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4대강을 위한 투표가 필요하다

2010.04.14 | 4대강

2010년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의 시계는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포하고, 국민주권을 명시한다. 이어서 민주공화국과 국민주권을 지켜줄 기본 원칙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라 천명한다. 한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광화문을 바라보며 눈물로써 국민의 염원, 민주주의의 바람을 깨달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그 서울 광화문 현장은 ‘표현의 자유’가 마른 삭막한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일주일 전, 만화 속 4대 영웅인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이 광화문 사거리 네 귀퉁이에 등장했다. 현 정부가 토건국가의 명운을 걸고 미친 속도로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남한강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경기도 여주의 바위늪구비 공사 전후 사진을 비교한 소형 현수막을 들었다.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서는 6.2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막아 줄 후보를 찍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공권력은 4대 영웅의 행위가 정치적 의도에 따른 불순한 표현이며, 사전에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이들의 앞길을 틀어막고 ‘탈의’를 명령했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를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으로 위력 또는 기세를 보이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집회에 한해서는 관할 경찰서에 집회 허가를 얻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 종교행사, 문화행사, 1인 시위는 집시법에 따른 집회 신고의 대상이 아니다. 1인 시위가 집회가 아닌 정당한 ‘표현의 자유’라는 판례도 있다. 2001년 참여연대 활동가 1인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고, 경찰은 “경호상의 이유로 1인 시위 형태의 개인적 의사 표현도 할 수 없다”며 강제 연행했다. 이후 이 사건은 재판부에 넘겨졌다. 2003년 법원의 최종 판결은 “1인 시위가 집시법상 불법이 아닌데 경찰이 강제 연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불법은 1인 시위자가 아닌 4대강 막개발을 추진하는 정부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사업타당성검토도 거치지 않도록 ‘국가재정법’을 개악한 주체는 정부와 한나라당이었다.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를 졸속, 불법으로 추진, 승인한 것은 국토해양부, 환경부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면서 “4대강이 죽었다”고 홍보했고, 이른바 극장판 ‘4대강 늬우스’도 만들어 국민들에게 주입했다. 천주교는 주교회의를 통해 4대강사업이 생명을 죽이는 사업이므로 재검토해야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홍보 부족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도 못한 실정이다.

바로 어제, 남한강의 4대강 공사를 모니터링 한 환경단체 활동가로부터 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 요지는 남한강의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돌상어, 표범장지뱀이 환경영향평가서에 누락되었다는 것이고, 정부가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대한 대책없이 포크레인을 동원해 이른바 ‘생태공원’으로 개조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따라 이 지역을 깎아내 나무 데크와 자전거도로를 놓고 ‘비밀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국가 1년 전체 예산의 약 10%를 투자해, 4대강에 16개의 댐을 설치하고, 경부고속도로 2배 이상의 모래와 자갈을 파내, 생명이 흐르는 큰 물그릇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다른 것은 제쳐 놓더라도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4대강 개발 광풍의 미친 속도는 막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피를 먹고 자랐다고 한다. 19세기 말, 미국의 개정헌법도 격한 투쟁의 역사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법에 명시했다. ‘표현의 자유’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물론 자기 확신에 찬 의지의 표명까지 포함한다. 오는 6월 2일은 이명박 정부의 첫 지방선거 날이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평가를 위한 중간단계이며, 4대강 사업의 추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서울시장을 포함해 광역도지사를 바꿔야한다.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후보가 당선돼 소신껏 지금의 ‘4대강 삽질’에 제동을 걸어야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은 식탁의 차려진 밥상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6월 2일, 생명의 4대강을 살리는 직접 행동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에게는 논쟁보다는 투표라는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결국 4대강을 살릴 한 줄기 희망,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에게 달렸다.

글 : 윤상훈 (녹색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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