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경이 물에 잠긴다니….

2012.12.18 | 4대강

숨겨진 비경, 장파천

 

장파천을 아십니까? 경상북도 영양군의 깊은 산골을 흐르는 계곡입니다. 검마산과 백암산에서 발원한 장파천은 죽파리와 기산리, 대산골, 송하리를
지나 서쪽으로 흐르다, 반변천을 만나 낙동강으로 흘러갑니다.

깊은 산중, 인가마저 드문 산골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가는 장파천은 매우
아름다운 풍광을 지니고 있습니다. 계절따라 모습을 바꾸는 숲의 나무들은 맑은 장파천 위로 나뭇잎을 떨굽니다. 또한 산양과 담비, 수달,
수리부엉이 등 각종 희귀야생동식물이 발견되는 지역이 바로 장파천입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잘 보전된 청정자연은 전국에서 찾기 힘들다”며
자랑합니다.

 

 

2011년 여름 장파천 주변 송하리에서 발견된 어린 산양. 어미를 잃고 민가로
내려와 지역주민이 우유를 먹여주는 모습이다. 장파천 일대는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의 서식지이다.

홍순만


회색의 암석들 사이로 1급수가 흐르는 장파천 계곡은 절경을 자랑한다.

녹색연합


장파천의 자갈과 맑은 계곡 물

녹색연합


 

강 바닥의 자갈들이 훤히 보일 정도로 장파천의 물은 맑고 깨끗하다

박용훈


 

장파천이 빚어낸 아름다운 절벽이 안개로 덮여 있다.
박용훈

위기에 놓인 장파천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장파천의 절경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주민들의 삶터와
청정자연을 수몰시킬 대형 토건공사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 장파천 중류에 들어서는 영양다목적댐 건설사업입니다.

총 2674억 원의 세금을 들여 높이 60m, 길이 500m, 총저수량 37.7백만㎥에 달하는 거대한 댐을 짓는 공사입니다.
거대한 댐 건설에 맞서 수몰예정지의 100여 가구 주민들은 지난 3년동안 영양댐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송하리에 위치한 영양댐 반대 공동위원회 사무실. 주민들은 3년 넘게 영양댐을 막고
장파천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해오고 있다.

 


녹색연합

 

올해 겨울에도 영양군으로, 국회로, 정부종합청사로 추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치고 본타당성조사를 위한 예산 26억7천만 원이 내년 예산안에 올라있기 때문입니다.

댐은 주민들의 고향을
빼앗고, 자연환경을 파괴할 뿐이라며 영양댐 예산삭감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영양 장파천에 대형 댐을 지을 이유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수몰예정지 주민들이 내건 영양댐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녹색연합

 

엉터리 사업 목적

영양댐 건설사업의
시작은 건설업체 출신인 영양군수의 건의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08년 영양군이 국토해양부에 수자원 관련 정책 수립을 건의했는데, 저수지사업에서
시작한 것이, 수자원공사를 거치며 대형 댐으로 규모가 커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댐 건설의 목적자체가 매우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영양댐의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낙동강 중상류 지역 생공용수 공급 ▲ 홍수조절을
통한 홍수피해 저감 ▲ 임하댐 상류 반변천 하천환경 개선 ▲ 갈수기 영양군, 청송군 취수 안정성 확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산산업단지 공업용수편익이 61%로 절반이상을 차지합니다. 그 외 하천환경개선편익은 34%, 생활용수편익 2%, 발전편익 1%,
홍수편익 1%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전기발전이나 홍수방지를 위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경산산업단지의 공업용수공급이 주된
목적이라는 의미이지요.

처음에 영양댐은 구미에 물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었습니다. 그러다 경북 대구 맑은물 공급사업계획에 따라
구미 산업단지에 용수확보가 이루어지자, 갑자기 용수 공급처를 경산으로 바꿉니다.

이것은 물의 수요에 따라 댐을 건설했다기 보다, 댐
건설 자체를 정해놓고서, 물 쓸 곳을 찾는 어처구니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지요.


영양댐에서 용수를 공급하려고 하는 경산지역은, 낙동강의 강정고령보나 달성보에
비해서 약 4-5배 멀리 떨어져 있다.

 

ⓒ 인터넷 다음 지도
캡쳐

 

이뿐만이 아닙니다. 더더욱 우스운 것은 경산산업단지에 공업용수가 필요하다면 새로운
대형 댐 건설 외에 더 쉬운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4대강사업으로 확보한 약 8억톤의 물이 그것입니다.

사실 경산시에서
직선거리로 20km에 강정고령보가, 약 30km에 달성보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영양댐 건설예정지까지는 100km가 넘는
거리입니다.

