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생명의 강을 지키려는 국민의 뜻과 환경운동가의 헌신에 화답하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2010.07.30 | 4대강

“생명의 강을 지키려는 국민의 뜻과 환경운동가의 헌신에 화답하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화답해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 생명이 살아있는 4대강을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토건자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보 위에 오른 환경운동가들의 직접행동을 지지하고, 이들이 안전하고 무사하게 우리들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5명의 환경운동가들은 보에 오르기 전 환경운동가로서 4대강의 파괴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호소했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중단하십시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이 현장농성을 시작한 지 9일째가 되는 오늘까지 청와대는 이렇다할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법정 홍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공도교 연결, 제방보강, 습지개발 등 4대강 사업 구간의 공사는 중단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업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정책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주제넘은 간섭은 하지말라고 대통령이 면박을 주는 지경입니다. 환경운동가들의 농성으로 공사현장은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데 청와대는 관망만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현장농성중인 운동가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무더위와 궂은 날씨, 건설사의 자극 등으로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질병이 도지는 등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합니다. 농성이 길어질수록 이들의 건강은 더 나빠질 것이고 청와대는 4대강의 출구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더 늦기 전에, 다른 불상사가 발생하기 전에 대통령이 결단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충분히 수용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시민사회와 대화해야 합니다. 시민단체가 제안한 법정홍수기간 동안 공사중단과 4대강 사업 종합점검을 통한 대안마련에 동참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4대강 사업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국가하천-지방하천-소하천에 이르는 유역통합의 하천관리방안을 마련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갈등이 해소될 수 없으며,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에게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국민과 함께 4대강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4대강 사업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민관공동기구 구성을 다시 촉구합니다.

4대강 사업의 계획과 집행과정을 볼 때 22조원이 들어가는 거대 국가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검증절차는 없었습니다. 법과 제도에 의한 검증도 부족했고,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검증 역시 부족했습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의 환경성, 경제성, 타당성은 크게 부족하고, 합법성마저 의심받아 전례없는 규모의 국민소송을 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성안되고 검토된 4대강 사업이 문제없이 의도된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4대강 사업의 결과 중 많은 부분이 목표와 다른 것을 공사현장 곳곳에서 목격합니다. 홍수대비용이라 했던 4대강 사업은 낙동강 하류의 홍수량 증가로 인하여 침수피해면적을 늘렸으며, 수질을 개선할 것이라 했지만 오염된 퇴적토와 정체수역 발생으로 수질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수십만 개까지 늘릴 것이라 했지만 4대강 유역의 농민들은 오히려 일자리를 잃었으며, 일용직 일자리를 겨우 수만 개 늘렸을 뿐입니다. 지역경제는 토건자본에 종속된 이들과 공사장 주변의 자영업에 일부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을 뿐 일반서민들의 삶의 질은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22조원의 거대한 세금이 매몰되는 사업을 국민의 관점에서 단 한 차례도 점검하지 못했다는 것은 불행입니다. 79.4%의 국민이 4대강 사업의 전면 중단이나 사업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 사업의 재검토를 위한 종합검증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그동안의 절차가 충분했고 국민이 내용을 잘 몰라 반대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국민들의 우려가 사실인지, 왜 대통령의 생각과 4대강 사업현장의 결과가 다른지, 4대강 사업의 미래가 정녕 아름답고 풍요롭고 균형된 것인지 제대로 점검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공정률이 20%를 넘어섰고 보 건설이 두 배의 속도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민의 문제의식이나 직접행동은 더욱 완강하므로 여기서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조사를 통해 대안을 찾기를 권고합니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대로 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와 전문가, 종교계가 고루 참여하는 민관공동기구를 만들고, 4대강 사업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할 방안을 마련하게 하는 등 대통령이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혼탁과 갈등, 폭력의 4대강으로부터 대통령도 국민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법이 정한 홍수기간인 9월까지 4대강 사업을 국민과 함께 검증하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4대강 사업을 온몸으로 막으려 보에 올라간 환경운동가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보장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비좁고 무더운 보 위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외치고 있는 5명의 환경운동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아찔합니다. 9일째 아무런 응답을 듣지 못한 채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저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두려울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대통령이 화답해야 합니다. 법정 홍수기간 동안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종합점검을 하자, 그래서 국민이 원하는 대안을 찾자는 저들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하고 합리적입니다. 정부 스스로 하지 못했던 일이나 지금이라도 국회와 국민이 하면 4대강 문제는 해법을 찾을 수 있고, 보 위 환경운동가들의 귀환도 가능해집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스스로 보에 올라갔지만 등을 떠민 것은 4대강 사업의 무서운 속도와 파괴적 결과였던 만큼 운동가들을 무더위와 고립, 질병 속에 방치하고 법적 책임으로 위협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커다란 불합리와 모순에 온몸으로 저항하여 바로잡으려 한 운동가들의 순수한 열정과 헌신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민·형사상 책임 운운하며 자극해선 안됩니다. 보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안전조치를 하고 대화를 통해 무사귀환을 유도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에서 더 이상의 희생과 생명파괴가 발생해서는 안됩니다.

이 모든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시민사회 대표와 대통령과의 면담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대통령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뜻이 그대로 구현되는 사업이 4대강 사업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의 종합적 검토도, 국민과의 대화도, 대안검토기구도, 그리고 환경운동가의 무사귀환도 모두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이들에게는 어떤 권한도, 자발적인 의지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여 이 모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합니다. 하루라도 당겨질수록 현장에서 농성중인 운동가들의 고통이 줄어들고 4대강의 출구는 가까워집니다.

대통령의 결단을 다시 촉구합니다. 우리와 함께 4대강의 해법을 찾으십시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단체의 진정성에 기대어 4대강을 제대로 살리는 길을 찾으십시오.

2010. 7. 30
4대강 사업 중단, 민관공동기구 구성, 농성자의 안전보장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일동

고철환(서울대 교수) 김경재(목사, 작은삭개오교회) 김병상(신부) 김상근(목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고문) 김세균(서울대 교수) 김용태(미술인) 김정욱(서울대 교수) 김정헌(미술인,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문규현(신부) 문대골(목사, 기독교평화연구소 소장) 박영숙(살림재단 이사장)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보선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성유보(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사장) 신경림(시인, 동국대 석좌교수) 양길승(녹색병원 원장) 유초하(충북대 교수) 임재경(언론인, 전한겨레신문부사장) 임종대(한신대 교수, 참여연대 공동대표) 윤준하(6월민주포럼 대표) 이석태(변호사, 전 민변회장) 이시재(가톨릭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임진택(소리꾼, 연출가) 정연주(언론인, 전KBS사장) 지영선(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최병모(변호사, 전 민변회장) 최 열(환경재단 대표) 퇴휴스님(실천불교승가회 대표) 청화스님(참여연대 대표, 전 조계종교육원장) 함세웅(신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효림스님(봉국사 주지, 실천불교승가회 명예대표) 황상근(신부, 창조보존천주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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