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은 정쟁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다.

2019.03.26 | 4대강

‘4대강 사업’은 강을 망친 것에 그치치 않았다.

뚜렷한 역진의 흔적을 찾는다면 당신은 강에 가야 한다. 문명의 첨단에 산다고 믿으면서 정작 반문명의 기저를 보지 못했다면, 민주공화국을 봤다고 여기면서 실상 반민주의 폐허를 실감하지 못했다면. 이제 비로소 당신은 강에 가야 한다. 지금 우리 강은 그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증명한다. 더 이상 강이 아닌 곳, 더 이상 문명이 아닌 곳, 민주주의를 완전히 거스른 곳. 그 곳이 4대강 사업 후 우리 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날 선 아픔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내세웠던 4대강 사업의 목적은 홍수 저감, 가뭄 해소, 수질 개선이다. 하지만 정작 홍수와 상관없는 곳에 댐을 만들었다. 가뭄을 막겠다고 시작했지만, 정작 가뭄과 상관없는 곳에 물을 가뒀다.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시작했지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우리는 홍수에 도움 되지 않는 댐에다가 가뭄에 쓸 수도 없는 썩은 물을 이만큼이나 가두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있던 댐도 철거하는 시절에 16개의 댐을 한꺼번에 세우고야 마는 사람들. 환경을 중시하고 자연하천을 추구하는 지구의 흐름 속에 과감하게 시대를 거슬러 강바닥을 파내 강줄기를 일자로 만들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강에다 처박고야 마는 사람들. ‘4대강 사업’은 우리 강을 망친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아내는 시절을 거꾸로 뒤로 밀어내기까지 했다.

시급히 보를 해체해야 함에도 진행 상황은 더디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8월 민관이 함께 하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하 조사평가단)이 환경부에 꾸려졌다. 물환경, 수리수문, 유역협력, 사회경제 등 네 개 분야로 나눠 평가를 진행해 4대강 16개 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안을 만드는 기구다. 지난 2월, 환경부는 금강과 영산강을 시작으로 보 처리방안을 사회적 편익에 기초해 발표했다.

여러 가지 미흡하다. 금강, 영산강의 5개 보 중 해체안이 제시된 곳은 3곳뿐이고, 나머지 두 곳은 상시개방 후 추가 모니터링을 하자는 안이다. 시급히 보를 해체해 강의 자연성을 회복시켜야 함에도 진행 상황은 더디기만 하다. 낙동강과 한강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 연말까지 보 처리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데 수문 개방 모니터링 등 관련 정책 실행은 미진하다. 박차를 가해야 한다. 목적을 상실한 4대강 16개 보는 전부 해체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 야당의 딴죽걸기가 집요하다. 억측에 부화뇌동한 일부 언론의 흠집 내기도 도를 넘고 있다. 자료를 왜곡해 정부가 발표한 보 처리 방안에 흠집을 내고 신뢰성을 깎아내린다. 경제성 분석에 뻔히 반영된 비용도 어휘를 달리해 국민 눈속임의 도구가 된다. 수백억 원의 보 해체 비용 운운하지만, 실상 매년 수질 개선을 위해 4조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농민 핑계를 대지만 지역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은 보 해체를 환영하고, 정부가 세운 보 해체 피해 상황 보완책에 공감하고 있다.

4대강은 정쟁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책임이자 우리의 미래다.

담합 비리, 비자금 조성, 법·제도의 심각한 훼손 등 4대강 사업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썩은 물을 가두기 위해 22조 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 부었고, 매년 막대한 유지관리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죽음의 기록이 누적되고 있는 4대강에 이제 다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 2019년은 보 완전 해체를 시작으로 4대강 재자연화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보를 완전히 해체하지 않는 한, 상시 개방한다고 해도 물길은 절반 넘게 고정보에 막혀 있다. 정치권은 4대강 문제를 정쟁으로 비화시키지 말고 우리 강 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 언론은 진실 탐구와 보도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시대정신에 따라 과감한 정책 결정과 실행으로 4대강 사업의 잘못을 바로잡고, 우리 강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

“4대강 사업 지키려고 농민 핑계를 댄다. 농민을 양아치로 만들고 있다.”

낙동강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의 말이다. 물이 많은 곳에선 논농사를 지었고, 물이 부족한 곳에선 과수 농사를 지었다. 4대강 사업 전, 농민들은 절기에 맞춰 하늘이 낸 농사를 기본으로 했다. 그런데 지금 4대강 보 곳곳에 널린 현수막은 농민을 전면에 내세운다. 보 해체하면 아니 개방이라도 할라치면 농민 다 죽는다는 논리가 횡횡한다. 우리 강을 볼모로 누군가는 돈을 벌고 또 누군가는 이용당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4대강 보 해체와 재자연화는 환경 문제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회복, 국가재정 정상화, 미래세대에 대한 책무다. 지금 당신의 한 마디가 우리 강의 미래를 좌우한다.

글 : 정규석(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 nest@greenkorea.org)
*<참여와 혁신>에서 나들이했습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