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4대강사업 학술대회

2011.10.12 | 4대강

-4대강사업과 정반대의 하천정책을 소개하는 학술대회

지난 10월7일, 국토해양부와 4대강사업추진본부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잠실의 롯데호텔에서 개최되었다.
행사에는 국무총리, 환경부장관 등이 참석하였고,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빌표하는 “물과 녹색성장” “수질 생태환경 관리” “수자원 및 하천유역 관리” 등의 세션이 개최되었다. 
그런데, 학술대회를 참관하는 내내, 필자는 “참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학술대회를 시작하며, 호텔의 커다란 홀에는 4대강사업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상영되었다. 4대강사업이 “낙동강, 금강, 한강, 영산강을 중심으로 노후제방 보강, 중소규모 댐, 홍수조절지 건설하고, 생태습지가 조성”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정부가 4대강사업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16개의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은 소개 동영상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뭔가 자신감이 없어서였을까?
 


4대강사업 소개 동영상. 16개 보 건설과 준설의 내용은 빠져있다.



사업소개영상과, 내빈 축사 이후, 양수길 녹색성장외원회 위원장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그는 4대강사업을 녹색성장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녹색성장의 핵심이라며, “치산치수”의 철학을 소개했다.과거 박정희 정권에서 산림녹화를 통해 “치산”을 하였다면, 4대강사업은 나머지 반쪽, “치수”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환경운동가들에게 한 마디 충고를 전했다.


“4대강사업은 치산치수 사업이다. 치산치수의 배후에 놓인 철학은 ‘인간의 개입’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환경운동가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4대강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환경운동가들이 기후변화를 막기위해서 인간이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왜 4대강은 자연그대로 놓아두어야 하느냐”는 논리이다. 지구온난화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인간의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그 원인이다. 다시말해서 인간의 지나친 행위(낭비)가 문제인 것이다. 4대강사업은 자연 그대로의 하천에 대한 인간의 파괴행위이다. 지구온난화와 4대강사업, 둘 다 자연에 대한 잘못된 인간행위의 결과물이다. 환경운동가들은 불필요한 인간의 개입을 비판하는 것이다.  결국 양수길 위원장의 연설은, 원인과 해법의 잘못된 독해,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대림, 현대, 삼성 등의 기업 홍보도 꼼꼼하게 챙기는 학술행사.


정부주최 학술대회인 만큼, 4대강사업이 어떤 측면에서 왜 좋은지가 논의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발표들은 4대강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오히려 4대강사업을 비판할 만한 사례들이 언급되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기조연설을 했던 네덜란드 대사는 자국의 하천정책이 바로 “Room for the River”라고 소개했다. 하천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했던 과거의 정책에서 벗어나, 습지, 저류지 등 강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한국의 4대강사업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취하고 있다. 습지와 모래톱을 없애고, 인위적인 댐과 인공공원을 설치하는 것이 4대강사업이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을 방문했던 헨리히 프라이제 박사도 네덜란드의 하천정책이 4대강사업과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독일의 이자르강 복원 사례를 발표중인 클라우스 박사.


네덜란드 대사만이 아니라 참가한 많은 해외학자들이 하천을 인간 마음대로 컨트럴할 수 없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특별히 놀라왔던 것은, 독일의 이자르강 복원 사례가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이자르강 복원사업(Izar-Plan)이 무엇인가? 운화화되었던 독일의 라인강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사업아닌가. 모래톱과 습지를 복원하고, 자연스런 강물의 흐름을 회복하기 위해 10여 년이 넘게 면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추진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4대강사업의 비판사례로 자주 언급된 바 있다.



학술대회 후 이자르강 사례를 발표했던 독일 전문가에게 질문을 했다. 한국의 4대강사업이 이자르 플랜의 방향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이에 대해 “각 나라가 처한 처지가 다르다”는 것이 그 박사의 답변이었다. 아마도 4대강사업의 실상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정부초청 행사여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4대강 사업과 정반대의 해외사례를 발표에 넣을 정도로 정부는 아량이 넓은 것일까? 혹시 정부가 벌써 반성하고 복원을 계획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들이 초청한 인사들이 무슨 주장을 이야기한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마디로 이해하기 힘든, 참 이상한 학술대회였다.

황인철(녹색연합 4대강현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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