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을 막으니 숨이 막혔다. 조개무덤으로 변한 4대강…

2013.04.12 | 4대강

“30년 어부생활에 처음 보는 일이야. 저 보가 들어서고 난 뒤, 강물이 정상이 아니라니까.”

한 남한강 어민의 하소연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2013년 봄, 남한강 일대에 재첩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재첩은 주로 섬진강 유역에서 많이 잡히는데, 남한강 지역에서도 서식하는 있는 민물조개류이다. 그런데 어민들이 재첩을 끌어올릴 때마다 온통 입을 벌리고 속이 텅 빈 껍질만이 그물에 가득하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어업활동을 해온 어민들에 따르면,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 인근에서 동일한 재첩 폐사가 발견되고 있다. 4대강사업 구간에서는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어민들은 2012년 가을 무렵부터 조금씩 죽은 재첩들이 올라왔는데, 특히 올해 2013년 초부터 더욱 심해졌다고 증언한다.

크기변환_130326_재첩폐사-1_수중촬영  캡쳐

수중촬영한 재첩폐사 현장

강바닥의 뻘과 폐사한 재첩들

그렇다면 강물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3월26일, 4대강범대위와 4대강조사위원회는 함께 남한강의 강물 속을 직접 들어가 수중조사를 실시했다. 강물 속 암반 위에는 두터운 퇴적층이 쌓여있었다. 퇴적된 것은 4대강사업 이전에 볼 수 있던 모래가 아니라, 미세한 입자로 구성된 뻘(개흙)이었다. 시료로 채취한 바닥의 뻘에서는 분뇨냄새와 같은 심한 악취가 났다. 한마디로 강바닥이 썩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뻘 아래에는 수많은 조개들이 입을 벌린 채 죽은 모습이 발견되었다.

강천보 상류 수중조사지점

재첩만이 아니라 다른 하천 생물들도 심각한 위협에 처한 것으로 보였다. 수중조사 당시 과거에 흔히 볼 수 있던 어류들은 찾기 힘들었고, 건강상태가 나쁜 작은 물고기 한 마리만이 힘없이 헤엄치고 있었다. 어민들의 증언도 비슷했다. 그물을 치면 잡히는 물고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하루도 안 되어 청태가 가득 껴서 손질도 못하고 그물을 버리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강바닥은 조개의 무덤으로 변해버렸고, 남한강은 거대한 죽음의 수로로 전락했다.

재첩의 빈 껍데기만 그물에 걸려 올라온 모습

어민들이 강에 설치한 그물에는 물고기는 잡히지 않고 청태만 가득 끼었다. 이런 그물은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처분해야 한다.

어민들은 이런 변화가 4대강사업 이후 나타났다고 말한다. 보가 만들어지면서 강물의 흐름이 막히자 4대강사업 이전과 전혀 다른 환경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4대강사업이 이번 재첩 폐사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재첩은 강바닥의 모래에서 살아가는 패류이다.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보가 강물의 흐름을 정체시키면서, 강바닥의 퇴적물이 침전되어 뻘 층이 형성되었다. 이것이 재첩의 호흡활동을 어렵게 만들어 대량 폐사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준설로 인해 조개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또한 4대강사업을 재첩 폐사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4대강사업이 불러온 환경재앙은 작년 금강의 수 만 마리 물고기 떼죽음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금강의 물고기 폐사의 원인은 산소고갈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되고 있다. 남한강의 재첩도 뻘에 숨이 막혀 죽어갔다. 보로 강물을 막으니, 강 속의 생명들이 숨이 막혀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 막힌 강물을 터야 그 속의 생명들도 숨을 쉴 수 있다. 4대강 보의 수문을 열고,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글: 황인철(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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