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4대강 방송 결방, 무엇이 두려운가

2010.08.18 | 4대강

시사인이라는 잡지가 탄생된 배경에는 그들이 있던 시사저널이라는 잡지에서 삼성에 관해 쓴 기사를 사장이 싣지 못하도록 했고 이에 항의하던 기자들을 모두 자르면서이다. 그전까지 시사저널은 주간 전문지라는 타이틀로, 일간지에서 내던 주간지가 아니라, 주간지만을 전문으로 하는 주간지 다운 깊이있는 심층취재를 앞세우던 대표적인 잡지였다. 그러나 요즘 시사저널 읽는 사람들 있는지 모르겠다.

보통 언론사에서 사장이라는 사람의 역할은 회사의 운영에 있는 것이지, 기사의 내용은 기자와 편집장이 갖는 권한이다. 그래서 편집권이라는 말이 있을 것이다. 언론사들이 어느 회사에 팔려가는 일이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편집권은 기자들과 편집장에게 주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속으로는 사장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기자나 편집장이 자진검열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알리고 싶은 만큼 모든 걸 취재하지 못하는 일이 있긴 하더라도, 아예 대놓고 다 쓴 기사를 갑자기 잘라내거나 하는 ‘시사저널’때 같은 일은 기자들이 몽땅 나와서 다른 잡지를 창간해야 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지는 언론사로선 자신의 생명인 정론보도를 뒤엎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 어제 MBC에서 예고편까지 내보냈던, 법원에서까지 국토해양부에서 낸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이유없다며 기각한 걸, 사장이 방송을 금지시켰다. 방송국에 올라와있던 예고편도 이미 삭제되었다.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하는 대한민국의 방송사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권에 조인트 까이는 비루한 사장이 MBC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미 예상했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이 정권에선 황당한 일이 너무나도 많아 별로 놀랍지는 않다. 앞으로 어떤 일이 더 일어날까 걱정될 뿐이다. 사회의 공기인 언론의 자유가 사라진 이 야만의 시대를 우리는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걸까?

사장이기 전에 언론인이었을 MBC 사장은 스스로 언론인이라는 말이 갖는 무게와 힘을 시궁창에다 내던져 버리고 정권의 비루먹은 충견이 되었다. 인간이 자기의 존엄성을 스스로 던져버렸을 때 맞게 되는 결론이라는 게 대체로 비극이라는 걸 생각해볼 때 그의 앞으로의 횡보가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PD수첩은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관계자가 포함된 비밀 팀에 의한 4대강사업 구상 및 추진과정의 문제점, 4대강사업에 따라 확보하는 13억㎥의 물이 대부분 “흘러 보낼 용도”라는 점, 1% 지역의 홍수예방을 위해 99% 상습수해지역 외면하는 4대강사업의 문제점, 한나라당에 의한 ‘수변개발 특별법’ 등 4대강 주변 개발 정책 추진의 문제점 등등을 다뤘다고 한다.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와 단체들이 한결같이 지적해온 내용이다. 이미 신문을 통해서도 보도된 내용이다. 문제는 이런 내용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더구나 ‘PD수첩‘을 통해 방연된다는 것이다. 지난 광우병 촛불시위가 PD수첩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있는 정부와 하수인들은 더 이상 논란이 되는 사안을 특히나 PD수첩을 통해 다뤄지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나보다. PD수첩 방영 이후 또다시 광장으로 시민들이 나올 것을 걱정한 걸까?

PD수첩이 결방된 걸 지켜본 모든 국민들은 이제 너무나 분명히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토건세력과 정권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PD수첩에선 어떤 결론을 내렸을지 모르지만, 방송의 내용들이 가리키는 것은 4대강 사업이 결국 운하를 위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범죄수사물을 보면, 이런저런 정황으로 보았을 때 범인임이 분명한 사람도, 때로는 본인이 자백을 해도, 결정적인 물증이 없으면 결국 풀어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4대강 사업과 정부의 태도를 보면 모든 증거가 4대강 사업이 운하임을 보여주는데 오직 한 사람의 자백에만 의존해 운하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듯하다. 정말 운하가 아니라면, 4대강 사업이 진정으로 4대강을 살리는 것이라면 제발 증거로 보여달라.

강변의 생명들이 무참하게 죽어나가도 강변이 되살아날 수 있는지, 강바닥을 모조리 평평하게 긁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강에다 보를 쌓고 강물을 가둬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건지, 멀쩡히 살아있는 강을 죽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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