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쑥부쟁이’ 그 그리운 기다림!

2010.07.08 | 4대강

기상청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것을 예보했지만 현장에서 5분 가량 내린것을 제외하곤 온종일 맑게 개인 날이었습니다. 현장안내는 우리나라 최고의 환경운동 전문가이자 현장에서 오랫동안 갖은 고생을 해온신 환경운동연합 마용운국장, 녹색연합 이선화 활동가 두 분이 해주셨고 현장에서 생태지평의 활동가인 김종겸씨가 도와주셨습니다. 이정도면 가히 하늘의 축복을 받은 현장순례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서울에서 출발은 예정시간을 30분을 훌쩍 넘겨서야 할 수 있었습니다. 정재한 김종식 두 분 때문이었는데요. 전날 4대강반대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후 상승된 기분을 이기지 못한채로 다음날 있을 남한강현장순례에 대한 의미와 결의를 곡차를 앞에 두고 다지다보니 그리 되었다는 전언입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음에도 인내심을 갖고 어쩔 수 없이 기다려준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마용운 : 환경운동연합 국장(현장안내/설명) 생태 환경 전문가, 깊이 있는 전문지식 및 열정에 비해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의 상당히 느리고 차분한 말투. 막걸리를 좋아함. 남한강 현장에서 가장 오랬동안 고생하신 분. 막걸리를 잘 마신다는 이유로 친구먹자고 강요당한 끝에 큰 잘못도 없이 김종식씨와 친구하기로 함.

이선화 : 녹색연합 활동가(현장안내/설명), 자칭 선화공주, 실제로도 공주 빰치는 미모의 소유자. 몸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녹친을 위해 반드시 안내하겠다는 결의를 아프기 전부터 밝혔음. 튼튼하고 농사잘 짓는 남자를 원함.

이신애 : 녹색연합 활동가(녹색연합 4대강 살리기 특별팀), 미국인 친구를 데려온 탓에 그 친구에게 설명하고 통역하고 애기나누느라 바빴음. 리쉬카 머씨가 혹여나 영어로 말걸어 올까봐 녹친사람들은 아예 이신애씨 옆에 가지도 않았음. 따라서 정보부족. 다음기회를…

김종겸 : 생태지평 활동가(현장에서 만났음) 젊고 착하고 잘생긴 청년. 신입인 듯 한데 눈빛은 마음속 열정을 충분히 표현해낼 만큼 형형하게 빛났음. 녹색친구들이 녹색연합의 시민모임임에도 불구하고 정관까지 있다고 하니 깜짝 놀람(갑자기 자부심 느꼈음)
Rishika Murthy : 영어선생님(이신애 활동가의 미국인 친구), 인도계미국인으로 개인적 취재차 동행했음. 열심히 질문하고 사진찍음. 이번 여행이 어땠냐는 질문에 매우 좋은 여행이었고 매우 아름다웠던 만큼 슬펐다고 얘기함. 깊이 있게 얘기하고 싶었으나 영어실력의 바닥이 드러날까 두려워 그만두었음.
  
허 : 김세연씨 친구분. 야생화에 상당한 관심과 집중력을 보여주신 녹색친구들의 DNA와 흡사한 DNA를 소유하신 분. 어렸을 때 꽃반지 만들어 끼던 꽃을 내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다가 민씨에 의해 잘못된 정보와 기억이었던 것으로 금방 드러났음. 단양쑥부쟁이 대체서식지를 보고 가장 가슴아파했을 것으로 생각함.

이하 녹색친구들 참가자 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약 두시간을 버스가 달려 도착한 곳은 여주군 여강! 버스에서 내려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본격적인 순례길에 나섰습니다. 우렁이 농법으로 친환경 쌀농사 짓는 마을 초입을 지나서 조금 더 가면 바위늪구비 올레길을 만나게 됩니다.

바위늪구비 지역은 방송매체에서도 많이 보도된 단양쑥부쟁이 자생지가 있는 곳입니다. 환경영향평가나 제대로 된 생태 환경 조사없이 무지막지하게 밀어부치기만 하는 4대강 사업의 졸속성은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론과 여론에서 두들겨 맞자 서둘러 대체서식지란걸 급조해 만들어 놓았는데요. 주변을 철조망을 둘러치고 무슨 상추비닐하우스마냥 줄지어 옮겨 심어놓았더군요.

‘단양쑥부쟁이’인지 ‘담양쑥부쟁이’ 인지…ㅎㅎㅎ 웃음만 나옵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저 지경이란 말입니까? 제가 기사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요. 순례길 걷는 순례객들 취재하던 경향신문 기자도 ‘담양쑥부쟁이’라고 기사에다 써놓았더군요. 허~참! 단양쑥부쟁이에 대해 좀 더 조사해보니 더 안타까워졌습니다.

