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봉보다 더 높고 더 고독한 곳

2012.02.03 | 설악산

서울에 연이은 기상한파가 닥쳐 10분만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다. 영하로 내려가는 기온 탓에 뼛속까지 시리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잰걸음을 서두른다.

 

살 속을 파고드는 추위에 아랑곳 않고, 어제는 광화문 오늘은 과천종합청사에서 이틀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분이 계시다. 설악산 지킴이 활동하고 계신 설악녹색연합의 박그림 선생님이다. 오늘 1인 시위에는 지리산 생명연대 김휘근 간사도 함께 했다. 이들은 설악산·지리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오는 것을 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사람조차 드문 한적한 길엔 어느 순간 차들도 모습을 감췄다. 바람소리 가득하지만 산 보다 더 매서웠고, 더 외로웠다. 그들은 그렇게 소리 없는 외침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지난 해 12월 케이블카 사업을 담당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국립공원 삭도(索道) 시범사업 선정절차를 심의·의결했다. 주요내용은 이렇다.

 

1. 시범사업 검토지를 7곳으로 한정한다.

구례·남원·산청·함양(지리산), 양양(설악산), 영암(월출산), 사천(한려해상)

2. 환경성·경제성·공익성·기술성 등 구체적인 검토기준 정한다.

3. 10명 이내 전문가로 민간전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정밀검토를 실시한다.

 

이어 환경부는 검토기준에 미달할 경우 단 한곳도 선정하지 않겠다는 선심성 발언까지 내비쳤다. 사실상 요식행위나 다름없지만 한 가닥 실날같은 희망을 걸어본다. 이것이 요식행위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부가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그것이 환경부의 존재 이유다.

 

 

 

 

 

이제 4개월이 채 안 남았다. 6월이면 시범사업지가 선정되고 케이블카 사업이 시작된다. 선정되지 못한 지자체는 제 2, 3의 사업지 선정을 위해 혈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 땀 한 방울 흘리는 수고스러움 없이 산을 오르고 싶어 하는 게으른 욕망과 돈 이면 안되는 게 없다는 물질만능주의가 더해진 촌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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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시위 중 박그림 선생님은 이런 거 말고 환경부장관이 케이블카 사업을 취소해서 감사합니다라고 즐거운 시위 좀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셨다.

 

환경부 장관님 감사합니다. 케이블카 사업 취소해 주셔서이 말을 꼭 하게 될 날이 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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