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의 해, 생물다양성을 위한 축제 [나고야 현지 리포트①]

2010.10.25 | 4대강

지난 18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는 2010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BD COP10)가 진행되고 있다. UN의 삼대 환경 협약 중 하나인 생물다양성협약은 193개국이 당사국으로 기후변화와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멸종되어가는 생물종과 보전하고, 그 구성요소를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며,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장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을 도출하기 위한 당사국회의 뿐 아니라, 이를 모니터링 하고 때로는 비판하는 전세계 NGO들의 그동안의 활동과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쉬지 않고 열리고 있다.


▲ 전세계에서 모인 정부, 국제기구, NGO들의 다양한 주세의 활동을 볼 수 있는 각종 보고서와 홍보물이 전시되어 있고 각종 토론회를 알리는 홍보물이 부착되어 있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위해 생물종을 보호하고 이를 이용할 시에는 지속가능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환경보호’라는 말 속에서 쉽게 이해하고 동의한 것이다. 이를 위한 시민홍보, 교육, 보호구역의 확대, 환경영향평가, 습지, 해양, 산림등의 보호는 당위적으로 대부분의 당사국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보호구역을 확대하겠다면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거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강바닥을 헤집어 놓는 4대강과 같은 각종 개발사업이야 각국의 사정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 수두룩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장은 이러한 모순을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그리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각국 정부가 홍보물과 부스로 자신들의 정책을 홍보해도 그것에 또 다른 본질을 알리는 NGO활동가와 지역주민들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곳곳에 펼쳐진 정부와 NGO 들의 보고서는 전 세계의 환경현안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한국과 일본의 위기의 습지들
지난 22일 나고야 생물다양성협약이 열리고 있는 총회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환경활동가들이 모였다. 이 자리는 다름 아닌 양국의 위기에 처한 습지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공유하고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공유하는 자리였다.


▲ 한일 습지포럼에 참가한 양국의 환경활동가들과 지역주민

한국과 일본의 습지가 처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인천, 강화 습지가 조력발전소로 단칼에 잘려나가는 순간 일본의 습지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다. 일본의 가미노세키는 세계에서 4곳밖에 발견되지 않은 조개가 서식하는 곳이자, 어민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데 곧 그곳에 원자력 발전소가 건립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발전이 ‘녹색 에너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으로 이산화탄소 없는 친환경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원자력 발전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되고 오랫동안 지역사회의 역사와 함께 그들이 지켜온 삶의 방식을 내줘야 하는 위험에 처해있다.

이뿐 아니다. 일본의 3개 하천중 하나이자, 길이만 194km이고 유역 면적은 3,750 km²달하는 요시노 강도 위험에 처해 있다. 요시노 강은 방조제를 건설하려는 일본정부의 계획을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이 막아낸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방조제로부터 강이 지켜진 데에는 이 지역의 생태적 가치와 희귀종이 서식하는 환경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정부는 방조제로부터 자유로워진 요시노 강에 4개의 다리를 건설, 계획 중에 있다. 다리가 건설되면 강에서 바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강물과 바닷물의 흐름이 엇갈려 기수역에 있는 갯벌이 망가질 위험에 처하고 있다.


▲ 일본의 요시노강 기수역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을 보여주고 있는 도쿠시마의 이구시마 선생

이는 한국의 4대강 공사 현장인 낙동강과 다를 게 없었다.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으로 그 나름의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된 곳이다. 철마다 새들이 찾아오고 다양한 야생동물과 생물이 공존하는 곳이며, 이를 지키자고 문화재청은 이 지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호했지만 한국 정부의 4대강 사업 앞에 힘없이 망가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환경활동가들은 각국의 습지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공유하며 안쓰럽게도 동변상련의 느낌을 가졌다. 각국의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시간동안 노력하며 방조제를 막아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게 하는 성과를 냈지만 다시금 개발의 광풍 앞에서 양국의 습시가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름 아닌 생물다양성총회를 개최하는 당사국 일본과 생물다양성 공로상을 받은 한국의 습지가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 이다.

남은 일주일, 우리가 생물다양성협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10년 나고야 생물다양성협약은 이제 일주일 남짓 정도 남았다. 이곳은 이명박 정부에 녹색성장 정책이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데 기여했다며 공로상을 준 주체와 이를 비판하며 이명박 정부에 생물다양성을 파괴한 회색상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고 논쟁하는 자리이다.

남은 일주일, 우리가 이 회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생물다양성을 둘러싼 모순을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우리가 지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자리이다. 그래서 결국 이번 나고야 생물다양성총회에서 결정되어 지는 어떤 것들이 각국의 위기에 처한 습지를 지켜내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글 : 보람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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