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가리왕산을 훼손하지 않는, 환경올림픽을 기대한다

2011.07.07 | 가리왕산

가리왕산을 훼손하지 않는, 환경올림픽을 기대한다
평창동계올림픽 확정에 즈음하여

2018년 동계올림픽이 평창으로 결정되었다. 강원도민의 염원이 실현되었다. 이제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 경기장 후보지 중 하나인 가리왕산 중봉에 활강 슬로프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국가보호림이며 현재도 일체의 개발이 불가능한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부터 지켜온 극상림이 활강 슬로프로
메인 활강, 알파인 경기장 후보지인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왕실에서 직접 보호하는 국가보호림으로 엄격히 관리되었으며 현재도 입산을 통제하는 등 정부가 관리하는 산림 중 가장 강도 높게 보전․관리하는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다. 조선시대에 세운 정선강릉부산삼봉표가 가리왕산 중턱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역사유적으로 가치도 높다. 정선강릉부산삼봉표는 민간인 산삼 채취 및 출입 금지 표석으로 현재 정선군 회동리 도룡골에서 평창 진부면 장전리로 넘어가는 마항재(말목재)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산삼봉표는 유형문화재 113호로 지정되어있다.

가리왕산은 원시성에 가까운 천연림으로 분비나무, 주목나무, 사스레 나무, 거제수, 신갈나무, 마가목 등의 우량한 희귀 수목들과 한계령풀, 금강제비꽃, 도깨비 부채 등 희귀 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가리왕산의 신갈나무 숲은 환경부 기준 녹지자연도 9등급의 절대보존지역이다. 또한 가리왕산 상봉, 중봉, 하봉 주변 대부분이 산림청의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총 10면의 슬로프계획을 갖고 있으며 그 중 3면이 활강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어서 경기장으로 추진될 경우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림의 핵심지역이 스키슬로프로 파괴될 것이다.

관련 부처 간 협의 없이 활강 슬로프 계획서 제출
가리왕산에 조성될 활강, 알파인 경기장은 관련 부처와 협의가 없는 상태로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제출되었다. 강원도청이나 동계올림픽 유치위는 ‘산림유전자원보호림 구역 중 희귀수목이 별로 없는 구역 일부만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상부로 올라갈수록 생태계의 핵심이고, 고도가 높아야지만 살 수 있는 수목들이 있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은 단 1ha라 할지라도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최소한의 면적이 포함되기 때문에 개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리왕산은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 개발이 불가함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신청하는 등 기본적인 업무 처리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 강원도는 평창이 개최지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특별법을 통해서 가리왕산 국가보호림을 스키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망신거리가 될 수 있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무주리조트의 뼈아픈 역사 반복 우려
우리는 지난 90년대 중반에 동계유니버시아드 경기장을 위해 덕유산국립공원을 파괴한 쌍방울의 무주리조트와 동계아시안게임을 위해 발왕산 천연호림을 갈아엎은 쌍용의 용평리조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국제경기지원에관한특별법을 만들어 국립공원과 국가천연보호림을 훼손하는 환경파괴를 가져왔다. 아울러 해당기업은 최종적으로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우리는 이 같은 아픈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강원도는  수령이 오래된 고산지대의 희귀 수목들을 백두대간 내 다른 지역으로 이식한다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를 위해 건설된 무주리조트는 덕유산 국립공원의 정상부분을 개발하였고, 개발 당시 환경부는 ‘이식을 통한 보전’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지역으로 수목을 이식하였지만, 이식한 수목들은 고사하여 논란이 되었었다. 이식 후 생존 확률이 적고,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 이미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동계올림픽 종료 이후 중봉 알파인 경기장을 스키 리조트로 활용할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무주리조트의 사례는 이 계획이 허황된 것임을 입증한다. 무주리조트는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최 종료 후 스키장으로 사용하다 IMF이후 무리한 확장으로 경영난을 맞았고 현재 오너가 세 번이나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이 처럼 대체 서식지로 이전과 올림픽 이후 스키 리조트의 활용 방안 제시는 이미 현실성이 없는 것임이 동계아시아게임과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주는 뼈아픈 교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구촌이 염원하는 올림픽은 환경올림픽
국제사회도 그렇고 IOC도 그렇고 올림픽 개최를 이유로 국가적인 보호구역을 훼손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90년 대 이후 각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며, 경기장 시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환경평가와 환경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잘 알고 있다. 현행법으로 불가능한 지역을 올림픽을 이유로 훼손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릴레함메르올림픽과 시드니올림픽 등 각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생태계보호구역과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해서 경기장 예정지 이전은 물론, 규모를 조절하는 등 철저한 환경관리를 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살아온 고목들을 훼손하면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시대, 지구촌의 행사로는 부적절하다. 정부는 가리왕산의 알파인경기장의 위치부터 입지까지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미 폐광지역특별법(이하 폐특법)으로 사북·고한 하이원리조트, 태백 오투리조트, 영월 동강시스타와 평창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알펜시아와 같은 스키장, 골프장, 숙소 시설이 있는 대규모 리조트를 건설하여 이미 포화상태에 있다. 이 중 태백 오투리조트는 건설 초기부터 자금난에 시달렸고 최근까지 경영난에 시달리다 매각 입찰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하면서, 친환경적인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많은 국민들은 올림픽이 지구촌 모든 사람들의 찬사와 축복속에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올림픽정신과 환경보전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이제 올림픽의 정신은  환경올림픽의 시대다. 어려운 숙제지만 우리의 국가적 수준을 환경올림픽의 달성이라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2011년 7월 7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 kioygh@greenkorea.org
    녹색연합 이자희 자연생태국 / 070-7438-8533, 010-4357-1024 chik@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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