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만삭 임산부 쫓아내는 4대강 공사장, 결국은…

2010.11.04 | 4대강

여름동안 중단되었던 4대강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강에는 다시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의 굉음이 울려퍼집니다. 물 속과 그 주변에서 살아가던 생명들은 영문도 모른 채 또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더러는 죽겠지요. 묵직하고 날카로운 삽날을 피하기엔 꾀가 부족합니다. 그저 그렇게 그 자리에 살다가 운명을 받아들이겠지요. 억울한 외침과 함께.

‘단양쑥부쟁이’라고 이름붙여진 생명이 있습니다. 4대강 공사가 시작되며 가장 주목받았던 식물입니다. 가족들을 다 잃고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수만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이 지나며 한강이 살아가는 모습에 적응되었습니다. 모습이 비슷한 다른 쑥부쟁이와는 달리 특별한 이유입니다. 단양쑥부쟁이의 살아가는 모습만 분석해봐도 한강이 어떠한지 유추할 수 있기도 합니다.

올해 초에 막 2년차가 된 단양쑥부쟁이의 모습을 봤습니다. 자갈이 깔린 척박한 땅에서 올라오는 그들의 모습에 반했었죠. ‘억세다’라고 생각했지만 그게아니라 다른 식물들을 피해 그곳으로 쫓겨난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살기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던 것이겠죠. 다행히 강물은 여름 때마다 물을 불려 다른 생명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었습니다.

가을, 슬프고도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진보라빛 꽃이, 얇고 연약한 잎이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렸죠. 하지만 바로 근처에서 공사장의 굉음이 그들을 위협했습니다. 쳐다보면 볼 수록 안타까움 뿐이었습니다. 비록 인공의 둑이었지만 간신히 자리를 잡은 것인데… ‘둑이 생기고 난 뒤 물이 넘친적은 한 번도 없다.’는 주민의 말은 안타까움을 더했죠. 지금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데 뭘 공사를 한다는 건가.

몇일 뒤 다시 그곳을 찾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둑을 통째로 바꾸려는 듯 공사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단양쑥부쟁이 생육지 바로 아래에도 포크레인이 둑을 파헤치고 있었죠. 이렇게 빨리 공사가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당황했습니다. 담당 환경청 직원에게 전화하여 물었습니다. 어쩔셈이냐고? ‘10월 내, 주변에 대체이식지를 만들어 옮길 예정이다.’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식물은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고 씨를 뿌립니다. 지금 단양쑥부쟁이는 꽃을 피운 상태이고 이제 곧 꽃이 떨어질겁니다. 그리고 씨를 맺겠죠. 인간에 비유하자면 곧 아이를 놓을 만삭인 임산부인 겁니다. 그런 상태인 단양쑥부쟁이를 아무 필요도 없는 둑방 보강공사로 쫓아내는 것은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입니다. 세계적으로 이곳에만 살고 있고, 4대강 공사로 대부분의 동족이 사라진 상태이고 스스로 생명력을 유지하는 단양쑥부쟁이는 이곳을 포함 2~3 장소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때… 이 장소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꽃이 달린 단양쑥부쟁이를 옮긴다면, 옮긴 장소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씨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2년만 살다가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씨’를 받지 못한다면 모두 개죽음을 당하는 것입니다. 또, 꽃이 진 다음 씨를 받아 대체이식지에 뿌린다면, 이 방법은 단양쑥부쟁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실행하기엔 매우 위험한 방법입니다. 그대로 두는 방법이 최선이겠고, 만약 대체이식을 한다 하더라도 내년 봄 새 싹이 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당연히 공사는 중단되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마저도 늦어보이네요.

몇일이 지나 다시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기가막힌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당연히 단양쑥부쟁이가 자라난 부분에는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모두 무시하고 싸그리 없애버렸습니다. 넓은 곳에 퍼져있던 단양쑥부쟁이는 극히 일부분만 남겨진 채 포크레인 삽날에 명을 달리했습니다. 어제 공사관계자와 환경청 관계자, 단양쑥부쟁이 준 전문가 등과 함께 현장에 가 공사로 인해 단양쑥부쟁이가 훼손된 사실을 모두 확인하고 인정했습니다.

올 봄에 도리섬 단양쑥부쟁이를 훼손했던 4대강 공사 관계자들을 고발했습니다.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죠. 그리고 또 고발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단양쑥부쟁이는 대한민국 법으로 보호를 받는 식물이고 법을 어길 시 처벌을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4대강 공사장 여기저기서 이러한 불법이 벌어지고 있지만 확인되는 것은 극히 적습니다. 이번 건은 대규모라 우리 눈에 띄었습니다. 이러한 불법이 처벌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써 부끄러운 일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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