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대체서식지 만들면 수달·맹꽁이가 집단이주할까요

2010.05.20 | 4대강

초여름의 날씨다. 17일 밤 경북 왜관 낙동면의 낙단보 야간 공사 현장을 바라보니 반팔을 입고도 시원한 음료수가 떠오를 정도로 목이 탔다.
최근 낙동강 사업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길목, 낙동강에서 그 소식을 전해 듣자니 목이 더 칼칼해져 온다. 뇌출혈로 쓰러진 노동자를 뒤로하고, 여전히 낙동강 10개의 보에서는 쉬지 않고 야간공사가 진행될 것이다.

속도전이 한참이라 주말 없이 낮밤 없이 공사가 이어지니 버드나무 군락지가 하루가 다르게 쓰러진다. 사람도 쓰러지는 마당에 멸종위기 동물을 배려하는 공사 따위를 기대하는 내가 멍청한 걸지 모른다.





▲ 경북 왜관 낙단보 야간공사 현장. 사람도 깨우는 공사 소리와 불빛이 야생동물을 피해갈리 없다
대부분의 야생동물, 특히 강변에 주로 서식하는 수달, 삵 등 포유류와 수리부엉이 같은 맹금류, 꾸구리 같은 어류까지 이들은 주로 저녁 어스름히 부터 왕성한 활동력을 보인다. 오랜 세월 인간이라는 종과 함께 살며 선택한 생존의 방식이 바로 야행성이다.

야생동물 조사를 다니다 보면, 내가 밟은 낙엽 소리나 옆 사람과 얘기 하는 웅성거림에도 덤불에 숨어 있던 장끼가 파닥거리며 날아가 버리고, 갈대에 숨어 있던 고라니가 뛰어가는 걸 볼 수 있다. 사람을 마주했을 때 야생동물들이 하는 행동은 줄행랑이다.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 이것이 이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의 방식이다.

모든 생명을 위협하는 야간공사의 불빛과 소음
봄철 국립공원에서 등산객을 대상으로 하는 중요한 캠페인 중 하나가 산에서 “야호!”를 외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새들의 번식 기에 마구잡이로 사람들이 산에 올라 “야호!”라고 외치는 소리에 새들이 놀라 번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야호” 소리에 비교했을 때 낙동강 변에서 이뤄지는 야간공사의 소음은 야생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곳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수리부엉이나 황조롱이, 새홀리기와 흰목물떼새, 백로와 할미새들에게.

다름 아닌 봄이다. 꽃이 피고, 나비와 벌들이 바빠지고, 흰목물떼새가 알을 낳고, 어린 개체들이 하늘을 날 준비를 하는 번식과 새로움의 계절인 것이다.

뉴욕의 우티카 대학의 샤론 와이즈는 인공등 불빛이 야행성 개구리의 식습관과 생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특히 도롱뇽의 경우는 노랗고 빨간 불이 있을 때 전혀 이동을 하지 못한다고 더불어 밝히고 있다. 어류의 경우도 불의 밝기나 빛의 종류에 따라 모이거나 피하는 경향이 있다.  

여름 창문을 열어두고 형광등을 켰을 때 불빛을 따라 들어오는 나방이나 벌레들처럼, 저수지 호수 등이 있는 경우 조명 주변으로 곤충이 날아들어 특이한 종이 죽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조명뿐 아니라 밤새 강변을 울리는 공사장의 소음 문제는 야생동물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 의해서도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

누구를 위한 대체서식지인가?   





▲ 구미시 도개면 신림리 일선교 일대의 모래톱 환경영향평가에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이 확인 된 곳이다. 준설작업이 상당히 진행되었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에 대해 낙동강 살리기 공사로 인해 수달의 서식지 상당 부분이 소실될 것으로 예상되며 대체서식지 마련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사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대체서식지라는 것은 얼마나 훌륭한가. 버드나무 군락지에 있는 수달 은신처들을 다 밀어 버리고, 저 어디쯤에 수달이 살 수 있는 굴을 하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문제는 이 대체서식지가 공사를 위한 대체서식지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수달을 위한 대체서식지가 될 수 있는지 검증 받은 바가 없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의 세계에서도 룰이라는 것이 있다. 수달의 경우 수컷과 수컷, 암컷과 암컷의 행동반경이 겹치지 않는다. 이들은 끊임없이 일정한 공간 안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영역 경쟁을 하고,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상대적으로 서식지로서 안정적이지 않은 지역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더 많은 위협에 노출됨을 의미한다.

이것은 모든 야생동물들의 룰이다. 배설물을 통한 영역 표시, 번식을 위한 엄청난 경쟁. 매일 일요일 아침마다 동물의 왕국에서 했던 얘기 아닌가? 야생동물의 세계에서 이러한 경쟁은 때로 목숨을 걸고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낙동강 전 지역을 뒤집어 놓으면서,





▲ 낙동강 안동 마애리 습지 이곳도 곧 준설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수달은 이동성이 크니 어딘가로 갈 것이다? 그래, 갈 수는 있을 것이다. 두 명 살던 50평 아파트에 한사람 더 들어와 같이 살기는 쉬울지 모르나, 2명 살던 10평 옥탑방에 한사람 더 불러들여 살 수 있는가?

맹꽁이나 표범장지뱀 같은 이동성이 매우 낮은 양서파충류의 경우는 더 문제다.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면 기존 서식지에 살고 있는 동물의 전수조사부터 이들을 포획해서 대체서식지로 어떻게 옮길 것인지, 혹은 대체서식지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유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러나 구미의 모래톱 주변에서 그저 무작정 퍼날라지고 있는 모래톱을 보자니, 대체 이렇게 해놓고 표범장지뱀의 대체서식지를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상한 진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생물다양성이 뭔지는 아시나요
생물다양성. 이 말은 단순히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많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젓가락기술로 난자와 정자를 통해 수많은 개체의 탄생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야생동물과 그들이 살아가는 서식지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구담습지와 구미 모래톱의 표범장지뱀을 대구 달성의 한 장소에 모아놓는 것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표범장지뱀이 구담에도 살고 구미에도 살고, 그리고 대구와 부산에서도 사는 서식지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때마침 비가 온다. 비가 오고 난 뒤, 한껏 땅이 젖고 나면 대체서식지 운운하는 한심스러운 환경영향평가에 제대로 끼지도 못한 맹꽁이나 금개구리가 버드나무가 잘려나간 습지에서 애처롭게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공사를 위해 이판사판 빛나는 공사판의 불빛에 낙동강의 별빛도 꺼져버리고, 그곳에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생명도 꺼져버리는건 아닌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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