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래은모래 여강에서,,,

2010.05.11 | 4대강

4대강 사업 현장엘 다녀왔습니다. 내가 찾아간 곳은 남한강 공사 현장인 여주였습니다. 여주 사람들은 우리가 부르는 남한강을 여강이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찾았던 여주 신륵사 강변 정자는 그대로였지만 그 앞에 펼쳐진 강변은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강변 모래가 아름다워 ‘금모래 은모래’라 부르던 모래사장은 이미 사라져 버렸습니다. 커다란 포크래인이 강바닥을 긁어내고 탱크 같은 트럭은 수천 년 간 쌓여 온 생명 덩어리를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강을 살리기 위해’ 강을 죽이고 있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강에서 긁어낸 모래는 주변 논에 산처럼 쌓여 모래를 쏟아내는 커다란 트럭이 작은 점처럼 보일 정도로 모래 산은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위한 어떤 명분도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

독일의 임혜지 박사가 소개한 이자강은 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합니다. 독일의 이자강은 150년 전에 지금 4대강 사업과 같이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둬 유람선이 떠다니는 강으로 만들었지만 그 문제점을 알고 10년을 조사 연구하고 10년에 걸쳐 지금의 우리 강처럼 복원하는 공사를 했다는 소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다른 선진국도 그런 방향으로 가려 한다는 정보를 접하면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선진국들이 큰돈을 들여 바라는 강이 바로 우리의 현재 4대강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여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공사의 칼날이 아직 닿지 않은 강변길은 아름다웠습니다. 말없이 걸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현실이 될 수 있는 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 많이 갖겠다는 욕심, 다음 세대는 생각지 않는 이기심, 뭔가 눈으로 보여주겠다는 허영심, 합리적인 판단이 설 자리 없는 형식주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권위주의. 이런 우리의 모든 부조리함의 결과물이 지금의 4대강 사업 모습은 아닐까….  
아,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돌이킬 수 없는 이 생명의 재앙을 어쩌란 말인가.

※ 이글은 <작은것이 아름답다>에 실린 글입니다.

글, 그림 : 임종길 선생님 (수원 대평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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