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맹꽁이도 농민도 쫓겨난 삼락둔치, 썩은 준설토만 넘쳐

2011.02.11 | 4대강

먼저 죄책감부터 듭니다. 삼락둔치는 제 고향 바로 인근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4대강 현장을 돌아다니며 현장 소식들을 전해드렸지만 이곳만큼은 좀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지키기 위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었으면 지금처럼 맘이 불편한 것은 없을테지만, 이곳을 위해 한 것이 고작 블로그 글 하나 올리는게 다였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낙동강변의 삼락둔치, 부산시민들에게 각종 야채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공급해왔던 농지와 대규모의 습지가 다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맹꽁이가 굉장히 많이 살고 있었지만 그들의 현황파악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대체서식지를 조성한 뒤 다 옮겨버렸습니다. 그것도 늦가을 겨울잠을 자야할 시기에 말입니다. 더더군다나 맹꽁이는 비가 오지 않으면 땅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 맹꽁이들이 어디에 얼만큼 있는지도 조사가 안돼있었는데…

전에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변화되어 있었습니다. 저희 집과 가까운 곳이긴 했지만 비닐하우스를 철거한 뒤 습지로 바꾼 모습을 보지 못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작년 8월에야 보게됐었는데, 부산에 이렇게 생태적인 공간이 있었나! 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영영 사라져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직 농사를 짓고 계시는 할머니

입구에 들어가니 포크레인과 덤프트럭들이 밭에 들어가 뭔가를 파 제끼고(파 내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누군가가 농사를 짓고 있었지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더군요. 모든이가 이곳에서 쫓겨났지만 이 할머니는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집으로 쓰고있는 듯한 비닐하우스 앞에는 어디선가 철거된 후 나온 듯한 가구들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할머니께 다가가 자초지종을 묻고 싶었지만 공사 차량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현장이라 쉽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아름답던 습지가 있던 자리엔 썩은 준설토가
이곳은 원래 비닐하우스가 가득했었지만 부산시와 시민단체, 농민들이 협의 해 많은 부분을 생태습지로 복원을 했고, 일부를 농지로 바꾸었습니다. 그 농지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무농약 유기농만을 허가했었습니다. 그게 불과 2006년도에 완공을 한 것이고 돈은 약 500억원가량 투입되었습니다. 다 세금이죠.

처음에는 습지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언론에서 세금을 쏟아부었다며 뭇매를 맞았지만 한 해 한 해 지나가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아갔습니다. 농지도 대충 만들어놓아 농민들이 일일이 밭을 일구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또, 근처에는 체육공원도 만들어 놓은 탓에 시민여가의 장소 + 유기농 농사 + 생태습지 등으로 활용되는, 정말이지 부산시로써는 자랑할만한 ‘둔치의 활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소에, 불과 5년전 500억을 쏟아부운 이 장소에, 썩은 준설토를 쌓고 있었습니다. 이 엉성한 둑방은 준설토와 함께 올라온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둔 것입니다. 일명 ‘진공 흡입식’ 준설을 하게되면 강바닥의 모래를 빨아들이면서 물도 함께 빨아들입니다. 포크레인으로 준설을 하는 곳은 위와같은 장치가 필요없지만 진공흡입식은 반드시 필요하지요. 완전 시커먼 준설토가 퍼올려지고 있었습니다. 이곳이 거의 강 하구임을 감안해 ‘뻘’층이 많다는걸 감안하더라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대구, 구미의 대규모 공단들에서 나온 각종 오염물질들은 물론이고, 부산시에 있던 대규모의 공장들과 엄청난 인구들이 뿜어낸 오염물질들을 다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구둑이 강물을 계속 가둬두고 있었으니 아주 당연한 얘기겠죠.

당연히 냄새도 심했습니다. 다른 적치장에서 결코 맡을 수 없었던 냄새였죠. 흙을 가까이에서 봐도 오염정도는 심해 보였습니다. 길고 짧은건 과학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500억을 쏟아부운 이곳에 이렇게 썩은 흙들을 쌓는 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죄가 아닐 수 없을겁니다.

둑방의 안쪽입니다. 이렇게보니 더 심하죠? 완전 시커먼 물입니다. 만약 오염정도가 심해 준설이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하구둑을 철거해 통수하는 방법을 쓰거나 좀 다른 방법으로 했어야 합니다. 지금은 제 2 하구둑을 더 짓고있는 암울한 상황입니다.

불과 4개월 전의 아름다운 삼락둔치 모습

밭 가는 할아버지. 이렇게 밭을 갈며 그나마 희망을 가졌지만 정부는 모든을 빼앗았습니다. 부산시민들에게 신선한 야채를 유기농으로 공급하는, 부산시민에겐 정말 이로운 공간이었지만 무관심 속에 사라졌습니다. 복원된 습지 군데군데에는 탐방로가 만들어져있어 어느 때고 자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바퀴자국이 보이지만 차량은 통제되어 있습니다. 이따금씩 관리용 차량만 지나갈 뿐이었죠.

이런식으로 가볍게 나와 멋진 풍경속을 달릴 수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삼락둔치가 썩은 준설토를 쌓게 됐다는걸 잘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평소에 왔던 분이라도 통제를 하면 대부분 그냥 돌아서겠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습지 안에 있던 작은 못도 아름다운 풍광에 한몫 했습니다. 이 일대에는 맹꽁이들이 많이 살았지요. 비만 오면 맹꽁이들이 너무 울어서 시끄럽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맹꽁이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어있습니다. 이곳에 맹꽁이가 많이 살게되었다면 그 자체로도 보존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일대를 비롯 을숙도지역까지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습지화가 되고 그들이 이곳에 살게되었다는 것은 ‘생태적인 환경’이 매우 적합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생뚱맞게 다른곳으로 그냥 옮겨져 버렸습니다. 그곳에 적응하며 살 것이라는 걸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참고로 이곳은 국내 맹꽁이 최대 서식지였습니다.

자전거 도로와 우레탄 산책로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애용하던 곳이었죠. 오른쪽엔 담장이 있고 그 너머에 삼락 체육공원이 있습니다. 체육공원과 맞붙은 도로는 차량도로라서 자전거 타기가 위험하지만 이쪽은 완전 습지쪽이라서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뛰기에 정말 안성맞춤이었죠. 이 역시 큰 돈 들여서 조성했겠지만 다 사라졌습니다.

위 사진을 봐서 짐작하셨겠지만 대부분 임시 적치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생태가치 최고 오염토로 뒤엎고 다시 600억원 투자?
삼락둔치는 부산시 산하 부산발전연구원 자연생태조사 결과 비오톱 보전가치 1등급, 생물서식상태 평가도 1등급, 철새서식지 평가도 1등급 구간으로 평가되었다고 합니다. 보전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도시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생태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었습니다.

물론 준설된 오염토는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이곳은 다시 정비를 할 예정입니다. 무려 600억원을 다시 들여서 말입니다.

글 : 김성만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