위기에 처해 있고 회원권의 값도 절반으로 떨어진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골프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되는 듯 신규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골프산업의 미래는 이웃 일본을 보면 쉽게 예측된다. 일본도 한국처럼 마구잡이로 골프장을 건설하였다가 거품이 빠지면서 전체 골프장의 3분의 1이 문을 닫았고 20년 전에 5억8천만원 하던 회원권은 지금 2천5백만원대로 폭락했다.

골프장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것은 골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영업이익 감소율이 30%를 넘어섰고 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세금감면 등 추가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골프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를 찾아와서 신규 골프장 건설을 막아달라고 하소연을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 경제성도 없는데 왜 골프장을 계속 지으려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회원권 분양가와 골프장뿐만 아니라 다른 시설과 함께 운영하는 복합 레저단지로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적자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골프장이 공익시설로 둔갑해 있기 때문에 건설허가가 쉬운 것도 한 몫 한다. 건설예정부지 80%를 매입하면 나머지 20%는 개인 소유지라도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환경영향 평가도 한몫 거들고 있다. 실제 녹색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골프장 건설 예정지엔 숱한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음에도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것이 전부 누락되었고 환경부는 그 상태에서 공사를 허가해 준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금도 강원도를 비롯하여 많은 곳에서 골프장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건설업체, 그리고 환경부 등과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제 곧 바쁜 농사철이 되는데 구제역 등으로 실의에 빠져있는 농민들이 골프장으로 인해 농사마저 포기하고 골프장 건설을 막겠다고 싸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

* 이 글은 3월 5일자 경향신문 ‘환경칼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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