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남대천 연어를 찾아서…

2006.10.25 | 백두대간

10월 말에서 11월은 저 멀리 알래스카 베링해로 나가 살던 연어들이 돌아오는 때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강원도 양양의 남대천에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연어들의 70% 가량이 몰려든다고 해서 대간지킴이는 이번에는 양양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주말 고속도로 위의 정체를 피할 수는 없었고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양양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양양의 연어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부터 연어의 종류와 습성, 성장과정, 산란과정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역시 전문가의 설명이 홍보책자보다 더 큰 효과를 가지는 것 같다.



이곳 양양 연어연구센터에서는 남대천으로 돌아온 연어들을 포획해 암컷, 수컷으로부터 각각 알과 정액를 채취해 수정시킨 뒤 치어로 성장시켜 이듬해 봄에 방류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 연어들은 동해를 거쳐 멀리 알래스카 근처 베링해로 가서 살다가 3~5년이 지나면 알을 낳기 위해 다시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자기가 태어났던 하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도중에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도 하고 인간에게 잡히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해서 회귀율은 1%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강한 개체만 부화하고 살아남게 되는데 인위적인 기술로 인공부화를 시키니 종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사람도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 오래 살고 잘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연어는 연어대로 잘 사는 게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런 연어가 예전에는 동해 남해 가릴 것 없이 찾아들고는 했는데 지금은 수질 악화와 수온 상승 때문에 동해안의 몇 하천에만 돌아오고 있다. 연어는 냉수성 어종이라 수온과 수질이 연어의 생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맘때면 연어가 남대천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수온이 높아 하구 근처에서 머물기만 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연어의 채란과 수정 작업은 이튿날 다시 와서 보기로 하고 연어축제가 벌어지는 남대천 둔치의 행사장으로 향했다.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기치 아래 우후죽순으로 생긴 축제들은 어쩌면 행사장 가득 찬 음식점과 토산품 판매장을 통해 그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전국 어디 어느 축제를 가나 비슷한 형식에 새로울 것 없는 구성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살려 짜임새 있는 내용에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담았으면 좋으련만..

연어 축제장인 남대천에서 연어잡기 체험행사가 벌어지는 것을 구경했다. 남대천에 그물을 쳐놓고 바다에서 잡아온 연어를 풀어 사람들이 들어가 맨손으로 연어를 잡는 방식이었다. 남대천에는 바다에서 영문도 모르게 잡힌 연어와 사람이 뒤엉켜 연어 반, 사람이 반이었다.

축제 구경도 그쯤 하고 연어가 남대천으로 들어와서도 상류로 올라갈 수 없는 결정적 이유인 수중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수중보는 농업용수의 확보를 위해서 설치하는 보(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둑)인데 어류의 이동을 위해 통로(어도-물고기가 올라가는 길)를 설치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남대천 수중보의 어도는 턱이 너무 높아 연어가 뛰어 올라가기는커녕 사람도 겨우 매달려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보였고 만에 하나 올라간다 해도 통로의 경사가 심해 연어가 올라가기는 힘에 부친다고 했다. 그리고 물이 오염된 것, 하천의 깊이가 얕아진 것도 연어가 올라가기 힘든 이유다.

그렇게 하루 일정을 마치고 송천떡마을이라는 곳에 정해놓은 숙소를 찾아갔다. 옛날 방식대로 떡메로 내리쳐서 떡을 만드는 걸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우연찮게도 우리의 숙소가 그 마을에서도 가장 유명한 집이었다.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께서 그날 오후 떡을 만들고 남았다며 맛보라고 주신 떡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새벽에 떡 치는 소리에 잠을 깬 몇몇은 구경하러 나가서 갓 만든 떡을 얻어먹을 수도 있었다.

둘째날 아침, 송천떡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양수발전소 하부댐을 둘러보았다. 길 가에는 양수발전소 건설과 이어져 설치되는 변전소에 대한 주민들의 설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몇 년에 걸친 댐 건설 반대 운동을 기어이 무력화시키고 지은 댐, 올해 여름에는 하부댐에서 방류한 물이 남대천을 오염시켜 주민들과 마찰이 있었다는데, 이런 댐이 일년에 또 얼마나 가동될지, 그리고 어떤 문제점이 드러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다시 양양 연어연구센터로 갔다. 벌써 정치망에 갇힌 연어들을 끌어와 암수를 구분 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두어 번 그물로 연어를 끌어 오더니 연어의 머리를 나무방망이로 내려쳐 기절시킨 뒤 컨베이어벨트로 둔치 위 채란장으로 올려 보냈다. 그곳에서는 암컷 연어의 배를 갈라 연어알을 꺼낸 다음 수컷 연어의 정액를 짜내 섞는 작업을 했다. 전날 설명을 다 들었지만 실제로 그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자니 연어의 목숨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모든 작업이 속전속결로 금세 끝났다. 숙련되면 빨라지고 빨라지면 그 속도를 따라가느라 연어의 일생을 생각을 할 수도, 감정을 느낄 수도 없게 되는 것이리라…

사실 나는 연어라고 하면 삐죽 솟은 설산을 배경으로 시커먼 곰이 개울 한가운데 서서 넙적한 앞발로 물을 때려 연어를 잡아 올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고로 우리나라에도 연어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어쩌면 훗날 누군가 ‘예전에는 연어가 가끔 찾아오곤 했다더라.’며 이야기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물을 거슬러 오른다는 연어의 역동성이 남대천의 말라가는 물과 만나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듯 해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가 찾아간 남대천은 비교적 하류였음에도 강의 하류답지 않은 유량을 가지고 있었다. 비가 내려 땅과 숲이 물을 머금고 건조할 때에 그 물을 내보내 일정한 유량을 유지하는 선순환 고리가 딱히 어느 곳이라고 집어 얘기 할 것도 없는 도로 포장과 무분별한 건설공사로 인해 끊어지고 있다.

서울로 돌아오는 날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해 가을 가뭄에 단비가 되길 바랐는데 그만 폭우가 내려 또다시 강원도 일대에 큰 피해가 났다니 이거 참, 점점 무서운 일이 되어간다.

■ 글 :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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