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이야기]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위원회가 지켜주십시오!

2016.03.25 | 설악산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간만에 찾아온 화창한 봄날, 경복궁의 제 1관문인 광화문 앞 수문장 교대식에는 관광객들로 발 딛을 틈이 없습니다. ‘여행지에서의 모든 것은 여행자에게는 소중하다라’는 걸 보여주고 경쟁이라도 하듯이, 저마다 카메라를 한껏 높이 들고 수문장들의 역동적인 의례제식을 담기위해 바빠 보였습니다.

같은 날인 3월 23일, 녹색연합을 비롯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활동가들과 회원들은 광화문을 뒤로하고 이 근처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나섰습니다. 매월 열리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이곳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에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엄정한 심의를 촉구하기 위해서 삼삼오오 모인 것이지요. 위원회가 열리는 내내, 박물관 근처에서 동시다발적인 1인 피켓시위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해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조건부 통과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현재 문화재청의 문화재현상변경심의 절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정문/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회원들은 문화재위원회가 열리는 3/23일 개최장소인 국립고궁박구박물관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였다.

설악산은 국가문화재입니다.

갑자기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웬 말이냐고요?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인 설악산은 국립공원이기도 하고 산 전체가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1호)입니다. 그래서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 할 수 없습니다.

설악산과 문화재위원회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는 문화재청의 심의기구입니다. 문화재청장이 위촉하는 약 80여명의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 매월 넷째 주 수요일에 개최되며 각 분과별로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분과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따른 문화재현상변경심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문화재현상변경‘이란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21조에 명시한 건축물공조, 천공이나 절·성토 같은 행위를 말합니다. 문화재청은 심의를 통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면 변경행위를 허가해주고 있습니다.

▲ 문화재청 문화유산 정보 페이지의 설악산/
설악산은 산전체가 천연기념물171호이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보호구역이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문화재청의 심의(문화재위원회 문화재현상변경심의)가 필요하다.

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위원회가 지켜주십시오.

이번에 진행된 문화재위원회에서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안건으로 올라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오색케이블카 사업자인 양양군의 문화재현상변경심의 신청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문화재위원회에서 문화재현상변경심의가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982년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부결시킨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민간전문위원들은 “설악산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하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불허하였습니다. 국가문화재를 책임진 전문가로서 소신을 지킨 것이지요.

오늘 벌어진 1인 시위에는 일반 회원분들 뿐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설악산과 같은 전국의 자연유산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계시는 민간전문가분들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산림생태학 박사이신 (사)우이령사람들의 이병천 대표님,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의 맹주형 사무구장님 등을 비롯한 각계를 대표하시는 분들이 몸소 나서셨습니다. 국가문화재인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으려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꼬집고 행동하고 계시는 거지요.

▲ (사)우이령사람들의 이병천 대표(산림생태학 박사), 천주교 서울대교구 맹주형 사무국장(환경사목위원회)/ 설악산과 같은 전국의 자연유산을 각계에서 지키고 있는 민간전문가들가 회원들이 1인시위에 나섰다. 국가문화재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나선것이다.

▲ (사)우이령사람들의 이병천 대표(산림생태학 박사), 천주교 서울대교구 맹주형 사무국장(환경사목위원회)/ 설악산과 같은 전국의 자연유산을 각계에서 지키고 있는 민간전문가들가 회원들이 1인시위에 나섰다. 국가문화재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나선것이다.

회원분들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위원회가 지켜주십시오.

엄정한 케이블카 심의를 위해 문화재위원회에 요청합니다.

“ 하나, 설악산 전반에 대한 현장조사! 둘, 환경단체의 조사참여와 직접의견개진 보장”

위의 요청은, 시민환경단체와 일부 시민들이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작년 국정감사 당시에 문화재청장이 이를 수용하고 직접 약속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는 요청에 여태껏 문화재청도 문화재위원회도 묵묵부답입니다. 설악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문화재위원회에 한 마음으로 바랄 것입니다. 1982년 당시 심의과정에서의 그 소신과 뚝심을 현재 문화재위원들이 상기하고, 학계의 전문가로서의 명예를 걸고 올바른 심의와 결정을 내려주길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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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위원회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사항/ 1. 설악산 전반에 대한 현장조사, 2. 환경단체의 조사참여와 직접의견개진 보장

국립고궁박물관 한 켠에는 ‘민족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문화재청의 대형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찬란한 역사와 문화, 현정부와 시민들 사이에는 그 가치가 다소 괴리가 있는 듯 보입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처럼 일방적이고 적법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한 쪽에서 밀어붙히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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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고궁박물관에 걸려있는 문화재청의 대형현수막/ 현정부의 문화재정책과 시민들의 가치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설악산은 국가문화재입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세우는 것! 경복궁을 훼손했던 일제의 만행과 무엇이 다를까요?

▲ 국립고궁박물관 옆 경복궁/ 경복궁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사적 117호이다.

▲ 국립고궁박물관 옆 경복궁/ 경복궁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사적 117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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