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구미 단수사태, 이게 끝이 아니다

2011.07.05 | 4대강


준설로 인해 강바닥의 관로 파손


6월 30일 새벽, 구미 해평취수장의 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급수차를 통해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긴급조치를 취하고 있다.
원인은 낙동강을 가로질러 강바닥에 묻혀있는 송수관로가 파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대강공사로 준설을 하면서 관로의 일부를 새로 더 깊이 묻었다. 수자원공사는 정확히 관로의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사고지점의 물을 빼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수자원공사에서 제시한 사고 현황도. 상공에서 사고지점을 바라보았을 때, 낙동강 강바닥에 놓인 관로를 나타낸 그림이다. 왼쪽 아래 붉은 원이 누수지점으로 추정하는 곳이다. (2011년 7월3일)



이번 단수사태가 4대강사업 때문인 이유는, 첫째, 준설을 하지 않았다면 관로를 새로 묻을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 새로 묻은 관로가 파손되었다면 적절한 깊이로 시공하지 않은 수자원공사와 시공사에 잘못이 있다. 셋째, 수자원공사는 강변쪽 새로 깊이 묻지 않은 관로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강물의 변화와 침식을 예측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결론적으로 4대강사업의 준설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준설로 인해 빨라진 강물이 관로를 파손시켜 단수사태를 낳게 한 것이다.


사실 관로가 지나가는 곳에는 보호용 돌망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절반가량이 장맛비로 쓸려내려간 것을 확인했다. 관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고지점 부근, 강 아래 송수파이프를 보호하기 위한 돌망태가 쓸려갔다. (2010년6월30일)


늦은 시각까지 사고지점을 찾기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다. 물을 빼내서 바닥이 드러나야 정확한 관로 파손 지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6월30일)



해평취수장 콘크리트 가물막이 파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녹색연합이 구미의 해평취수장과 비산취수장을 둘러본 결과, 취수용 가물막이가 크게 훼손된 것을 발견했다.
준설로 강바닥을 3-4미터 파내면 그에따라 수위도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강물을 취수하는 지점이 수위보다 높아지게 된다. 그러면 물 공급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취수용 가물막이를 설치한다. 쉽게 말해 물을 가두어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해평취수장의 취수구. 수위가 취수구보다 낮아지면 물 공급이 불가능해진다. (2010년6월30일)


해평취수장은 지난 5월에도 단수사고가 있었다. 취수용 가물막이가 봄비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5월에 이 가물막이가 무너진 뒤, 수자원공사는 보강공사를 했다.  길이 100여 미터, 폭 50여 미터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강을 가로질러 설치한 것이다. 태풍에도 끄덕없을 것이라고 수자원공사는 장담했었다. 그런데, 이번 첫 장맛비에 콘크리트 가물막이가 파손되어 내려앉은 것이다. 파손된 구조물 아래가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콘크리트 아래의 토사가 침식으로 쓸려나가면서 벌어진 사건으로 보인다. 30일 처음 발견했을 당시에는 훼손된 면적이 가로 20미터, 세로 30미터 정도였다. 그 후 며칠에 걸쳐 살펴본 결과, 훼손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점점 더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해평취수장 취수구 앞에는 콘크리트 가물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이 구조물이 있어야 준설로 낮아진 지점에서 수위를 확보할 수 있다. (2011년 7월2일)


취수용 콘크리트 가물막이가 무너지고 있다. 콘크리트 블록 아래는 빈 공간이 보인다. 구조물 아래 토사가 쓸려내려감에 따라 취수용 가물막이가 무너지고 있다. (2010년6월30일)


취수용 콘크리트 가물막이(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10년7월1일)


수자원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의 취수용 콘크리트 구조물은 6월8일 설치가 완료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언제 무너지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당황하며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어 왔다. 그러면서 “언론에 알리지 말아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비산취수장의 가물막이도 무너져


한편 녹색연합은 또다른 구미의 취수장인 비산취수장 가물막이도 무너진 것을 확인했다. 비산취수장은 구미산업단지 일대에 공업용수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강물 수위를 확보하고자 비산 취수장 앞에는 300여 미터 정도의 임시 물막이를 낙동강을 가로질러 설치한 상태였다. 그런데, 시트파일과 토사, 사석 등으로 만든 이 임시 물막이가 지난 주 장맛비에 심하게 훼손된 것이다. 시트파일이 심하게 휘어 넘어진 구간은 총 70여 미터 정도이고, 특히 좌안의 둔치와 만나는 부분은 강물에 크게 침식되어 둔치 자체가 200여 미터 가량 유실된 상태이다.

비산취수장의 임시 물막이는 지난 5월 봄비에도 유실되어 복구작업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비산 취수장의 임시 물막이는 5월에 피해를 입었던 공법(시트파일과 토사를 이용)으로 다시 사용하여 복구했다는 점이 문제이다. 또한 6월 장맛비에 훼손된 이후로는 복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일부러 물길을 텄다”는 답변을 해 왔다. 둔치 자체가 크게 침식되어 사라진 모습을 보면 누가봐도 일부러 물길을 텄다고는 말할 수 없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토목공사에서 가물막이와 같은 시설을 일부터 훼손시키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수자원공사 측에서는 “취수구 아래로 수위가 낮아지면 양수기로 물을 퍼올리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럴거면 취수용 가물막이는 왜 설치한 건지, 양수기로 해결되는 거라면, 5월의 단수사태는 왜 일어났던건지.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처가 아닐 수 없다.


비산취수장의 취수용 임시 물막이가 군데군데 심하게 훼손되어 강물이 새어 나가고 있다. 건너편에 포크레인 한 대가 보이지만 본격적인 복구는 시작도 하지 않고 있다. (2011년 7월1일)


비산취수장 가물막이와 맞닿아있던 둔치가 침식되어 깎여 나갔다. 유실된 부분으로 (2011년7월1일)



제3, 제4의 단수사태 우려

평년 수준의 장맛비에도 구미의 취수장 2곳에서 임시 물막이가 훼손되었다. 준설로 인한 빨라진 강물이 침식하는 힘은, 콘크리트 구조물마저 무너뜨릴 정도로 강하다. 앞으로 2-3달 계속될 장맛비와 태풍 앞에서 그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다. 또다시 가물막이가 유실된다면 제3, 제4의 단수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그로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구미의 시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22조를 쏟아부은  4대강사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또 다시 물을 수 밖에 없다.


글 :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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