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단양쑥부쟁이 또 쫓겨났다

2011.01.21 | 4대강

지난 10월 원주 부론면의 흥원창 둑방에는 단양쑥부쟁이가 폈습니다.콘크리트로 마감된 둑방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콘크리트의 둑방이 그들에게 적절한 생육환경을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들은 강변 습지 중 다른 식물들이 자라기 힘든 척박한 곳 – 특히 자갈이 많은 – 을 골라 뿌리를 내립니다. 또, 다른 식물들이 들어오지 않아야 계속 삶을 이어갈 수 있죠. 그래서 자갈이 많고 범람이 잦은 곳에 자릴 잡는데, 이 둑방의 콘크리트 블럭 사이는 척박한데다 다른식물이 들어와 자릴 잡기엔 물이 차며 뿌리채 뽑아가기에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이 둑방은 10년전후에 만든 것으로 그 이후 단양쑥부쟁이의 씨앗이 강물을 타고 내려와 이곳에 앉은 것입니다. 상류의 식구들이 자식들을 내려보냈을 겁니다. 알려진 바로는 충주의 비내늪에 단양쑥부쟁이가 많이 살고 있습니다. 작년에 꽃을 제대로 피울 수 있었던 곳은 이곳과 도리섬 일부, 바위늪구비 일부지역밖에 없었습니다. 최대생육지였던 맞은편 삼합리 지역은 벌써 초토화되어 봄에 강제 이주를 당했죠.

바로 그 현장입니다. 둑방공사를 한 지 얼마 안된 탓에 이곳은 안하고 그냥 지나가려나 여겼었는데 여지없이 공사가 들어왔습니다. 뭘 살리겠다는 것인지 다 ‘살리기’ 입니다. 죽이고 있는줄 아는지 모르는지.

빨강의 노끈 안에 보라색의 꽃이 단양쑥부쟁이입니다. 멀리서 포크레인이 둑방에 있던 콘크리트 블럭을 치우며 다가오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들었지만 이렇게 식물들이 자리를 잡아서 안정화가 된 상태인데 단양쑥부쟁이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여튼간에 손대지 말라고 경고문을 붙여놨지만 손을 댔습니다. 제가 이 사진을 찍은 다음날 정말로 단양쑥부쟁이를 건들였습니다. 많이 몰려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따로 떨어져 있는 단양쑥부쟁이를 확 밀어버렸죠. 그 전에 환경청에 전화로 확인했을 때는 분명히 이식을 한 뒤에 공사를 한다고 했었는데 말이죠.

단양쑥부쟁이 꽃에 벌이 앉았습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자꾸 이들을 내쫓고 죽이고 멸종에 이르게 한다면 이런 모습도 못보게 되는 날이 올 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위 사진에서 봤던 흥원창 둑방이 이렇게 바뀌어 버렸습니다. 더 날카롭게 잘라내고 큰 바위덩어리로 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말 허걱스러운 장면입니다. 콘크리트 블럭으로 감싸져 있을 때는 틈사이로 보이는 흙표면이 멀지않아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지반을 안정화 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저 큰 바위들은 정말 커서 식물들이 들어올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색깔도 계속 쭉 저런 회색으로 남게 되겠지요.

원래의 단양쑥부쟁이가 어디있나해서 촬영을 막던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섬강쪽에 대체이식지를 만들어 옮겨두었다고 하더군요. 바로 가 보았습니다. 역시나 그들이었습니다. 완전 감옥처럼 만들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었지요. 또, 작년 가을 씨를 뿌리고 난 뒤 이식을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단양쑥부쟁이는 2년에 걸쳐 성장하기 때문에 작년 꽃을 피웠던 이들은 2년생들이었고, 1년생들은 물에 휩쓸려 가지 않기위해 돌 틈에 꽁꽁 숨어있었죠. 2년생들은 꽃을 피우고 난 뒤 그 주변으로 씨를 뿌렸을테구요. 씨를가져다 이식을 했는지 1년생들을 조심조심 찾아서 이식을 했는지 궁금해집니다. 봄에 2년생들이 올라오는지에 따라 대체이식이 그나마 성공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네요.

길로 보이는 것이 둑방 위, 오른쪽 녹색철망 안이 대체이식지, 사진에서 왼쪽 즉 둑방 바깥쪽은 섬강입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 단양쑥부쟁이는 다른 식물들이 잘 들어오지 못하는 곳에 살아갑니다. 다른 식물들과 경쟁에서 이길 능력이 없으니 경쟁지역이 아닌 곳을 찾았겠죠. 그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매년 척박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범람’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대체이식지는 둑방 바깥쪽에 설치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 미묘한 차이를 알아보고 연구한 다음 딱 그 장소에 이식을 해야 맞는 겁니다.

당연히 그럴 수 없습니다. 4대강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하니 그걸 연구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습니다. 자신의 정권이 끝나기 전에 이 공사를 마무리해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불행히 이들은 이렇게 쫓겨나가며 멸종위기에서 진짜 멸종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개발업자들을 위해 멸종위기든 사람이든 간에 대체서식을 할 수 있는 공간만 제공된다면 뭐든 할 수 있도록 법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니 그런 공간이 없더라도 ‘대체서식’이라는 팻말만 붙이고 옮겨버리면 됩니다. 거기서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따지지도 묻지도 않습니다. 이런 식물이야 자리를 지키고 있어 눈에 보이니 옮기기라도 하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동물들은 ‘딴 곳으로 갔겠지’하고 눈 딱 감아버리면 끝입니다. 그 중 영역다툼이라도 하는 종 같은 경우에는 서로 싸워 죽이거나 (수달같은..) 먹잇감이 줄어 결국 죽는 결과를 맞게 되겠지요.

권력을 쥐는데, 또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이렇게 단양쑥부쟁이를 포함한 수많은 생명들의 삶터를 파괴하고 쫓아내지만, 이 피해는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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