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4대강현장 ‘인재지변’, 고작 60mm 비에 섬이 생겼다!

2011.04.04 | 4대강

하루아침에 운동장만한 섬이 생겼다? 4대강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흔히 씁니다.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이야기겠지요. 1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안에도 항상 그대로인 줄 알았던 ‘강산’도 변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자연은 그렇게 수억년 수만년 수천년의 세월을 하루도 쉬지 않고 느릿 느릿 변화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런 변화가 하루 아침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천재지변’말입니다. 홍수나 화산폭발, 지진 같은 현상은 하루아침에 강줄기를 변화시키고, 지형을 바꾸기도 하고, 땅을 아예 덮어버리기도 합니다. 그 속의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때로는 하늘에 원망을, 때로는 하늘에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천재지변이 일어나지도 않았음에도 강산이 변하는 것을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목격했습니다. 준설공사를 거의 마친 강 안에 모래가 운동장처럼 쌓여 마치 큰 섬처럼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그곳을 방문했던 것은 10년이 지난 것도 아니었고, 홍수나 지진, 화산폭발도 없었습니다. 한 달 어간에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정확하게는 60mm의 비가 내린 뒤 하루아침에 변했습니다. 낙동강에 이 큰 섬을 만든 것은 ‘병성천’입니다. 상주댐(보) 바로 아래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천입니다. 이곳 상주지역에는 2월 27일 47.5mm, 3월 20일에 13mm의 비가 내렸습니다. 그 비는 병성천 상류의 모래를 쓸고 하류로 내려가 낙동강에 내려두었는데, 그 것이 큰 섬이 된 것입니다.

준설은 ‘역행침식’을 부르고, 역행침식은 섬을 만들었다
이 현상은 ‘역행침식’(일반적으로 두부침식)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역행침식’은 말 그대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일어나는 침식이라는 말입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바닥 준설입니다. 모래와 흙, 자갈을 있는대로 다 퍼 올렸습니다. 거대한 돌덩이들은 폭발을 시켜서라도 파 냈습니다. 관리수심을 6~9m 가량 유지하기 위해 강바닥을 낮춘 것이지요. 정부에서 주장하듯 ‘물그릇’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본류만 준설을 했고, 본류로 흘러들어가는 지류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낮은 곳은 2m, 깊은 곳은 4~6m 까지 차이가 납니다. 지류는 낮아진 본류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것입니다. 이 폭포는 일반폭포처럼 단단한 돌이 아니라 모래나 흙, 자갈로 되어 있어서 금방 금방 깎여 나갑니다. 경사가 심해지며 물은 더 큰 힘을 강바닥에 쏟아냅니다. 본류의 깊이까지, 본류와 지류의 높이가 같아질 때까지 지류의 바닥은 계속 낮아지게 됩니다. 강바닥을 깎아내는 힘은 좌우의 제방까지 큰 힘을 가합니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에도 큰 힘을 미쳐 위태롭게 만듭니다. 침식이 일어나며 깎여나간 모래와 자갈은 다시 본류에 가서 쌓이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나타난 섬이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작년, 남한강이 흐르는 여주에서는 200mm의 비에 신진교가 무너지고, 하상유지공이 대부분 떠내려가고, 제방이 깎여 나가기도 했습니다.

첫번째의 병성천 방문, 이미 역행침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녹색연합 4대강 팀은 작년 여주의 상황이 낙동강에도 똑같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몇 개 하천 돌아보지도 않았는데 역행침식이  일어나는 하천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2월 24일 방문했던 병성천입니다. 병성천의 왼쪽에는 거대한 모래산이 몇개 솟아 있었습니다. 너무 거대해서 그 뒤에 있던 언덕이 가려질 정도였습니다. 준설로 파낸 모래들이었죠. 이 일대 낙동강이 그 만큼 모래로 이루어졌었다는 증거였습니다. 강 둑방길을 따라 낙동강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둑방아래의 병성천에는 임시 제방을 쌓아두었는데 그 사이로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원래의 강바닥보다 훨씬 더 내려가 있었지요. 조금 더 걸어가자 낙동강이 보였습니다. 준설 때문에 낙동강은 푹 꺼져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병성천은 미끄럼을 타듯 낙동강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강의 끝단은 상류에서부터 내려온 모래가 본류를 만나며 정체하는 구간이죠. 그래서 넓고 완만하게 흘러야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본류의 깊이가 깊어지다보니 가파르게 흘러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강물이 강바닥을 얼마나 깎았는지 둑방쪽에 정박해둔 배가 마치 산으로 가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대충 어림짐작 만으로도 패인 깊이가 4m는 돼 보였습니다. 그 아래는 높이 1m가 조금 더 되어보이는 폭포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역행침식’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낙동강에는 한창 준설공사를 마무리 하는 중이었습니다. 막아두었던 가물막이를 거둬내고 있었습니다. 강 양안은 비스듬하게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다행히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무를 심을 수도 콘크리트 제방을 만들기도 애매한 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준설을 하기전 이곳이 이렇게 깨끗한 모래의 백사장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까움은 더했습니다.

