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4대강 사업’ 이게 웬일입니까

2011.06.28 | 설악산

[강화 갯벌을 지켜주세요 ①] 세계최대 조력발전소 4기가 모두 한국에?  

청동기 문명의 흔적이 고스란이 남아있고, 자연생태가 살아있는 강화도가 위협받고 있다. 부동산 투기 바람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녹색개발’의 허울을 쓴 조력발전 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3년째 이 계획의 철회를 위해 싸워오고 있지만 강화군수(안덕수), 강화지역 국회의원(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이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고 있고 물량 공세를 앞세운 국토해양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원 사격이 계속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강화조력발전건설반대 대책위는 강화조력발전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세차례 내보낸다. <편집자말>  

반갑다, 재생가능에너지… 그런데 어디에 어떻게 세울 건데?

5월 14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동시에 그린피스 조사결과 원전에서 50㎞ 떨어진 바다에서 채취한 해조류에서 허용 한도의 6~11배를 초과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한번 대기 중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토양과 물, 생명체의 먹이사슬을 돌면서 계속 방사선을 뿜어낸다.

원자력은 애초부터 사용해서는 안 될 에너지원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재생가능 에너지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발 빠른 언론은 특집기사를 싣는가 하면, 태양광 관련 주식이 많이 올랐다.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반가운 일이지만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세 통의 전화를 받았다. 무주풍력발전단지가 자연생태 1등급지에 건설될 예정이라는 전북녹색연합 사무처장, 진안에서 자기 집 바로 옆에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단지의 전자파를 걱정하는 주민, 그리고 강화 조력발전소 반대 대책위였다. 모두 재생가능 에너지 자체 보다는 입지를 둘러싼 문제제기였다.

원자력과 화력발전소가 특정지역에 대형 발전소를 짓고, 대규모 송전탑을 통해 수송하는 시스템이라면 재생가능 에너지는 소규모 지역형 방식으로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깝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국지적인 갈등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입지가이드라인과 주민참여형 운영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는 무조건 환경에 좋으니까, 대안이니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 4기가 모두 한국에?

특히 요즘 우려되는 것은 조력발전이다. 조력발전은 강 하구나 만에 댐을 건설하고 조수간만의 차이로 발전을 하는데, 한국에서 지금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 4개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시설 용량면에서 현재 세계 최대인 프랑스 랑스 발전소를 모두 압도한다. 방조제 길이만 해도 충남 가로림만 조력발전소는 1.33km, 인천 강화조력발전소는 8.3km, 인천만 조력은 무려 18.3km이다. 새만금 방조제의 길이가 33km인 것을 감안하면 인천만 조력은 작은 새만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 조력발전은 바닷물을 인위적으로 가두기 때문에 해수의 흐름을 바꾸고, 인근 갯벌을 크게 훼손시키게 된다. 갑문 안팎의 바닷물 소통량이 작아 식물성 플랑크톤의 급증으로 인한 먹이 사슬 변화, 염분의 농도변화, 생태계의 혼란이 우려된다. 막으면 썩는다는 사실을 시화호와 새만금을 통해 우리는 재차 경험하였고, 한번 파괴된 갯벌 생태계는 더 이상 돌이키기가 힘들다. 그래서 혹자는 현재 인천에 추진 중인 대규모 조력발전소 계획을 바다의 ‘4대강 사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조력발전소의 경우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 문제로 인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가 건설된 1967년 이후 전 세계에서는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국에 대형 조력발전소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을까?  

조력발전소 붐을 일으킨 시화조력

한국에서 대형조력발전소 건설 붐을 일으킨 것은 시화조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부터다. 시화조력발전은 기존 시화방조제가 설치된 상태에서 수질이 심각하게 악화하자 해수유통을 하게 되었다. 불가피하게 해수유통을 하게 된 상황에서 조력발전 건설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화 조력 발전소와 나머지 가로림만, 강화, 인천만 조력 발전소는 건설에 있어 조건 자체가 다르다.  

나머지 세 곳은 생태 환경 보존가치가 높은 연안지역에 방조제를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는 점, 발전소 인근지역의 해수 흐름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 환경피해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비단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바다에 의지해 살고 있는 지역 어민들의 생존권도 달려있다는 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식경제부가 작성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시화 조력은 2011년, 가로림만 조력은 2015년, 강화조력과 인천만 조력은 2017년을 전력생산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의무할당제 도입에 발전사들 대규모 조력발전소에 올인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붐은 정부가 2012년부터 시행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로 인해 더욱 불붙었다. RPS는 발전사업자에게 공급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 에너지로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한국수력원자력, 중부발전, 서부발전 등 14개 발전사업자는 2012년부터 전체 전력생산량의 2%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자체 생산이 안 될 경우 다른 발전사업자의 인증서(REC)인 신·재생발전량을 사들여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게 된다. 이 비율은 점점 늘어나 오는 2022년까지 10%로 확대해야 한다.

발전회사 입장에서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원 중에서 투자비 대비 생산량이 많은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의무할당을 단기간에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조력발전소 건설을 선호하게 된다. 기존의 발전차액지원제도가 분산형으로 소규모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넓은 시장이 형성되었다면, RPS 제도는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의 대규모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의 원칙

세계재생가능에너지위원회(WCRE)는 재생가능에너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태양, 풍력, 수력, 해양, 지열, 바이오매스 그리고 ‘태양에너지’로부터 온 다른 에너지원을 포함한다. 에너지원을 얻는 과정이나 변환 과정에서 재생될 수 있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공동체나 자연시스템의 생명력(viability)과 권리(rights)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피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력발전소는 재생가능 에너지 시스템이긴 하나 지역공동체와 자연시스템의 생명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또한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칙 또는 규제가 필요하다.  

‘재생 가능 에너지니까 무조건 좋다’라는 인식만 갖고 무리하게 대규모 조력발전소를 추진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환경 파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생태적인 문제, 지역사회 수용성 문제, 적정기술문제, 사회-문화적인 문제 등 다면적인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언론은 환경단체들이 원자력은 방사능 때문에, 화력은 온실가스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는 환경파괴 때문에 다 반대한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환경단체 주장대로라면 전기를 생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가 이야기하는 것은 과정과 절차, 정부 정책의 원칙을 세우라는 것이지 전력생산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가고 그 자리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나치게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수요관리 정책과 에너지효율화 정책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동시에 재생가능 에너지가 시민들의 생활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현재 RPS 제도는 지나치게 양적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고, 지역주민과 환경훼손을 염두에 두지 않아 오히려 재생가능에너지 시설 보급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번 파괴된 갯벌과 자연생태계는 회복하기 힘들다. 바다의 4대강 사업,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은 중단해야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 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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