또한 담수량에서도 강정고령보는 92.3백만㎥, 달성보는 58.6백만㎥의 물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영양댐
담수량(37.7백만㎥)의 약 1.5-3배에 이르는 막대한 양입니다. 물 부족을 해소하겠다던 4대강사업이 완공되었음에도, 또다시 먼 거리의 영양에
대형댐을 짓는다는 것은, 4대강사업도 영양댐도 그 목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다 거짓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영양댐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는 편익/비용 분석(B/C)이 1이하로 나왔다.
이것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 <영양댐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게다가 경제성 또한 전혀 없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를
보면, 편익/비용 분석(B/C) 결과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1이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인데, 영양댐의 분석결과는 0.93으로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효과보다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더 큰 문제는 댐 건설이 지역주민의
삶터를 송두리째 뺏어간다는 것입니다. 영양댐이 들어서면 오랫동안 고향에서 살아오신 어르신과 자연을 찾아 귀농한 가족들 100여 가구가 살 곳을
잃게 됩니다.

주민들은 자신의 삶터를 떠나기를 원치 않습니다. 이런 의사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토건공사는 명백히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영양고추로 유명한 이 지역의 농업 또한 농토의 수몰과 댐 건설로 인한 안개증가 등으로 악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청정지역에서 살던 보호종 동식물들도 사라지게 됩니다. 길을 잃고 민가를 찾던 멸종위기종 1급 산양의 서식지도 물 속으로 잠기게
됩니다.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뛰어난 장파천의 자연환경은 파괴와 교란에 망가질 것입니다.


 

깊은 장파천 계곡을 따라 단풍이 든 모습.

녹색연합

경제적 타당성도 없고, 막대한 주민과 환경피해가 예상됨에도, 억지로 만들어낸 목적을
갖다대며 밀어붙이는 토건공사라는 점에서 영양댐사업은 4대강사업의 후속판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영양댐만이 아닙니다.
영주댐, 지리산댐, 달산댐 등 이 모두가 이미 시작했거나 추진 중인 대형댐의 이름입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자연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영주댐의 내성천, 지리산댐의 용유담은 영양댐의 장파천과 더불어 아름다운 지형과 각종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곳입니다. 이 땅의 토건세력들은 어쩜 이리도 이런 절경들을 잘 찾아내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런 자연을 보면서 어떻게 망가뜨릴 생각부터 하는
걸까요.

세계는 댐 철거 중… 일본 아라세댐의 사례

대형 댐은 이미 철 지난
사업입니다. 세계적 추세에 한참 뒤떨어진 토목공사에 불과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댐 철거사업이 그걸 증명합니다. 특별히 가까운
일본에서는 구마강에 건설되었던 아라세댐을 올해부터 철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라세댐의 전경모습

녹색연합

“댐이 완성되면 관광이 활기를 띄고 홍수도
줄어든다. 전기 사용료는 무료다. 어업도 방류의 도움으로 더 좋아진다.”

1955년에 건설된 후쿠오카 군마현에 아라세
댐을 건설하면서 일본 정부가 주민들에게 한 말들입니다. 이 말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제자리로 돌리는 데에 5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아라세댐 건설로 인해 녹조가 발생하는 등의 수질악화가 구마강에서 발생했다.

 

ⓒ 츠루
쇼코

 


아라세댐 철거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한 츠루 쇼코씨가 구마강에서 설명을 하는 모습

녹색연합

아라세댐 철거운동의 중심인물인 츠루 쇼코씨는 아라세 댐 건설 이후에 은어 떼가
몰려오던 구마강이 파괴되고 망가졌다고 전합니다. 츠루상이 전하는 피해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김양식 피해: 댐 건설이 시작되자 공사로 인한 탁류 및 시멘트 잔류가 흘러서 가장 먼저 바다의 김 양식이 큰
타격을 입음.

둘째, 진동 피해: 댐의 운용이 시작되자 수문으로부터 방류 될 때의 진동으로 근처 마을의 기와 및 벽이 무너지는 등의 진동
피해가 시작.

셋째, 홍수 피해: 가장 주민들을 힘들게 한 것은 더 심해진 수해. 예전에는 홍수 시에도 툇마루까지 물이 차올랐으나, 댐
건설 이후 방류에 의한 급격한 수위의 상승은 홍수 피해를 가중시킴.

넷째, 어업피해: 은어 및 장어, 동사리, 반딧불이, 강게 등 모든
생물들이 차례차례 사라져 어업을 경제 기반으로 한 지역의 경제는 완전히 쇠퇴하여 인구도 감소 일로에 있음.

다섯째, 하구 피해: 바다에
있어서도 거머리말어장, 모래, 갯벌이 차례차례 사라져 가, 자갈을 뿌려둔 것 같던 바지락이나 대합을 시작으로 게나 넙치 등의 모슨 어패류가
감소.

여섯째, 수질악화: 댐이 강물의 흐름을 막으면서 녹조 발생 등의 수질 악화
발생.

