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낄 수 있는 돈이 줄줄 새고 있는데 왜 세상은 조용할까?

2014.09.29 | 4대강

– 윤기돈(녹색연합 사무처장)

 

22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어떤 편익도 없다. 오히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래도 수질은 제 자리 걸음이다. 용수를 확보했다고 하나, 그 용수는 그대로 머물러 있다 흘러갈 뿐이다. 멸종위기종이고 고유종인 흰수마자 같은 여울성 어종이 사라지고 정수성 어종이 늘어나, 강 생태계도 엉망이 되었다. 그런데도 세상은 조용하다. 아니 기득권 세력만이 조용하다. 무상급식에 득달같이 달려들었던 그 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은 왜 이 일에는 쥐 죽은 듯 조용할까?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이 아무 쓸모없이 사라졌음에도 왜? 그 여파로 빚을 갚기 위한 이자와 수질 개선을 위한 돈들이 이명박의 잘못을 덮기 위해 여전히 쓸모없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왜? 보의 수문을 열기만 해도, 아낄 수 있는 돈이 줄줄 새고 있음에도 왜 세상은 조용할까? 

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을 가리왕산에서 발왕산 용평스키장으로 바꾸자고 강원도지사에게 요청했다. 일주일도 채 안 되는 활강경기를 위해 500년 이상 보전해온 산을 파헤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발왕산 용평스키장에 구조물을 세우면 국제기준에 맞출 수 있다고 설득했다. 정선군민들이 반발해서 안 된다고 했다. 아니라고, 대회전 경기를 하이원 스키장에서 하면 된다고 설득했다. 이왕 용평에서 하려고 했던 대회전 경기를 정선에서 하고, 정선에서 하고자 했던 활강경기를 용평에서 하는 경기장만 맞바꾸는 일이니 걱정하는 공사일정도 단축되고, 정선군민들도 아쉬울 게 없고, 예산도 2,000억 원(공사비 1,000억, 복원비1,000억)정도 절약되고, 무엇보다 500년 이상 지켜온 가리왕산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일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냐고, 일석삼조 아니냐고 했다. 그렇게 절약한 돈 가운데 일부를 건설업자나 투기꾼만 배불리는 시설투자가 아닌 , 동계올림픽 이후 강원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게 훨씬 의미 있다고 설득했다. 그런데 강원도지사는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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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생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경제를 중시한다는 사람들이 돈이 이렇게 낭비되고 있음에도 왜 조용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혹 그깟 돈들은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좀 더 걷어 들여도 별 탈 없다고, 그렇게 걷어 들인 돈으로 지들끼리 나눠가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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