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한반도운하 망령을 되살리지 말라

2010.05.30 | 4대강

한반도운하 망령을 되살리지 말라

이명박 정부는 지난 5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서울 여의도를 국제무역항으로 지정했다. 거대한 상선과 하역시설을 연상시키는 ‘국제무역항’이라는 명칭도 황당하지만, “국민들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던 한반도대운하를 이렇게까지 추진해야 하는지 의아하다.

여의도 국제무역항은 연안이 아닌 내륙에 지정된 국내 최초의 국제무역항이며, 강을 운하로 이용하기 위한 법률적 조치로서도 최초 시도다. 특히 수도 서울에 첫 번째 항구 계획을 밝힌 것은 운하의 전면 추진을 공표한 것이며, 국민적 저항을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16개의 보(댐)과 5억 6천만톤의 모래를 준설해 온 4대강 사업이 한반도 운하의 1단계 사업이었음을 확인하는 것이고, 이제 본격적인 2단계 운하공사를 서울에서 시동하겠다는 것이다.

운하계획을 숨겨왔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겁하다. 그는 지난해 1월 정부가 경인운하추진을 발표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2월에 한강운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운하 추진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고,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한강운하를 설명하거나 논의하지 않았다. 전문가와 단체 등에 의해 한강운하 계획의 수요, 경제성, 안전, 환경 등이 최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것조차 막아왔다. 그랬던 그가 한반도운하를 앞장서 추진하고 있었다는 것은 놀랍다.

한강운하계획은 완전히 사기다. 2,252억원에서 4,100억원까지, 보고서마다 달라지는 사업예산들은 한 결 같이 근거가 모호하다. 처음 계획에서 등장했던 720억원의 굴착비용이 준설토 판매 수익으로 뒤바뀐 것은 ‘13조의 운하 비용 중 골재판매로 8조를 충당할 수 있다’던 한반도 운하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전철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인천까지, 2만원 이상의 요금을 내고 3시간 동안 배를 타고 갈 승객이 하루에 7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수요추정도 할 말을 잃게 한다.  

성수대교 붕괴에 준하는 사고가 해마다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도를 설정하고(충돌 확률 0.0001, 연간운항 횟수 16,000회), 크루즈선박의 경쟁력을 위해 공익요원과 보건의를 투입하고, 면세유와 세금면제 특혜를 주겠다는 발상도 비정상적이다. 5,000톤급 선박이 발생시키는 파랑이 4cm 미만이어서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거나, 이틀 만에 환경영향평가 끝낸 현장조사도 문제없다는 태도도 문제다. 운하 건설을 위해 양화대교를 허물고, 10년도 안된 아파트를 철거하겠다는 계획은 정부와 서울시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런 터무니없는 계획은 오세훈 시장에 의해 수립되었고, 그의 지시를 받은 부서에 의해 투융자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그리고 서울시의회에서 단 한 푼의 감액도 없이 의결되었다. 이는 한나라당이 독식했던 지방권력이 최소한의 자정능력조차 발휘되지 못할만큼 부패했으며, 운하 중독에 걸린 중앙정부를 추종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선거를 앞두고, 오세훈시장과 한라라당은 운하 추진을 사실상 중단 또는 철회하며 시민의 눈치를 봐 왔다. 그런데 지금 한반도 운하 서울구간(한강운하)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은 무엇인가? 이는 지방선거 결과를 자만한 정권이 국민과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고, 한반도 운하와 한강변 막개발을 본격 착수하겠다는 의미다. 1조원의 비용을 투입해 한강을 시멘트 덩어리로 만든 한강르네상스를 반복하고, 한반도운하의 망령을 서울에서부터 되살리겠다는 도발이다.  

한국의 지형과 기후에 맞지 않는 운하를 반대하고, 생명의 강을 지키자는 우리는 노골적으로 부활한 한반도 운하의 망령을 용납할 수 없다. 서울에서부터 한반도운하 건설의 시도를 좌절시키고, 우리의 4대강을 지키기 위한 보루를 만들 것이다. 국민들께 반생명 콘크리트 마피아들에 대한 심판을 촉구하며, 우리는 더 강한 위기감으로 뭉쳐 더욱 절실하게 활동할 것임을 선언한다.

2010년 5월 30일
한반도운하 망령을 걱정하는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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