대형 댐의 건설의 폐해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환경파괴는 물론이었습니다.



아라세댐 철거결정이 실린 일본 현지 신문 기사. ⓒ 츠루
쇼코

2010년 3월, 일본 최초의 댐 철거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오랫동안 끈질기게 싸워온
풀뿌리 주민운동의 결과였습니다. 본격적인 철거가 이루어기 전, 아라세 댐의 수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구마강에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여울이 부활하고, 역암자갈밭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녹조로 썩어가던 강물은 다시 깨끗하고 맑게 변했습니다. 하구 갯벌에 모래가
공급되면서 어패류의 생태계 복원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2012년부터는 본격적인 아라세댐의 철거작업이 시작되었고, 향후 5년간에
걸쳐 철거가 진행되어 2018년에 완료될 예정입니다.

패러다임 전환 ‘콘크리트에서
생태로’

이렇듯 유럽, 북미,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는 대형 댐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하천 관리 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각지의 하천과 그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은
대단한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우리에게는 하천이 건강한 상태를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져도 좋을만한 이유가 있다…(중략)
댐을 허물고 제방을 무너뜨려 하천과 범람원이 다시 연결되고, 물절약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물의 일부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저수지의 방류도 하천
본래의 유황 패턴에 가깝게 조절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런 활동들은 자연의 물수요와 인간의 물수요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잡으려는
움직임의 가장 선두에 있다.”

– 샌드라 포스텔, 브라이언 릭터,<생명의 강>

2010년 한국을 방문해서 4대강사업 현장을 직접 조사한 바 있는 미국 버클리 대학의 맷 콘돌프 교수는 댐
건설과 같은 하천 사업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갈하였습니다.

“4대강 사업은 복원 사업이
아니며, 그 생태적 효과는 명백히 총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이 사업은 수로를 준설하고, 댐을 만들고, 그리고 기존 농업용 저수지를 증고하는데,
이러한 모든 사업 방식은 미국 청정물법안과 유럽연합의 물기본(명령)법에 따르면 오래 동안 환경적으로 유해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또한 콘돌프 교수는 “댐과 제방을 만드는 대신 더 많은 하천들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게 해야 하고, 수로가
역동적으로 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알고서도 모른척 하는 한국
정부

더욱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이 인공 구조물 중심의 하천 사업에 대한 문제 의식은 이미 과거 대한민국 정부내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환경부의 <생태하천 만들기 10년계획>

 

ⓒ <생태하천
만들기 10년계획>

 

2007년 환경부는 <생태하천 만들기10년계획>을
수립하면서, “수요자인 시민과 야생동식물 입장에서 이·․치수 하천사업을 수생태계 건강성 보전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하다고 그 추진배경에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기능이 다한 보 철거”와 “보 신규 설치 제한”을 추진하며, “콘크리트 구조물 등 하천에 가해진 인공적 훼손 요인
제거”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007년 발행한 환경부의 <생태하천 만들기 10년계획>에는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를 통한 하천복원 추진계획이 나와 있다.
ⓒ <생태하천
만들기 10년계획>

한국정부도 이미 하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지난 5년간의 MB정부 하에서 모두 거꾸로 뒤집혀 졌습니다. 콘크리트 보 건설과 준설, 인공수변공원
조성을 그 내용으로 한 4대강사업에 이어 곳곳에서 철지난 대형 댐 건설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시대의 역주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배후에는 바로 자연을 파괴하는 대형 토건공사를 통해 이익을 보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건설자본과 이들과
결탁한 정치인, 학자, 지역토호세력, 공무원까지 모두 자신의 사적이익을 위해 미래를 위한 환경가치를 짓밟고 있는 것이지요.

어떤
전문가는 대한민국 사회를 가리켜 “돈 많은 가난한 나라”라고 표현합니다. 각종 토건공사에는 엄청난 돈을 펑펑 써대면서도 정작 복지분야는 예산이
없어 서민들의 기본적인 삶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사회라는 의미입니다. 돈 들여 환경과 서민의 삶을 망치는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입니다.

시민의 밝은 눈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하필이면 그들의 삽질은 이 땅 곳곳의 비경만
찾아다닙니다. 이제는 파괴적인 댐 건설이 아닌, 생명의 가치를 지키고 보전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결국 시민들의 심미안이 국토부와 수공을
앞서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곧 대통령 선거입니다. ‘경치’를 알아보는 심미안을 넘어, ‘사람’을 알아보는
심미안이 필요합니다. 잘못된 하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 강과 생명을 죽이는 데 소중한 국민의 혈세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강과 사람,
그리고 환경을 살리는 것이 우선임을 아는 사람, 그런 심부름꾼이 누구인지 식별하는 눈이 필요한 때입니다. 시민의 밝은 눈, 한 표의 심미안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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