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무용지물 하상유지공 또 만들고 있다

2011.01.18 | 4대강

지난 추석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때아닌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약 두시간 동안에 200mm 정도의 비였습니다. 이 비는 서울 도심에 큰 피해를 입힌 탓에 언론들은 서울위주의 피해소식을 전파한 뒤 기타지역의 피해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주에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피해가 일었났었습니다. 지천의 하상(강바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설치한 하상유지공이 무용지물이된 사건이었습니다. 이 비로 인해 4대강 공사의 취약점이 드러났었습니다.

대부분 알고 계시듯 4대강 공사의 핵심 사업 중에는 강바닥 준설과 보 건설이 있습니다. 약 3m 이상 강 바닥을 파 내고, 수심 6m 를 유지할 만큼 보로 막습니다. 얼핏보면 ‘보’라는 이름과 6m 라는 깊지않은? 깊이 때문에 ‘뭘 그런걸 가지고,,,’ 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수량을 따져보면 대형댐 못지않은 규모이고 보라기 보다 ‘댐’이라고 부르는게 맞을 정도입니다.

보마다 설치된 일명 ‘가동보’로 필요할 때마다 수문을 열어 물을 내보내고 다시 채우는 식으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정부에선 오염된 퇴적물들도 그 때 빠져나가기 때문에 가둔 물이라 할지라도 오염은 안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오게 되면 이 가동보들은 방해물이 되어 주변에 되려 홍수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그에 대해 정부는 가동보 수문을 활짝 열어두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죠.

문제는 준설이후 유속이 빨라진다는 점입니다. 수문을 활짝 열어둘 경우에는 더더욱 준설은 강바닥을 매끈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수량이 많아지게 합니다. 정부의 의지대로 시원시원하게 흐르게 됩니다. 강변에 있던 습지와 모래사장을 다 없앴기 때문에 완전 빠르게 흐르게 되겠죠. 그 때문에 다리 기둥과 둑방들을 훨씬 튼튼하게 보강하게 되는 것입니다.

3m 이상 준설된 본류 바닥과 지천의 바닥의 차이가 심해 지류에서 본류로 진입하던 물들은 마치 폭포에 빨려들어가는 물처럼 빠르게 흘렀습니다. 당연히 설계상에서도 이를 대비해서 ‘하상유지공’이라는 시설물을 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200mm의 비는 하상유지공을 완전 무용지물로 만들었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검은 망 안에 담겨있는 것들이 하상유지공입니다. 지천에서 본류로 흘러들어가는 물은 3m 이상의 높이 차이로 인해 훨씬 빨라졌고, 늘어난 수량은 이를 가속화 시켰습니다. 당연히 강바닥을 깎으려는 현상 즉 세굴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막기위해 설치한 하상유지공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떠내려가고 흩어지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사진은 신륵사와 가까운 금당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

지천의 물은 본류와 가까운 부분부터 깎으며 안쪽까지 깎이는 현상은 계속됩니다. 이는 위 다리가(신진교) 무너지는 참사를 불러왔습니다. 비가 온 바로 다음날 무너진 것을 확인했으니 비가오던 밤에 무너졌겠죠.

위 사진에 보시면 A 지점에 신진교가 있습니다. 강천보로 향하는 길 위에 있습니다. (현장 바로 옆이죠) 신진교에서 남한강까지는 400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한 거리이긴 하지만 세굴은 그 거리만큼 금방 거슬러 올라왔습니다. 양안의 둑방을 상당히 무너뜨린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위성사진을 보고서도 충분히 판단 가능하지만 이 하천은 매우 작은 하천입니다. 이런 작은 하천이 남한강에, 낙동강에, 금강 영산강에 얼마나 있을까요?

다시 금당천으로 돌아와, 하상유지공이 무너졌던 장소입니다. 바로 몇일전에 찍은 사진이네요. 하상유지공이 설치돼 있던 자리에는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다니며 흙을 붓고 있었습니다. 포크레인은 그 일대를 다지고 있었구요. 원래의 물길을 막고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물의 유속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하상유지공을 재설치하지 않고 이런 공법을 쓰는 것은 하상유지공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시설물로 3M 이상의 낙차를 견딜 수 없다는 것이겠죠. 이곳하천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크지않은 강입니다.

원주에서 흘려내려오는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섬강역시 4대강 공사구역에 포함되지만 준설공사는 하지않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오른쪽에 하얀 하상유지공을 설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에는 준설공사가 한창이구요. 그냥 눈으로 보더라도 하상의 높이 차이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금당천에서 하상유지공이 무너졌고 그 방법을 달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은 그대로 그 공법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금당천과 섬강의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규모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강폭만 보더라도 금당천은 하류 부근에서 100M 정도인 반면에 섬강은 180M 입니다. 수량은 비할 수 없을만큼 섬강 쪽이 많습니다. 비가 온다면 금당천보다 훨신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뒤 1.3KM 가량 떨어져 있는 영동고속도로 자산교와 지방도의 섬강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죠.

신진교를 무너뜨렸던 그 하천은 섬강과 비할 수 없이 작습니다. 다리는 본류와 400M 가량 떨어져 있었죠. 그렇게 따지면 섬강에서의 1.3KM는 결코 먼 거리가 아닙니다. 최악의 상황엔, 비가 정말정말 많이 왔을 때는 영동고속도로의 자산교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걸 무너뜨릴 만큼 큰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그 영향이 매년 지속된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죠.

신진교나 금당천의 사례로 볼 때 이런 세굴로 인해 지천의 안쪽 부분까지 끼치는 영향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작년의 비로 어떤 영향이 나왔고, 그를 막기위한 대책을 충분히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지천과 가까운 교량은 보강공사를 한다던지, 하상유지공을 다른 공법으로 만든다던지… 불행히 섬강의 하상유지공 공사를 보니 그런 대책은 전무한 것 같다는 제 판단입니다.

비단 한강 뿐만 아니라 다른 강에서도 비슷한 공법으로 진행되고, 비슷한 사례가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작년에는 다행히 낙동강엔 큰 비가 없었습니다.) 더 큰 피해를 입기전에 대비를 철저히 해서 추가적인 소모가 없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걱정을 안해도 되게끔 아예 4대강 공사를 중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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