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도를 다하는데 사람은 강을 죽였네

2011.03.07 | 4대강

지난 3월1일, 공주시에 자리한 금강둔치공원에서는 개신교가 주최한 “금강기도회와 순례”가 진행되었다. 이날은 한강과 영산강에서도 가톨릭과 원불교 주최의 기도회가 함께 열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가 추진하는 환경파괴정책은, 종단의 벽을 넘어 종교인들과 시민들을 묶고 있는 셈이다.

오후1시, 쌀쌀한 강바람과 꽃샘추위 가운데서도, 300여 명의 개신교 목회자와 신도들, 그리고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강변으로 모여들었다. 참가자들은 창조세계에 가한 폭력을 참회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자”고 노래했다. 녹색연합 대표인 성공회 박경조 주교님은 설교를 통해 “창조주는 인간만이 아닌 세상의 모든 생명을 사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선조들이 92년 전 한민족의 독립을 선언했듯이, 참석자들은 4대강 독립선언을 함께 외쳤다.

“창조세계와 이에 속한 모든 생명들이 하나님의 소유이며, 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부터 유유히 흐르던 한반도의 4대강은 인간이 손 댈 수 없는 고유한 존재임을 선언한다.”

기도회를 마치고 1시간여의 순례가 진행되었다. 순례행렬은 금강의 물결을 막아서고 있는 금강보 앞에서 멈춰섰다. 생명의 강물을 막아선 그 자리에서 이날의 기도회는 마무리되었다.

순례란, 성지를 걸으며 기도하는 오랜 종교전통이다. 우리는 순례를 위해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이스라엘, 티베트, 산티아고…. 머나먼 곳의 어느 유명한 성지가 아닐지라도, 지금 여기, 생명이 신음하고 아파하는 곳, 그곳이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순례의 장소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생명을 준다. 종교인들은 자연 속에 감추어진 신성함을 발견한다. 이날 참석했던 시인은 말했다. “자연은 도를 다하는데, 사람은 강을 죽였네.” 어찌보면 우리는 지금 강을 위해 자연을 위해 기도할 때가 아니다. 기도가 필요한 것은, 사람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일지 모를 일이다.

포크레인과 삽질에 죽어가는 강이 무지에 빠진 이 세상을 깨우고 있다. 이제 인간이 도를 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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