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10년 세계 습지의 날 기념 성명서

2010.02.02 | 4대강

2010년 세계 습지의 날 기념 성명서
이명박 정부는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강조하는 람사르협역을 존중하여
4대강 정비사업과 무분별한 습지파괴 행위를 중단하라!

2월 2일 오늘은 세계습지의 날이다. 1971년 2월 2일 카스피해 해안의 이란 람사르에서 람사르협약이 체결된 것을 기념하여 1997년부터 람사르 사무국의 제안으로 전 세계적으로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1997년에 람사르협약에 당사국으로 가입한 것을 계기로 매년 2월 2일에 기념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2008년 10월에는 제10차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람사르협약이 강조하는 ‘모든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그리고 당사국 총회에서 결의된 각종 결의문과 창원선언문의 내용을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 개막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습지는 더 이상 버려진 땅이 아니라 인류가 아끼고 가꾸어 나가야 할 소중한 인류의 자산”이며 “건강한 습지는 지구 온난화를 방지함은 물론, 생명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천연 생태관광자원”이 되며, “대한민국은 훼손된 습지와 하천을 되살리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 대한민국이 람사르협약의 모범국가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세계인을 우롱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습지의 전체 면적은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람사르 사무국에서 발표한 람사르 등록 습지의 면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이번에 추가된 고창・부안갯벌을 포함하더라도 연안습지 4개 131.9㎢ 와 내륙습지 10개 11.026㎢ 등 총면적은 142.926㎢에 불구하며 이는 159개 가입국 중 129위에 해당한다. 국내 전체 갯벌면적 2,550㎢(2003년말 기준) 중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연안습지는 단 5%에 불과하며, 연안습지 중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면적 (218.15㎢) 또한 9%에 지나지 않다.

더욱이 이 정부는 역사 이래 국내 최대 규모의 습지파괴 사업인 4대강 정비사업을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은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의 본류에 대형댐 크기의 대규모 보를 모두 16개 정도 만들어 강물을 가두고 강을 직강화 함은 물론 강바닥을 파해쳐 천문학적인 양의 모래를 파낼 예정이다. 람사르협약의 결의문이나 권고문 어디에도 4대강 사업 같은 습지파괴 행위를 인정하는 내용이 없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모든 우려의 소리에 귀 막은채 여론을 조작하며 수억년을 흘러온 강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대규모 갯벌 매립은 하지 않겠다고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저어새 등의 서식지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인천의 송도갯벌은 매립이 그대로 강행되고 있으며, 낙동강 하구 일원의 국제신공항과 엄궁대교, 제2하구둑 건설사업, 인천만과 강화도・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 새만금사업의 강행과 간척지내 토지이용계획 변경, 경인운하 건설과 한강 하구 일원의 개발사업, 제주시 문섬 주변과 강정마을 앞 해군기지 건설사업 등 끝없는 개발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함께 지난 제10차 람사르 당사국 총회에서 ‘논 습지 결의안’을 공동 제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어떤 추가적인 보전정책도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습지보전법의 습지 범주에서도 제외되어 있으며 관련 부처간의 협의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세계습지의 날은 람사르 사무국에서 제시한 대로 ‘습지 보전이 기후변화의 해답’이라고 하는 핵심주제를 채택했다. 이는 바로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방안의 하나로 습지보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11월 일본 나고야에서 제10차 당사국 총회가 열릴 예정인 생물다양성협약과 향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사막화방지협약 총회와 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에서도 습지 보전의 중요성이 강조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가 세계습지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람사르협약의 모범국가가 되겠다는 약속을 한 만큼, 더 이상의 습지 파괴행위를 중단하고 람사르협약이 강조하는 ‘모든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적극 이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일방적인 진행을 중단하고 국민의 건강한 여론을 수렴할 것과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의 추가 지정 등을 통해 명실공히 람사르협약의 모범국가가 되기를 거듭 촉구한다.

2010년 2월 2일
한국습지NGO네트워크 준비위원회
녹색연합, iCOOP생협,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 생태지평, 습지와새들의친구, 어린이식물연구회,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의 7개 단체와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개인들이 발기인

  • 문의 : 준비위원장 김덕성 / 010-3388-3658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고이지선 국장 / 016-702-4135
    한국습지NGO네트워크 집행위원
    한국습지NGO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집행위원 박중록 / 011-9906-6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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