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낙동강페놀사건11년을 맞이하여

2002.03.15 | 4대강

3월16일로 낙동강 페놀사건이 일어난지 11년이 됐다. 경북 구미 소재 두산전자에서 유출된 화공약품인 페놀이 낙동강을 따라 대구의 상수도 취수원에 유입됨으로써 수돗물에서 심한 악취를 풍겼고, 그 물을 마신 사람들이 복통을 호소하는 등 전사회적인 문제로 다루어졌다. 그 사건은 환경오염이 식수에까지 침투하여 생명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는 커다란 경고가 되어 전국적인 환경운동을 불러일으켰으며, 특히 환경오염이 임산부와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계기이기도 했다. 또한 당시 두산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매운동은 안이한 환경의식을 가졌던 기업들에게 진지한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시건 이후 정부와 지방정부는 수돗물의 수질개선을 위해 낙동강에 수조원의 재원을 투자하였으며, 수원지의 정수시설을 보강하고 수질검사기능을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페놀오염사건이 11년이 지난 지금도 낙동강에는 중상류지역에 밀집한 오염원에서 여전히 악성 산업폐수가 흘러들고 있으며, 낙동강 하구둑 공사와 골재채취 등으로 물 흐름이 느려지면서 자정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수질이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시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물만은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고 천명했지만 11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건 별로 없다. “가장 안전한 물은 수돗물입니다”라는 홍보문구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00년 환경부 설문조사에서는 국민 70.1%가 “수돗물이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대답했으며, 수도를 틀어서 직접 마신다는 사람도 97년도 4.6%에서 2000년 2.5%로 줄었다. 이에 반해 생수와 정수기 시장은 고속성장을 해왔다.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은 비단 한 기업의 실수에 의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든 국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대형환경사고가 터질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 국민들은 갖가지 환경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의 환경오염배출행위는 줄어들지 않고, 그로 인한 물고기떼죽음 사건은 일상화되고 있다. 이는 언제든지 제2, 제3의 낙동강 페놀사건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말 정부를 비롯한 사회각계의 노력으로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서 4대강의 수질문제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10여년동안 줄기차게 주창한 <맑은 물 공급>정책이 진정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그동안 시민환경단체들과 환경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수질과 수량관리의 통합적 관리 실현>, <물의 수요관리와 효율성의 확보>, <무분별한 대형댐 건설계획의 제고>, <수질오염의 사전예방 원칙 마련> 등 보다 올바른 정책들이 시급하게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물의 날을 몇일 앞둔,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일어난지 11년이 되는 오늘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경제논리에 쫓기지 않고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정책을 우선시해야 하며, 기업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은 환경에 있다는 자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깨어있는 국민들의 사회적 감시기능이 계속되어야 함과 동시에 맑은 물을 보존하려는 시민 실천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끝> 

문의 : 김타균 정책실장 greenpower@greenkorea.org 016-745-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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