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4대강 수해방지 하상유지공 무용지물이었다

2010.11.10 | 4대강

지난 추석이었다. 그 때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큰 비가 쏟아졌었다. 서울도 그랬고 4대강 공사가 진행중이었던 여주도 마찬가지였다. 약 180mm 의 비가 두시간만에 쏟아졌다. 그 비는 서울 중심가를 물바다로 만들었고, 다른 지역은 간간히 피해를 입히고 지나갔다. 태풍도 아니고 장마도 아니었지만 180mm 의 비의 위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 비의 피해는 온전히 자연재해라기 보다는 인재라는 경향이 더 짙었다. 이유는, 대부분 피해는 하수시설이 잘 갖추어진 도심에서 일어났고, 하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당 70mm 가량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하수도가 이후 조사해보니 내부는 진창으로 가득차 있어서 배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도심에 그렇게 까지 쏟아진 적이 많지않아 하수시설의 유지관리를 ‘잘’하지 않았던 것 같다.

4대강 사업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집중호우’의 대비다. 한 철 동안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고, 더더군다나 기후변화로 인해 날씨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을 통해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의 침수에 피해액이 훨씬 더 큰 도심은 대비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불투명해 보인다.

‘대비’가 잘 된 4대강 사업 현장은 어땠을까?! 아마 그 당시, 추석 때 그 비로 인해 신진교가 붕괴된 것을 봤을 것이다. (링크) 공사차량들이 드나들기 위해 보강 공사까지 다 마치고, 수십톤에 이르는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근 일년간 다녀도 괜찮았던 다리가 180mm의 비에 무너졌었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언론에 보도되지 못한) 현장이 또 한 곳 있다. 이곳은 수해대비 공사를 마친 현장으로 4대강 공사가 그들의 공사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여주의 남한강과 금당천이 만나는 곳이다. 남한강 본류는 준설로 인해 3m 이상 낮아진 상태였고 금당천은 원래상태와 가까운 높이였다. 만약 이것을 그대로 놔둔다면 3m 이상의 낙차로 인해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류에서 본류로 흘러가는 물의 속도는 상당히 빨라지고 특히 비가 많이 올 때는 물의 속도가 무진장 빨라져 본류과 지류가 만나는 – 지류의 높은 하상(강바닥)을 깎아먹는 세굴 현장이 일어난다. 이 세굴현상은 본류로 흘러들어가는 강바닥 모양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지류의 상류까지 계속 올라갈 것이다.

지류의 제방시설과 교량은 세굴되는 것까지 감안해 설계를 하지 않았으므로 큰 피해를 입게된다.(신진교 붕괴) 그래서 이 하상차 즉 본류의 강바닥 높이와 지류의 강바닥 높이 차를 극복하기 위해 지류와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는 ‘하상 유지공’을 설치하게 된다. 이는 예외적인 시공이 아니라 한강 뿐만 아니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준설을 하는 지역 모두가 동일하다.

그런데 이 금당천 끝의 하상유지공은 화가 난 누군가가 흩어놓은 것처럼 되어 있었다. 하상유지공의 형태는 다행히? 콘크리트 형태가 아닌 큰 자갈을 검정 망태기에 넣은 것이었다. 가끔씩 현장을 지나며 이 물체를 보았지만 이것이 하상유지공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보통은 콘크리트 블럭처럼 생긴 것을 사용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준설을 하며 강바닥에서 나온 자갈을 재활용한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콘크리트 보다는 낫다고 생각은 하지만,


오른쪽이 금당천이고 왼쪽의 큰 물이 남한강이다. 중앙에 있는 모래성?은 수해 뒤 복구하기 위해 급하게 쳐 둔 가물막이이다. 우선 첫번째 사진을 보면 아래쪽에는 일정한 간격을 이루고 있는 검정망태기들이 보인다. 사진 중앙에는 마구 뒤섞여 있는 모양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아래 두번째 사진을 보면 오른쪽의 망태기들과 왼쪽의 망태기 사이에 넓은 소가 생긴게 보인다.

