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4대강 사업

2010.10.22 | 4대강


▲ 국정감사의 핵심 이슈가 된 4대강 ⓒ 경인일보

10월 4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2010년 국정감사의 핵심이슈는 단연 ‘4대강사업’이다.  ‘4대강’이 국정감사의 핵심문제가 된 것은 대체 왜일까? 22조가 넘는 예산을 쓰는데 목적도 뚜렷하지 않고 경제적 타당성도 없으며 온갖 법까지 위반해가며 대규모 환경파괴를 자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문제일까? 아니면 이 문제를 끝까지 밝혀내려는 야당 의원들의 문제일까? 이 의문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4대강 사업의 온갖 문제점들을 보며 바로 답을 알 수 있다.

2010년 국정감사는 한마디로 부실한 4대강사업의 총집결장이었다. 무리한 속도전, 일괄적인 대규모 준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물 확보 계획과 홍수예방, 모든 정부부처를 동원한 홍보활동 등이 논란이 되었다. 과거 정부가 적극 지원한 팔당 유기농단지도 4대강사업으로 인해 유기농업을 포기하고 자전거길이 놓일 처지가 되었다. 심지어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를 직접 유치한 경기도는 팔당 유기농단지를 ‘쓰레기통’에 비유했다. 일관적이어야 할 정부의 정책이 4대강사업으로 전면 재수정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살펴보자.

4대강 사업, 목적이 뭐였지? – 홍수예방효과도 없고 물 부족하지도 않다
정부 주장에 따르면, 4대강사업의 목적은 홍수를 예방하고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산하기관의 보고서(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정 하천공간 확보방안 연구], 2009.12)에서도 4대강사업으로 홍수예방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200년 홍수 빈도에 대비한다던 홍보와 달리 실제로는 100년 빈도로 보 등이 설계된 사실이 수리모형실험 결과보고서에서 드러났다. 13억㎥의 용수를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4대강사업을 않고도 25년 기준으로 생활, 공업용수는 연간 9억5천만㎥가 남았다. 특히 물이 가장 많이 남는 곳은 4대강사업 규모가 가장 큰 낙동강이고 물이 부족한 곳은 오히려 금강과 영산강이었다. 하천유지용수 역시 최근 몇 년간 고시한 하천유지용량을 대부분 만족하고 있어 4대강사업 목적이 타당성을 갖는지 의심스럽게 했다.

경제적 타당성 없는 4대강사업, 예산은 자꾸만 늘어날 전망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을 통해 알려진 4대강사업 예산은 총 22조 2천억원이다. 그러나 4대강사업이 진행되면서 다른 용도로 쓰여야 할 돈들이 4대강사업 예산으로 전용되거나 토지보상금 등이 늘어나면서 4대강사업의 실제 예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4대강사업 중 단 3%에 대한 예비타당성 검토를 한 결과, 실제 예산이 20% 증가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비용편익분석결과 경제정타당성이 전혀 없음이 밝혀졌다. 또한 4대강사업으로 인해 실제로 수질을 정화하고 강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들이 축소되거나 지연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4대강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필요하지 않을 농지 리모델링 비용이나 보 설치로 인한 물 정화 비용 등을 보면 정말 나라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8조원의 공사비를 떠안은 수자원공사의 손실을 세금에서 보전해줘야 하는 상황까지 온다면, 4대강사업의 예산은 30조가 훌쩍 넘을 것이다.

농민을 우롱하는 4대강 사업
이번 국감에선 배추값 폭등이 4대강사업과 상관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말이 많았다. 정부에선 4대강사업으로 사라진 경작지 규모가 많지 않다 주장했지만 의원들은 더 많은 규모의 농경지 피해를 주장했다. 4대강사업이 되면서 농민들은 가장 큰 피해자인데 사유지였던 곳이 하루아침에 사유권을 행사할 수 없는 하천구역으로 지정되는 일이 벌어지고 농경지 리모델링이다, 적치장 이용이다 등의 명목으로 멀쩡한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도 생겼다. 특히 유기농업단지인 팔당 일대의 농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경기도는 유기농업이 오히려 땅과 강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국정감사에선 경기도가 인용한 대부분의 자료가 사실무근에 허위자료임이 밝혀졌다.

골칫덩어리가 된 준설토
4대가 사업의 핵심사업인 준설, 원래 강 준설토는 고가의 건축자재였지만 4대강 사업으로 단기간에 대규모로 채취된 준설토는 적치장을 찾지 못해 각 지자체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준설과정에서 낙동강 일대에는 과거 불법 매립되었던 폐기물이 다수 발견되었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없이 침출수가 흐르며 방치되거나 오염된 준설토가 농지리모델링 등에 쓰일 예정이라 문제가 되고 있다.

대운하가 아니라면?
최근 정부가 4대강사업 이후 보에 갑문을 설치해 수계별로 공사구간 전체를 뱃길로 잇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정부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관광문화연구원에서 낸 <4대강 리버크루즈 사업계획>을 통해 확인됐다. 정부는 보에 갑문을 설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국감에선 갑문에 보를 설치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런 일련의 계획은 4대강사업이 사실상 운하사업임을 뒷받침한다. 4대강에 일정한 폭과 수심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결국 운하가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법무시하는 4대강 사업
예산전용으로 국가재정법을 위반하고 공기를 앞당기기 위한 편법공사 발주 등은 4대강사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법 사례들이다. 특히 환경법을 위반하는 사례들은 너무나 일반적인데, 최근 4대강사업을 조기 착공하기 위해 사전환경성검토가 진행되지 않은 구간에 공사가 강행된 사례가 국감을 통해 밝혀졌다. 토지보상을 하면서 지방재정법을 위반한 사례 역시 국감을 통해 드러났다.

강주변을 위락단지로 만드는 게 강 살리기?
4대강사업의 연계사업으로 추진되는 일련의 사업들은 대부분 하천 주변을 관광하거나 위락단지로 만드는 사업임이 밝혀졌다. 더구나 8조원의 공사비를 떠안은 수자원공사의 손실을 하천변 개발로 보장해주려는 ‘친수구역특별법’은 하천변의 개발을 위해 아무런 환경규제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정부의 4대강 주변개발 TF에 부동산업자와 건설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훼손되는 환경
4대강사업은 시작부터 부실한 환경영향평가가 문제가 되었다. 4~5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를 마쳤으니, 그 부실함이 어떠할지는 쉽게 예상되었다. 그런데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지는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성은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끊이지 않고 계속 드러났다. 문제가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성에 그치면 다행이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공사현장의 생태계 훼손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이번 국감을 통해 밝혀졌다.

지금 현재 일본 나고야에는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나고야 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생물다양성 파괴 혐의로 NGO가 수여하는 ‘회색상’을 수여할 가능성이 높다. 또 나고야 총회에서 관심이 집중된 곳은 4대강사업으로 훼손되고 있는 두루미 집단도래지인 구미 해평습지다. 해평습지는 러시아와 일본 이즈미 월동지를 연결하는 중간 기착지와 먹이터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올해는 두루미가 해평습지를 찾지 못할 것이다. 해평습지 문제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주요하게 지적되었다.

지금이라도 4대강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재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4대강사업 문제점들은, 결국 이 사업과 현 정부와 국민들이 비극적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다. 그리고 경고는 구체적으로 4대강 공사현장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4대강사업은 21세기 한국사회 최대의 국론 분열 사업이다. 국민들이 동요하고 민심이 불안하다. 4대강사업, 이명박 대통령의 독단으로 파국에 치닫지 말고 조속히 국민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글 : 정명희 (녹색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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