두번째의 병성천 방문, 강에 만들어진 섬, 나조차 믿을 수 없다
3월 22일, 우리는 그곳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병성천 가까이 갈 수록 지난달과 좀 다르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좁고 깊게, 빠르게 흘러가던 물길은 다시 넓고 완만하게 그리고 느리게 흘러갔습니다. 빠른 물을 유도하던 인공 제방들은 상류에서 흘려내려온 모래에 다 덮여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지난 달 걸어들어갔던 둑방길은 완전히 무너져내려 강으로 내려가 걸었습니다. 낙동강과 만나기 전에 있던 거대한 바위는 강력한 물살 때문인지 망가트러져 있었습니다. 바위에는 그 이전의 수위가 어떠했는지, 표면에 자라났던 이끼가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망가진 바위의 높이만 2m는 되었고 흙으로 덮여진(지난번 깎여나갔던) 하천의 깊이를 더하면 침식은 4m 이상 일어났던 게 분명했습니다.

물의 힘은 정말 강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지난 달에 없었던 섬이 낙동강 안에 생겨난 것입니다. 짐작만으로도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 만큼은 돼 보였습니다. 3대의 포크레인이 섬 끝에서 모래를 퍼 내고, 십여대의 덤프트럭이 밖으로 실어나르고 있었습니다. 지난 번 찍었던 사진을 꺼내어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분명히 이 섬은 없었던 것이고 강의 수위도 그대로였습니다. 이 섬은 새로 쌓인 모래가 만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준설공사를 위해 새로 쌓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가물막이는 트럭 한두대가 간신히 다닐 정도로 좁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게 진짜일까? 전문가와 현장관계자 모두 인정하다
운하반대교수모임의 박창근 교수님께 자문을 구하기 위해 찍은 사진들을 보냈습니다. 그는 이 사진을 살펴보고 “예상 했지만 충격적”이라며 역행침식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모래가 계속 쓸려나오는 이상 준설공사에 완공이라는 것은 없다.’ 는 의견을 주었었습니다. 지율스님도 ‘낙동강에 모래를 50% 이상을 공급하는 내성천만 살아있다면 오래지 않아 복원될 것’이라며 말씀하셨습니다. 준설 때문에 수심이 깊어진 강에 지류하천들이 끊임없이 모래를 공급할 것이라는 것은 꾸준하게 제기된 내용입니다.

‘모래가 있는 강’이 낙동강 원래의 모습이기 때문에 그 모습대로 돌아가려 끊임없이 스스로 치유하는 것입니다. ‘모래’를 두고 ‘사막’이라느니, ‘동맥경화’라느니 하는 얘기는 강을 인공화 시키려는 자들의 구실일 뿐입니다. 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사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33공구 담당직원은 ‘모래가 쓸려와 섬이 생겼다’는 제 말을 못 알아듣겠다며 호통치듯 이야기 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장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현장담당자의 연결을 부탁했습니다. 곧 현장의 감리단의 직원과 통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저에게 전화를 하신 분은 33공구 감리단에 소속된 분이었습니다. 강 반대편의 준설을 다 끝내고 물길을 텄기 때문에 수위가 낮아져 이 쪽 강바닥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수위 변화는 거의 없었고, 지난 2월에도 반대편 준설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였기에 아닌 것 같다며 설명을 부탁했지만 같은 대답만을 들었습니다.

이 내용은 경향신문 토요일자에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이 때에는 ‘30만 루베 정도로 추정되는’모래라고 기자에게 말했기에 그대로 나갔습니다. 그 양은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들은 것으로 저 조차도 믿기지 않는 양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장 책임자에게 확인하려 했던 것인데 ‘수위가 낮아져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만 말해서, 기사는 그대로 나갔던 것입니다.

이 기사를 본 그 분은 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30만 루베는 어디서 들은 거에요?’라며 모래가 쓸려내려와 섬을 이룬 것은 맞지만 그 정도 양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모래가 쓸려내려왔다는 것을 현장관계자로부터 듣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30만 루베는 깊이 4m * 폭 40m * 길이 2km 정도 되야하는 건데 그 거리를 생각해보세요!’라며 소리를 쳤습니다. 애초부터 그 양보다 준설을 마친 곳에 다시 ‘그 만큼’ 쌓였는가가 궁금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인정했습니다.