단양쑥부쟁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로, 과거에는 단양에서 충주에 이르는 남한강변 자갈밭에 널리 자라고 있었지만, 1980년 충주댐 건설 때문에 물에 잠겨 사라지고, 현재는 여주 바위늪구비 습지에서만 유일하게 자란다고 합니다. 여러 쑥부쟁이 종류 가운데서도 가장 드물게 발견되며,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희귀한 품종이 바로 ‘단양쑥부쟁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바위늪구비 습지 일대가 4대강 정비 사업에 의해 훼손되어 버리면, 단양쑥부쟁이는 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바위늪구비 습지의 단양쑥부쟁이는 어쩌면 이제 사진으로만 만나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쑥부쟁이’란 이름엔 유래가 있는데요. 옛날 가난한 대장장이의 딸이 배고픈 동생들을 위해 산과들로 다니며 쑥을 캐 먹였다는데서 마을 사람들이 ‘쑥을 캐러다니는 불쟁이 딸’이란 의미로 ‘쑥부쟁이’라고 불렀다 합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사랑하는 청년이 있었는데 쑥과 나물을 캐러다니다 그만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고 그 자리엔 동생들을 위해서인지 나물들이 무수히 돋아났다는 슬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쑥부쟁이’의 꽃말은 기다림과 그리움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여강변 무시무시한 포크레인의 삽날 앞에서 떨고있을 가녀린 ‘단양쑥부쟁이들’은 지금 무엇을 그립고 애타게 바라며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곳 여주군 여강 일대는 은모래금모래 백사장 등 예전부터 아름답기로 소문난 지역이면서 4대강 사업의 핵심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3개의 보가 공사중에 있습니다. 그만큼 파괴 전후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가슴이 더욱 아플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3개의 보를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규모가 우리가 생각하는 보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높이가 4~13M 이고 낙동강의 경우는 거의 10M이상이라고 하니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큰 댐의 규모에 가까웠습니다.

울산 태화강의 방사보나 한강의 곡릉2보를 제거한 후 수질이 좋아졌습니다. 이것은 정부 통계에도 나와있는 사실입니다. 정부에서는 한강에 수중보를 설치한 이후 수질이 좋아졌다고 홍보하는데 수중보가 있는 곳의 수질은 여전히 나쁠 뿐만 아니라 수질이 좋아진 것은 오염원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철저히 하고 하수처리시설을 확충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보설치 비용으로는 1조5천억을 편성했고 수질개선비용으로는 무려 3조9천억원을 배정했습니다.

지금 보의 설치위치가 예전 한반도 대운하계획의 갑문위치와 일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균수심을  6m이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4대강 사업이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강살리기 사업이 아니라 강과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위장된 운하사업’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입니다.

마침 오늘이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약속이나 한 듯 방송에서는 “많은 반대 속에 된다는 믿음”으로 추진한 국토개조사업이었음을 박대통령의 목소리를 빌어 계속 틀어대고 있습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이명박정부는 반대가 많을수록 좋은 사업이다 뭐 이런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대운하 사업을 국민 다수가 반대하니까 안한다고 하고 이름만 바꿔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때 국민들 목소리에 청와대 뒷산가서 아침이슬 따라부르며 “잘못했다”고 반성해놓고선 시간이 지나자 국민들 보고 “반성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장악하고,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스님을 좌파스님으로 몰아붙이고, 지방선거에 참패했음에도 반대의 목소리에 귀닫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고 있는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서 박정희식의 전근대적이고 독재적인 리더쉽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 분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농학농민군의 파도앞에 순식간에 스러져버린 ‘만석보’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요?ㅎㅎㅎ ‘보’너무 좋아하다가 나라 결딴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파괴의 공사는 쉼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출신 대통령의 ‘뒤’를 믿는 탓인지 ‘현대건설’의 이름을 거침없이 드러내놓고 공사를 하고 있던 반면, 삼성물산은 공사현장이든 숙소든 그 어디에서도 삼성물산의 흔적을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안내를 맡은 마용운 국장님의 설명이 없었다면 도데체 어떤 회사가 이 구간의 공사를 맡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삼성물산이 공사하고 있는 국내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한 장면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돈은 벌고 싶지만 민심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삼성은 그 정도의 세상에 대한 이해는 하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반대가 심할수록 더 힘차게 밀어붙이는 권력의 무지함과 횡포앞에 큰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민간기업 만큼의 국민들 눈치보기라도 했더라면 애초부터 이런 끔찍한 비극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고 보니 대자본과 결탁한 오만방자한 권력의 횡포에 앞서의 공포를 짓눌러버리고도 남을 거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참담함과 분노를 삭이기 위해서 우리는 그 일대에서 꽤나 소문난 막국수집을 방문하여 한 잔 걸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새 명언을 많이 날리기로 작정한 김제동은 “김광석은 아팠을 때 바르는 빨간약같은 존재다”라고 말했다는데, 그 말을 빌려 오늘같은 날 우리는 “술은 아팠을 때 바르는 빨간약 같은 존재다“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ㅎㅎㅎ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여행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은 무참히 깨진채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그날의 영웅 한재필(11세)군의 담대함과 기지가 없었다면 더 힘든 탐방여행이 되었을 것입니다. 버스 출발전 미리 우리는 “4대강 사업은 □다”라고 ,씌여진 종이손피켓을 나눠 주었습니다. □안을 가장 멋진 문구로 채워 넣는 사람에게 뒷풀이 비용 5,000원 할인이라는 엄청난 상품을 걸어놓았었구요.
응모결과 여러 좋은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음주운전이    다”
“4대강 사업은    무의미한 자살이    다”
“4대강 사업은    MB빵꾸똥꾸 ~~~~    다”
“4대강 사업은    대대손손 욕 얻어먹을 빌어먹을 사업이    다”
……
  
하지만 압도적 지지로 다음과 같은 재필군의 문구가 당선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중지한    다”

순례친구들과의 아쉬운 헤어짐을 뒤로 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미국친구 Rishika Murthy가 했던 말이 내내 나의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very beautiful, so sad”

글 : 김종식 (녹색연합 회원모임, 녹색친구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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