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의 해, 습지의 안부를 묻다

2010.04.06 | 4대강



지난 3월 26일~28일, 일본 도쿄에서 제5차 한일습지포럼이 열렸다. 지난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 이후 한국과 일본 NGO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한국과 일본을 오고가면서 교류 포럼을 열고 있다. 다섯 번째로 열린 이번 포럼은 특히 올해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Convers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고, NGO는 어떤 공동 대응을 할지를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생물다양성의 해, 한국과 일본의 습지는 안녕한가
올해 2010년은 유엔(UN)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로 전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다. 10월,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리는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0)에서는 2010년부터 전 지구차원의 생물당야성을 높이기 위한 POST-2010가 제안되는 중요한 해이다. 그런데 한일 NGO가 모여서 이야기한 한국과 일본의 습지는 바로 지금 위협당하고 있다.

역시 한국과 일본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의 4대강 정비사업이었다
한국PGA습지생태연구소장 한동욱 박사는 ‘한국의 내륙습지 리스트의 현황’ 라는 발표에서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는 습지는 총 98개로, 환경부가 발표한 54개보다 훨씬 더 많다고 밝혔다. 습지보전법에 따라 국가습지목록을 정리하고 있는데, 정부가 자신들이 파악한 습지목록을 일부러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내용은 이미 포럼 참가 전에 발표되어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환경부는 4대강사업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지천까지 포함했기 때문에 습지 개수가 늘어났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이미 지난 2월 28일~3월 1일까지 4대강한일시민조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환경단체, 공학 전문가 등 12명이 남한강, 낙동강 일부, 금강 구간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4대강 정비사업의 중단을 촉구한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7월에 2차 4대강한일시민조사단을 꾸려 가장 많은 정비예산이 투입되는 낙동강 구간을 집중 둘러보기로 하였다. 10월 나고야 총회에서 사이드이벤트로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습지현황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도 열 계획이다.  

나고야 총회 개최국이지만 일본 역시 큰 개발사업으로 인해 습지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야마구치현 세카네 해는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지만 카미노세키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위협받고 있다. 그물을 쓰지 않을 정도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어업을 지속해 온 어민들의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매립허가를 받지도 않고,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82년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 때부터 반대 활동을 펼쳐온 지역주민들은 이번 나고야 총회에서 이 지역에 대한 이슈화를 계획 중이다.
그나마 일본의 새만금사업으로 알려졌던 이사야만 간척사업은 공사중지 판결이 내려진 후, 수문 개방에 대한 위원회를 구성해 조만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 정권 교체 이후 한가닥 희망을 잡고 있는 상태다.



생물다양성의 감소, 진짜 필요한 것
지난 해 12월, 코펜하겐에 전 지구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안타깝게도 구속력있는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합의되지 않았고, 국제기구와 협약에 대한 실망스런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나고야 CBD 총회에서도 비슷하게 앞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여야 할 노력들이 post-2010 라는 이름으로 결정된다. 인간 활동으로 생물다양성이 급속하게 감소되고 있기 때문에 각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최국 일본은 중장기 목표와 2020년까지 실시할 행동을 나타낸 단기목표를 포함한 “post-2010년 목표에 관한 일본제안”을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에 제출한 상태다. 또 ‘사토야마이니셔티브’를 통해 농촌사회와 그것을 둘러싼 생태계에서의 이차적인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이용방법에 관한 국제모델을 구축해 제안할 예정이다.
많은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대부분 생물자원의 접근과 이익공유(ABS)에 대한 부분이다. 생물자원을 둘러싼 국가간, 기업간 경쟁이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논리로 접근하기 때문에, 지적재산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은 비단 개별 종 자원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종의 서식지로서의 생태계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많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4대강 유역의 엄청난 개발사업은 결코 복원 사업이라고 일컫어질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새와 생명의 터’(Birds korea)는 ‘4대강 사업이 물새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전면 취소나 공사규모의 적절한 축소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4대강 사업은 약 50종에 이르는 조류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수심이 낮은 하천, 범람원 습지, 하구에 서식하며 변화에 민감한 물새종의 계속적인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호구역을 추가 지정하거나, 관련 법을 만드는 노력도 이미 지정된 보호구역이나 멸종위기종을 제대로 보호하는 노력과 병행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생물다양성협약이 국제협약으로 종이취급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에 정부의 노력에 달려 있다.

글 : 고이지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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