항공사진:다음지도

병성천, 오른쪽 큰 물줄기가 본류인 낙동강이고, 왼쪽의 작은 물줄기가 병성천입니다.


1번 지역입니다. 준설토는 거의 산만하게 쌓여있고, 아무런 장치가 되어 있지않아 비가올 때면 많은양이 강으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왼쪽의 고수부지 부분은 비가 온 뒤 많이 깎이고 깊게 패였습니다.


임시로 설치한 모래제방은 물길이 자꾸 깊게 패이고, 좌우도 깎아버리는 탓에 설치한 것입니다. 그러나 비가 온뒤 모래로 가득차고 물길은 원래 모양에 가깝게 완만하고 넓게 바뀌었습니다.


급경사는 유속을 증가시킵니다. 물의 양이 불어났을 때의 힘은 몇 곱이 되겠죠. 강은 비의 힘을 빌려 급한 경사를 완만하게 바꾸었습니다.


강 옆에 정박해 두었던 배는 마치 산으로 간 것처럼 보입니다. 그 아래엔 폭포마냥 물이 떨어집니다. 이곳역시 비가 온 뒤에는 완만해졌습니다.


준설 뒤 일상적으로도 모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깎여 나간 만큼 이곳에 쌓이게 되는 것이겠죠. 그런데 60mm의 비는예 섬을 만들어버렸습니다.


뒤에 상주댐이 보입니다. 2월 사진에는 분명히 가물막이를 철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월 사진에는 그 사이에 섬이겨난 것이 보입니다.


2월 사진을 보면 준설공사 뒤 강변을 완만하게 정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공사 끝단을 표시하는 깃발이 보입니다. 강 저편의 깊은 준설때문에 이쪽 수위가 낮아져 강바닥이 드러났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2월 사진과 3월 사진의 깃발의 위치로 볼 때 수위는 거의 같습니다.

3월 사진에는 2월에 없던 섬이 보이고, 이것을 철거하기 위해 포크레인과 덤프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모래가인 뒤 거의 한달이 지났기 때문이 섬은 이보다 훨씬 컸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병성천 끝의 거대한 바위 입니다. 하단의 하얀부분까지 물이 차 있었습니다. 검정색 라인이 주로 물이 찰랑거리던 부분이었습니다. 녹색점퍼를 입은 분의 키는 170cm 가량입니다. 사진을 찍은 쪽 아래 물 깊이가 2m 가량이었으니 침식된 깊이는 무려 4m나 되는 것입니다. 이는 상주댐(보) 일대 준설한 깊이에 조금 못미치는 것입니다.

다시 쌓인 모래를 퍼내는 데 드는 비용은 누가 책임지나?
며칠 전 보도되었던 “4대강 완공 뒤 유지관리비만 연 5794억”이라는 기사를 보면, 하상유지 준설비는 매년 612억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수치는 추정치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돈입니다. 아직 완공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작 60mm의 비에 이렇게 커다란 섬이 생겨날 정도이니 612억원도 부족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만약 강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준설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또는 과도한 준설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막대한 혈세가 강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퍼내도 퍼내도 다시 쌓이게 될 모래. 백두대간이 다 쓸려내려갈 때까지 준설만 할 작정일까요? 그대로 놔둔다면, 필요한 양 만큼만 준설을 한다면, 쓰지 않아도 될 돈입니다. 도대체 이것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정말로 구멍난 독에 물 붓기, 흘러가는 강물에 돈 뿌리는 일입니다.

계획부터 잘못된 4대강 사업, 당장 중단하고 재자연화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물그릇 키우기 입니다. 물이 항상 가득 차 있으면 맑아진다는 이론입니다.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상식을 엎는 정부만의 ‘이론’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지형에서는 물그릇을 유지하기 매우 힘든 구조입니다. 오래된 지형 덕분에 수많은 지천에서 모래를 쏟아 냅니다. 준설로 인해 본류와 지류의 하상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병성천처럼 더 많은 모래를 쏟아내게 될 것입니다.

진짜 ‘강 살리기’를 하고자 했다면, 조금이라도 강의 특성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했다면, 결코 강바닥을 파 내 ‘물그릇’을 키우겠다는 발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역행침식을 막기위해 부단히 하상유지공, 낙차공, 세굴방지공, 호안블럭 등 다양한 시설을 하고 있지만 자연의 힘을 막기는 부족할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공사를 중단하고 재 자연화를 위한 준비를 해야합니다. 댐(보)을 헐고 물이 흐르도록 놔두어야 합니다. 강의 콩팥인 모래톱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강의 허파인 여울을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강변의 버드나무나 갈대가 왜 바람에 흩날리며 살아가는지, 강 속에는 바위보다 잘개 쪼개진 모래와 자갈이 많은지 부디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김성만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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