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장관님, 보이시나요 인수봉에 펼쳐진 케이블카 반대 목소리

2010.11.22 | 설악산

쌀쌀하지만 쾌청했던 지난 14일 일요일, 북한산 정상 인수봉에 ‘케이블카 반대’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습니다. 가로 10미터, 세로 30미터에 이르는 대형 현수막으로 11월 막바지 가을산행을 했던 많은 시민들은 백운대 정상에서 이를 지켜보고 지지해 주었습니다.

이번 현수막 시위는 환경부가 지난 10월 말,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케이블카 허용 기본방침을 발표한 이후 지자체간 케이블카 건설 경쟁이 더욱 심화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반대를 촉구하기 위해 준비되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국립공원케이블카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 10여명이 인수봉으로 향해 40kg 가 되는 대형현수막을 옮기는데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현수막이 이렇게 무거울수가 있을까… 역시 언론에서 보던 대형현수막 시위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기 시작했습니다.


▲ 아침 7시부터 대형현수막 옮기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아침 9시부터 인수봉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능숙한 암벽솜씨가 있는 회원들이었음에도 날씨가 쌀쌀해 고생이 많았지요.

드디어 오후 2시 반, 현수막이 드디어 펼쳐져 첫 글자 ‘케’라는 글자가 보이자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오후가 될수록 바람이 심해지고 날씨가 더욱 쌀쌀해 졌습니다.


▲ 오후 2시 반, 대형현수막이 드디어 펼쳐지지 시작

오후 4시까지 약 7시간 동안이나 암벽에 매달려야 했지요. 참여한 회원들은 능숙한 암벽실력을 자랑하며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백운대에서도 또렷하게 우리의 목소리 ‘케이블카 반대’가 보여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 인수봉에 펼쳐진 케이블카 반대 목소리

한편, 케이블카반대 범대위 회원들은 지난 11일(목)에는 고성에서 열린 DMZ 국제컨퍼런스 앞에서 환경부장관을 상대로 피케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환경부장관은 못 본척 자리를 황급히 떠나버렸지만, 이번 인수봉에 걸린 대형현수막은 글씨가 작아서 못 보는 일은 없겠지요. 이 날, 고성 DMZ 컨퍼런스에 참여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의 보호구역위원장인 Nick Lopoukhine 에게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왜 안되는지 우리의 뜻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 IUCN 관계자와 환경부장관에게 케이블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음

IUCN 은 국제적인 보호구역의 평가와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고, 세계 국립공원을 5개 범주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환경부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IUCN의 기준에 따른 2 영역(2카테고리)에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동안 모두 휴양을 위한 목적의 국립공원에서 앞으로 경관, 생태계보전으로 목표를 전환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립공원 내에서 생태계보전의 핵심인 자연보전지구 내에서 인공시설물 설치에 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환경부 정책뿐 아니라 국제추세와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 환경부가 반대하는 국민들 목소리도 듣지 않고 있으니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글 : 고이지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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