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끝나도 강은 흘러야 한다

2010.06.03 | 4대강

강!
이 말만 들어도 이미 입에선 노래가 흘러 나오죠.
내게 강같은 평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사알자 ~ 냇물아 흘러흘러~ 낙도옹강 강바람에~
애어른 할 것 없이 강 노래 부르자 하면 쉬지 않고 부를 수 없는 강 노래는 얼마나 많은지요. 강을 노래하지 않은 시인과 가수가 없고 강이 무대가 되지 않은 소설을 쓴 사람이 없을 겁니다.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 이런 큰 강 말고도 동네의 실개천까지. 그렇게 강은 오랫동안 늘 우리의 마음을 노래해 주었습니다.
굽이굽이 유유히 흐르는 그 모습을 보며, 때때로 무섭게 질주하는 물살을 보며, 강에 깃들어 사는 여러 생명들을 보며, 자연 앞에선 그저 한없이 약한 존재인 나에 대해 생각했던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지금 그 강이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강이 들려주던 노랫소리가 포크레인의 굉음 속에 가려지고 강과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이 강변의 나무와 함께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데도, 여전히 ‘’강을 살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천연덕스러움에 속이 상해 울분만 쌓이는 시간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습니다.

5월 29일 밤, 봉은사에서 울려 퍼진 노래는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는 강과 우리의 마음을 함께 위로하는 자리였습니다. 만여 명의 사람들이 초저녁부터 밤늦도록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노래가 퍼져, 우리 안에 희망을 만듭니다. 지금 당장은 바로 며칠 뒤 ‘선거’를 통해 진정으로 강을 살리고자 하는 우리의 뜻을 표현할 것이고, 그 이후로도 우리는 강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수천년 동안 흘러온 강, 그저 그대로 있어 주어 우리를 살려준 강을 잊지 않기 위해, 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계속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강의 노래를 들어라’ 콘서트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후원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지난 달 초 자신의 트윗터에 ‘노래는 끝나도 강은 흘러야 한다’고 콘서트를 하자고 제안해 주셨던 연출자와 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한번은 모여서 마음을 나누자며 콘서트를 추진하자 15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행사비용과 홍보를 담당하는 추진위원과 서포터즈가 되어 주셨습니다. 모두의 마음 속에 같은 생각이 있었던 거지요.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활동을 제약하는 이 정부 아래에선 이번 콘서트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입니다.
안치환, 한영애, 더불어숲, 윈디시티, 권진원, 로켓트리오, 노찾사. 이번 콘서트에 출연해 주신 이들은 그래서 우리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가수들입니다. 이들이 스스로의 양심과 마음이 닿는 곳에서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정말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일 것입니다.    

늦은 밤. 기독교, 원불교, 불교, 천주교 4대 종단과 시민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더 늦기 전에’를 함께 부르며 콘서트는 끝났습니다.
그러나 노래는 끝나도 강은 흘러야 합니다. 강이 지금까지 흘러온 것처럼 흐를 수 있게 다시한번 우리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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