원래의 시공 모습은 당연히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강바닥에 깔아둔 모습이 되어야한다. 소를 두고 양쪽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 가운데에도 모두 망태기(하상유지공)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망실한 것 – 강이 가지고 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흩어져 있는 망태기들은 원래 그자리에 있던 것과 조금 더 위에서 쓸려내려온 것들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내려가 보았다. 일정하게 깔려있는 망태기들과 쓸려내려간 망태기들이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모래 위에 얹혀진 망태기가 혼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 위에 있는 저 망태기는 혼자가 아니었을 것이다. 못해도 1톤은 넘어보이는 이 망태기들이 서로 뒤엉켜있다. 물의 힘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또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의지도 굉장히 강하다. 가까이에서 보면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


강이 흘러가는 길을 따라 잘려나갔다. 막 떨어질 것 같은 저 망태기와 비슷한 높이로 흙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180mm 의 비로 몽땅 다 깎여나가 버렸다.


하상유지공에서 상류쪽을 쳐다봤다. 다리가 보인다. 신진교와 강이 만나는 거리보다는 다소 멀어보인다. 물론 가보았다.

이 다리는 금당교이다. 위 사진의 멀리 보이는 다리 그것이다. 신진교 처럼 낡은 것도 아니거니와 지지하중이 낮은 것도 아닌 다리다. 평소의 강바닥 높이와 같은 높이였을 판자같은 콘크리트 시설물이 애처롭다. 물론 기둥이야 더 깊이 박혀있겠지만 굉장히 불안해 보인다.

물의 통로가 아니었던 자리도 물이 쓸고간 흔적이 역력하다. 모래로 가득했어야 할 부분에 거친 돌들이 널부러져 있다.


금당교 옆 제방이다. 살아있는 풀과 죽어있는 풀과의 경계를 보라. 그 경계가 바로 이번 비로 물이 찼던 선이다. 불과 제방의 1/3정도밖에 안된다. 아무리 급하게 내린 비라 할지라도, 이 금당천은 제방 높이 전부 채운 때도 있었다 한다. 그 때도 아무 이상없던 – 금당교 아래도 괜찮았고, 남한강과 만나는 지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불과 180mm 의 양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올해는 큰 비가… 그렇게 큰 비가 오지 않았던 해다. 몇 시간동안 180mm 라고 하더라도 큰 태풍이 닥쳐 반나절동안 4~500mm 를 쏟아붓고 간 정도는 아니었다. 다리 아래까지, 제방을 넘을 듯 말 듯한 비가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제방은 확실하게 비가 온 양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는 다행히 중부지방에만 집중되었다. 남부지방이나 충남, 전남지역은 이 만큼은 내리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통과했던 태풍들도 다소 조용히 지나갔다. 문제는 위와 같은 지천 피해가 낙동강 등 전 4대강 유역에서 다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180mm 의 비였으니 저 정도로 끝났지 보통 때의 수해가 일어날 만큼의 4~500mm 의 비가 닥친다면 금당교도 무사치 않았다. 신진교 처럼 톡 부러져 넘어졌을 것이다.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이 문제다. 준설을 극심하게 한 뒤 한강처럼 큰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한강은 위와같은 피해를 입은 탓에 아마도 더 철저히 대비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강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인간의 힘으로 시설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몇 번의 피해 뒤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이 만큼의 대량 준설을 통해 일어난 사고를 보지 못한 탓이다.

신진교와 금당천처럼 대비를 한 곳이라 할지라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이 강들은 수많은.. 진짜 수많은 지천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 지천들 사이에서 위와 같은 사고는 항상 도사리고 있다. 수백에 이르는 지천, 그 위를 통과하는 교량들,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 설치될 하상유지공들… 큰 비가 오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안된다. 다리라도 무너지는 날엔, 그 위에 차라도 가고 있는 날엔, 빨라진 강물이 제방을 강타해 무너뜨리기라도 하는 날엔, 하상유지공 다 쓸려가고 허망하게 세금을 썼다고 깨닫는 날엔… 4대강 공사 할 때 왜 말리지 않았을까 크게 후회할 것이다. 4대강 공사하는데 내가 왜 동참했을까 크게 후회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의 후, 눈에 뻔히 보인다. 지금이라도 그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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